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수는 환율과 유가다. 환율에 대한 걱정은 조금 약해졌다. 엔화뿐만 아니라 원화의 약세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서다. 전반적인 달러 강세 속에 원화 약세 흐름은 수출주 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 심리를 높인다. 그리고 코스피 부진은 원·달러 환율 상승 국면에서 외국인 매도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유가 뭐든 간에 엔화와 원화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환율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오늘은 유가를 중심으로 한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INVEST STRATEGY] 유가 70달러 시대 배경과 전망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 두바이 등 국제 3대 유가가 모두 7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유가 하락은 우리에게 양면성을 갖는다. 우선 최종 소비재가 아닌 중간재라는 점에서 비용 부담을 낮춰 경제에 긍정적이다. 반면 수요 부진이 유가 하락의 원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든, 장기든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가 하락은 그 자체가 아닌 유가 하락의 원인 때문에 부정적으로 해석됐다.

최근 유가 하락은 단면성을 가진다. 유가 하락의 원인에는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 달러화 강세 등이 있지만 그냥 좋다. 부정적인 점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공급 축소 쇼크가 아닌 공급 증가 서프라이즈 상황이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영향력 감소, 비OPEC 국가들의 증산, 그리고 미국 원유 수출 가능성 등 복합적 상황이 발생했다. 40년 전 오일 쇼크(oil shock)가 오일 서프라이즈(oil surprise)로 반전됐다.

한국과 같은 비산유국의 수혜가 더 크다. 유가 하락은 비용 하락으로 연계되기 때문이다. 일부 정유나 화학업종의 경우 재고 손실이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1회성 요인이기 때문에 이들 업종도 비용 감소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바람직하다. 참고로 주요국의 2013년 원유 수입 금액(연평균 달러로 환산)은 미국 2728억 달러, 중국 2195억 달러, 인도 1480억 달러, 일본 1384억 달러, 한국 992억 달러다.

향후 유가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달러 강세와 OPEC의 감산 여부다. 우선 달러 강세부터 생각해보자.

모든 상품은 달러로 가치가 표시된다. 그래서 상품 가격을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달러화의 향방이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는 최소 내년 중반까지는 완만한 달러 강세를 전망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 정도 진행된 유가 하락을 두고 과도하다, 아니다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70달러대의 유가는 현재 달러화 수준을 감안할 때 최근 20년간 평균적인 위치다. 평균이라 함은 과도와 결핍의 중간 상태로 유가가 지나치게 높았던 현상이 정상으로 복귀된 수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달러화 강세가 추가로 진행될 경우 유가의 하향 안정화 기조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국제 유가는 달러화 움직임만 놓고 본다면 60~70달러대가 적정하다는 평가다.
[INVEST STRATEGY] 유가 70달러 시대 배경과 전망
국제 유가는 달러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OPEC의 감산 논의가 본격화되면 다시 반등할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 카르텔이라는 전략은 매우 위험하다. 한쪽이 배신하면 나머지 참여자들은 손해를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르텔이 유지되는 이유는 보복 때문이다. 카르텔을 깬 대상자에게 모든 참여자들이 보복함으로써 이탈을 방지한다. OPEC도 그런 방식으로 유지되는 조직이다.


수출주 비중 확대해야
OPEC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태도에 기인한다. 그런데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OPEC 내에서는 증산과 감산이 맞서며 하나의 목소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증산 쪽으로 다소 기울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논리는 간단하다. 비OPEC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감산이 오히려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OPEC의 원유 생산 비중과 유가 간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감산이 능사가 아니라는 논리다. 점유율 확대로 가격 통제 기능을 회복해 장기적으로 유가 하락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더불어 사우디아라비아는 증산을 통해 약탈적 가격 책정(predatory pricing)으로 셰일오일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 단가는 배럴당 10달러 이하로 30~40달러인 셰일오일 대비 매우 낮다. 가격 하락을 유발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전통 산유국의 위엄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격차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노림수는 실제로 셰일오일 등에 대한 투자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가운데 에너지 섹터 기업의 전체 기업 내 설비투자(CAPEX) 비중은 올해 3분기 말 32%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에너지 기업들의 설비투자 비중은 유가에 철저히 연동된다는 사실이다. 기름이 싸지면 에너지 투자(신·재생에너지 포함)가 이연되고 줄어든다. 유가와 에너지 섹터의 설비투자 비중 간 상관계수는 무려 0.96에 달한다. 추가 유가 하락은 설비투자 감소를 유인해 높은 진입 장벽 형성에 도움이 된다.

미국 달러화는 내년 상반기까지 강세 흐름이 예상된다. 경기 호조로 양적완화(QE) 종료에 이어 내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한 전망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산유국들의 에너지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우려해 증산 정책을 유지할 듯하다. 국제 유가는 당분간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연말에서 내년 1분기까지의 한국 주식시장이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달러화, 유가 등이 최근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엔저가 우려됐으나, 최근 원화도 동반 약세로 전환돼 환율에 대한 우려는 다소 희석됐다. 유가 하락은 원유 순수입국인 한국에 비용 감소로 작용한다.

단기적으로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소비 증가를 기대한다. 미국 연말 쇼핑 시즌이 어느 때보다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의 배경에도 유가 하락이 중심에 있다. 미국 전미소매협회(NRF)에 따르면 미국인은 2014년 쇼핑 시즌에 전년 대비 4.1% 증가한 6170억 달러를 소비해 2013년 3.1%보다 1%포인트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수출주(대형주)에 대한 비중 확대도 유효해 보인다. 글로벌 전체적으로 국제 유가 하락이 소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 투자 전략이다. 과거 추이에 의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 1.0배(코스피 1880포인트 내외 추정)가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해왔다. 국내외적으로 큰 위기가 도래했던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1배가 붕괴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인내하면 시세 차익이 나오는 단기 회복 구간이었다.

따라서 코스피가 1900선에 근접하면 평소 눈여겨보던 주식을 싸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다. 국제 유가, 환율의 움직임이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 나아가 글로벌 경기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