미국에서 시작된 핀테크(FinTech), 모바일 금융 열풍이 중국에서도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모바일을 통해 금융시장으로 대거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는 시장규모도 크지만 결제에서 대출, 자산 운용 등으로 분야가 확대되고 있어 중국 내외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IN CHINA] 중국에 부는 핀테크 열풍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규모는 2011년 12조 원, 2012년 24조 원에서 2013년엔 320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작년 중국 전자상거래 1900조 원의 16.8%, 중국 소매 4000조 원의 8%다. 10년 전 만 해도 모바일 결제는 전자상거래의 0.2~0.3%, 소매 금액의 0.1%였다. 모바일 대출도 활발하다. 2014년 들어 매월 전월 대비 10% 이상 늘어나 1년 누적액이 약 5000억 위안(90조 원)으로 2013년 대비 1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모바일을 이용한 자산 운용은 최근 1~2년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으나, 시장에선 결제 자금을 활용하는 펀드만 150조 원 이상일 것으로 본다.

중국의 핀테크는 지난 9월 19일 뉴욕에 상장된 알리바바를 첫 주자로 꼽는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핵심은 2004년 시작한 전자상거래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다. 알리페이는 10년 만에 중국 회원 수만 약 3억 명, 해외 240여 개국에 5400만 명이나 된다. 알리페이를 통한 결제 금액은 하루 평균 106억 위안(1조2000억 원)으로 중국인 하루 소비액의 17%나 된다.

알리바바를 단박에 글로벌 핀테크 리더로 등장시킨 상품, 위어바오도 빼놓을 수 없다. 위어바오는 2013년 6월 출시된 지 불과 1년여 만에 가입자 9000만 명, 100조 원 규모로 늘어나 머니마켓펀드(MMF) 단일 펀드로 중국 1위, 세계 4위에 등극했다.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남은 자투리 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가 이 정도 규모까지 컸으니 알리페이 회원 증가에도 단단히 한 몫을 한 셈이다.


기존 은행까지 모바일 금융 가세
도대체 알리바바가 탕쉰 등 강력한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을 제치고 중국 핀테크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중국은 물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에서 나오는 대규모 모바일 금융 수요를 첫째 이유로 꼽는다. 알리바바는 1999년 기업 간 거래(B2B) 모델인 알리바바닷컴에서 시작해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모델인 티몰, 소비자 간 거래(C2C) 모델인 타오바오, 기업 거래에다 소비자까지 택배로 연결한 B2B2C 모델 알리익스프레스, 온라인 결제 알리페이, 여기에 온갖 정보를 제공하는 알리윈까지 소위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둘째, 중국 여건에 맞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점이다. 하나는 제3자 담보 결제. 중국은 지금도 그렇지만 알리페이를 시작하던 2004년엔 특히 온라인 쇼핑에 대한 신뢰가 낮았다. 따라서 알리페이가 소비자가 물건을 확인한 후에 판매업자에게 돈을 보내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시장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다른 하나는 전자상거래 때 연회비만 받는 것. 이는 결제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 이베이(Ebay)와 달리 1년에 한 번 연회비만 받는 것으로 ‘고객만 늘릴 수 있다면 돈은 따라온다’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결국 그 생각은 적중해서 이베이는 중국에서 철수했다.
[IN CHINA] 중국에 부는 핀테크 열풍
셋째, 중국 금융시장의 비효율성을 파고든 알리바바의 과감한 전략도 중요하다. 어떻게 전자상거래업체가 만든 펀드, 위어바오가 1년 만에 100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었을까. 시중 자금난으로 시장금리가 13~14% 고공행진하고 있는데도 3~4%에 머물고 있는 은행 상품 시장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형편없는 금리에 불만을 갖고 있던 중국 전역의 소비자들이 앞 다투어 펀드에 가입한 것이다. 물론 당국으로서도 이들 인터넷 펀드 수요 덕분에 금리가 떨어지고 은행들도 떠밀려 상품 개발 경쟁에 나섰으니 싫을 리가 없다.

물론 알리바바에서 시작된 핀테크 상품 개발은 대형 인터넷 포털업체의 경쟁과 이제껏 꿈쩍 않던 기존 은행들의 행동 변화도 촉발하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인 탕쉰(騰迅)은 회원 5억의 웨이신(微信)에 주요 은행들 계좌를 연동시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텐페이를 개발했고, 위어바오보다 늦었지만 지난 1월엔 리차이퉁(理財通) 펀드를 출시, 지금은 5조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검색 1위 업체 바이두(百度)도 작년 10월 말 바이파(百發) 펀드 출시 하루 만에 10억 위안을 모아 화제를 뿌렸었다.

물론 모바일 금융시장 규모의 빠른 확대로 시장점유율과 수익을 위협받고 있는 전통 은행들도 위기 극복을 위해 예금금리의 인상, 경쟁력 있는 신상품 개발, IT업체와의 제휴로 모바일 금융시장 진출 등을 도모하기 시작하고 있다. 예컨대 올해 1월 3일 중국 우체국은행은 웨이보(微博)은행 등 인터넷은행과 제휴, 모바일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했고, 2월 19일엔 베이징은행과 샤오미(小米)가 모바일 결제 및 간편대출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삶의 구석구석으로 파고드는 핀테크
그럼 향후 중국의 핀테크 열풍은 어떻게 될까. 물론 일각에선 국유은행들의 강력한 반발, 인터넷 금융의 보안 이슈 등 때문에 제약이 많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돈을 많이 풀어 은행대출 확대에 부담이 많은 중국 정부로선 자투리 돈을 모아 운용도 하고 중소기업 자금난도 해결해주는 인터넷 금융이 미울 리 없다. 또 효율적 자금 운용으로 중국 정부가 원하는 개인소득 향상과 소비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중국은 소비 진작책에 힘입어 소비 증가가 성장률 목표 7%보다 높은 10%, 특히 그중에서도 온라인 소비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향후 핀테크 수요는 어느 나라보다도 급증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핀테크 열풍과 업체 경쟁은 더 뜨거울 거라는 게 시장 평가다.

이미 IT업체들은 모바일 서비스를 다양화해서 생활 구석구석으로 파고들고 있다. 예컨대 알리페이는 최근 상하이 제일부녀영아보건병원과 모바일 의료 서비스인 ‘미래의 병원’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게 출시되면 환자들은 접수하기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고 지갑 없이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IT업체들은 교통 서비스도 출시했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으면 중국 35개 도시의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해외 진출과 인수·합병(M&A)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마윈 회장은 최근 향후 적극적인 M&A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 세계 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 민간 기업을 통한 해외 유수 기업 M&A 정책과도 맥을 같이 하기도 한다.

또 금융기관과는 경쟁과 협력이 병행될 전망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이들 IT업체의 수익성과 편리함을 갖춘 금융상품과 경쟁하기 위해 한편으론 신상품 개발에 뛰어들고, 또 한편으론 경쟁력 있는 IT업체와 제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그 과정에서 은행, 자산운용업계에 커다란 변화와 어쩌면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른 금융의 IT화, 거대한 인터넷 금융기관 출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