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듀폰과의 지지부진한 소송전이 마무리 되면서 그간 실적 개선을 기대한 시장에 크게 부응하지 못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Stock X-Ray] 코오롱인더스트리 족쇄 풀고 날아오를까?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초 5만 원대 초반이던 주가가 5월 초 듀폰과의 소송 합의 효과로 한때 7만 원을 상회하며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 이후 한 달간 조정세를 보여 6월 말 현재 주가는 6만 원대 중반에서 엎치락뒤치락 하지만, 펀더멘털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시장의 평가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9년 말 코오롱이 인적분할을 하면서 설립된 회사로, 코오롱은 당시 주요 사업을 이전하고,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주요 사업으로 산업자재와 화학, 필름·전자재료, 패션 부문을 영위하면서 그룹 내 핵심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로는 자동차 시트 원단 사업을 하는 코오롱글로텍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제조하는 코오롱플라스틱, 타이어코드지와 자동차용 에어백을 생산, 판매하는 중국 난징법인, 의류소재 폴리에스터 필라멘트사(NF)와 나일론 필라멘트사(PF)의 원사 원단을 가공하는 코오롱패션머티리얼 등이 있다.

회사의 산업자재 부문은 에어백(쿠션), 타이어코드(타이어 보강재), 카시트(연결법인 코오롱글로텍), 샤무드(인공피혁), 스판본드, 엔지니어링플라스틱(연결법인 코오롱플라스틱), 아라미드(방탕, 광케이블, 호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에어백 원단의 주요 고객사는 오토리브와 TRW다. 에어백 원단은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이 약 40%로 1위이며, 향후 사이드 에어백 생산도 시작해 마진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드 에어백의 경우, 코오롱인더스트리를 포함해 3개 업체만 생산능력(CAPA)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타이어코드는 최근 원재료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격 방어를 하면서 영업이익률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우리는 소재를 만들어 고객사에 판매하는 벤더사이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 고객사 또한 우리 제품에 대한 가격 인하를 요구한다”며 “이러한 차원에서 제품의 가격 방어가 이뤄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폴리에스터 카시트와 폴리프로필렌 섬유를 생산하는 코오롱글로텍은 현대·기아차가 중국 공장을 증설하면서 수혜가 예상된다. 샤무드(인공피혁)와 스판본드(폴리에스터 부직포)는 매출 비중은 작지만 1분기에 10% 이상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국내 독점 생산이라는 경쟁력이 있다. 특히, 아라미드는 글로벌 수요가 약 7만 톤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생산능력은 5000톤으로 알려졌다.

화학 부문은 석유수지, 하이레놀, 하이록시, 건자재(PU, TPU), 복합소재(GRP관, 맨홀) 등을 생산, 판매한다. 이 중 석유수지가 약 80%를 차지하는데, 석유수지는 접착 성능이 있고, 인체에 무해해 기저귀, 종이컵 등에 쓰인다.

필름·전자재료는 폴리에스 필름, 나일론 필름, 백라이트용 광학소재 및 DFR, 증착 필름 등 후가공 필름을 생산, 판매하고 있으며, 패션 부문에선 스포츠, 아웃도어, 캐주얼, 신사복, 숙녀복, 잡화 등을 유통하고, 명품을 수입, 판매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따르면 산업자재 부문은 일부 주력 제품의 수출 비중이 높아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받으나, 수출 지역 다변화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고, 더불어 탄탄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또 화학은 국내 유일의 석유수지 제조업체로서 30여 년의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사로부터 우수한 품질의 제품으로 인정받는 등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패션 부문 중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국내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로 노스페이스, K2, 블랙야크, 네파 등 4개 브랜드와 함께 시장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리딩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를 바탕으로 종속 계열사들과 각 사업 부문에서 고르게 성장했다. 회사는 2014년 연결기준 매출 5조3380억 원에 영업이익 1690억 원을 달성했다. 이 중 산업자재 순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6690억 원, 840억 원이며, 화학 부문은 영업이익 1조2740억 원, 영업이익은 910억 원을 기록했다.

또 필름·전자재료 부문에서 회사는 순매출 6150억 원을 기록한 한편, 영업이익은 71억 원의 적자를 보였고, 패션 부문에서 순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490억 원, 628억 원을 거둬들였다. 다만, 기타 의류소재 등에서 코오롱인터스트리는 5307억 원의 순매출을 기록한 반면, 618억 원의 영업이익 손실을 입었다.

올 1분기 회사는 산업자재와 화학 부문에서 각각 325억 원, 28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필름·전자와 패션 부문에서는 4억8380억 원과 13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회사는 기타 의류소재 부문에서 55억 원의 영업이익 손실을 봤지만, 작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은 크게 줄였다.


1분기 깜짝 실적, 저평가 그늘 벗어나
이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전반적인 실적은 보다 개선될 전망이다. 깜짝 실적이 나온 올 1분기와 이후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1조2006억 원과 695억 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500억 원) 대비 39% 늘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국제 유가 하락에 원재료 가격은 떨어졌지만, 산업자재와 화학제품 판매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돼 마진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회사는 2009년부터 6년간 듀폰사의 방탄용 첨단소재 ‘아라미드’ 영업비밀 유출에서 촉발된 소송이 5월 초 합의로 취하되면서 저평가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번 소송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그간 큰 손실을 감수해 온 것은 사실이다. 듀폰사에 자산을 압류당하면서 7000만 달러(750억 원)의 매출 채권이 강제 집행됐고, 매년 400억~500억 원 규모의 변호사 비용도 고정적으로 지출해 왔다. 합의금으로 압류된 7000만 달러를 제외한 2억9000만 달러(3185억 원)를 향후 5년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부담은 아직 남아 있다.

시장에서의 신뢰도와 아라미드 등 신소재 개발 투자도 위축되는 등 후폭풍도 그만큼 컸다. 이번 소송 종료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미국 시장 영업과 해외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앞서 “작년 6월 완공한 충남 대산공장의 석유수지 3만 톤 증설분이 현재 100% 가동되고 있고, 생산 물량 전체가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2분기 실적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듀폰과의 아라미드 소송 여파로 미국 시장에서 제약을 받았지만, 소송을 끝낸 만큼 2분기 이후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Stock X-Ray] 코오롱인더스트리 족쇄 풀고 날아오를까?
나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