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8월 1일 사업형 지주회사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미래 성장 가치를 바라보는 시선에 담긴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통합 SK는 날개를 달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범석
일러스트 김범석
‘옥상옥’ 지배구조를 벗어난 SK그룹이 재무구조 개선과 신성장 동력 집중 등 경쟁력을 끌어올릴 채비를 끝마쳤다. SK C&C와 SK(주) 간 합병 안건이 지분 가치 훼손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26일 각사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통합 SK의 미래 성장 가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SK(주) 참석 주주 86.9%, SK C&C 참석 주주 90.8%는 원안인 합병에 대해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다.

SK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지주회사인 SK(주)의 최대 주주에 SK C&C가 오르며 그간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번 합병으로 그룹은 완벽한 사업형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된 셈이다.

총 자산 13조2000억 원 규모가 될 새로운 지주회사는 SK 브랜드의 상징성과 그룹 정체성 유지 차원에서 사명을 SK(주)로 결정하고, 주주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SK C&C가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역량 기반의 사업 기회와 SK(주)가 보유한 자원의 결합이 불러올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통합 전 SK(주)의 주요 수익원은 자회사 실적에 따른 배당 수익과 상표권 사용 수익이었다.

양사는 합병 후에도 1사 2체제 형태로 운영된다. 조대식 SK(주) 사장과 박정호 SK C&C 사장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는 물론, 사옥도 SK(주)는 SK 종로구 서린빌딩을, SK C&C는 경기도 분당 빌딩을 그대로 사용한다.

조대식 사장은 “통합 지주회사는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 원과 세전 이익 10조 원 달성 및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정보기술(IT) 서비스, ICT 융합, 액화천연가스(LNG) 밸류 체인(value chain),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모듈 등 5대 성장 분야를 중점 육성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박정호 사장은 “ICT 기반 사업과 SK(주)의 풍부한 재원을 통해 글로벌 사업형 지주회사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사는 8월 1일 SK C&C가 SK(주)를 1대0.74의 비율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했다. 합병에 따라 배정되는 신주는 8월 14일 교부되며, 합병 법인 상장 예정일은 8월 17일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오너십도 지배구조상 강화된다. 현재 SK C&C의 최대 주주인 최 회장은 지분 32.92%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통합 SK에서도 23.2%의 지분으로 최대 주주가 된다.


지배구조 안정화에 높은 점수
사업형 지주회사가 강력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 개발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에 업계는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증권업계는 통합 SK 법인이 지주사로서 프리미엄을 갖는 등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합병 발표 이후 두 달간 양사의 주가는 모두 급등한 바 있다.

SK C&C의 경우, 지난 4월 21일 종가 기준 24만5000원에서 한 달 후 25만2000원을 찍고 6월 22일 28만1500원까지 오르면서 7월 22일 현재 30만2500원이다. SK(주)도 같은 기간인 4월 21일 종가 기준 17만8000원에서 6월 22일 19만2300원을 찍고 7월 22일 22만500원까지 올랐다. 관전 포인트는 통합 SK를 필두로,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경쟁력 강화, 재무 안전성 확보 등이다.

업계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지주회사에 대한 대주주의 직접 지배가 안정화됨으로써, 그룹 책임 경영이 강화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 SK C&C의 ICT 기반 사업 기회와 SK의 자금력이 신성장 동력 확대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종합 IT 서비스 기업인 SK C&C는 최근 들어 보안 서비스와 중고차 유통 및 반도체 모듈 사업 등의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왔다. 해외 시장 진출 확대와 ICT 융합 서비스 영역으로의 확장도 적극 모색 중이다.

앞서 합병 전 양사는 물류와 핀테크(fintech) 등을 포함한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주회사를 제외한 SK C&C의 경우, 산업 생산시설·에너지 관리영역을 한데 묶은 ‘융합 보안 플랫폼’,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물류량 예측 및 운송 최적화 등 ‘융합물류 ICT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 합병에 따른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도 기대된다. 지난해 198%에 달한 SK C&C의 부채 비율이 합병 이후 46% 수준으로 급감하게 되고, 현금흐름(EBITDA)도 지난해 SK C&C와 SK(주)가 각각 3000억 원, 9000억 원을 창출한 것을 감안하면 통합 SK의 현금흐름은 연간 1조2000억 원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증권업계는 기존 IT 서비스와 반도체에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 반도체 소재 등이 통합 SK의 실적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HMC투자증권 김영우 애널리스트는 “통합 SK는 신성장 비즈니스를 적극 발굴하고 육성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매년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하고, 배당과 자본투자(CAPEX), 이자비용까지 모두 지급한 이후에도 연 7000억 원 수준의 현금이 쌓이는 구조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및 신사업 진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어 “SK그룹은 뛰어난 ICT 역량을 중심으로 IT 서비스, 융합 보안, 스마트 물류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며 “LNG, 제약, 반도체 소재, 반도체 모듈 등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에서의 성장동력을 집중적으로 발굴, 투자하고,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를 강화할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에너지·통신 사업 침체가 변수
통합 후 그룹 내 지주사는 에너지·화학, ICT·반도체, 마케팅·서비스 등 3가지 사업군에서 여전히 강력한 지위를 이어가게 된다.

통합 SK는 에너지·화학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33%), SK E&S(100%), SKC(42%)를, ICT·반도체 사업 계열에서 SK텔레콤(25%), 인포섹(100%), 에센코어(EssenCore, 100%)의 최대 주주에 자리하며, 마케팅·서비스 계열인 SK네트웍스(39%), SK건설(45%), SK해운(83%), SK증권(10%), SK바이오팜(100%)도 이끈다.

SK C&C의 2013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252억 원으로, 지난해에는 2715억 원을 달성했다. 올 1분기에만 SK C&C는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772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555억 대비 217억 원 더 벌어들였다. 통합 전 SK(주)도 2013년 3조5744억 원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지난해 2조3690억 원과 올 1분기 1조67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는 향후 그룹 내 SK바이오팜과 에센코어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신약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에센코어는 사업 성장이 벌써부터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 이하 계열사 실적이 통합 SK의 미래 성장 가치에 직결되는 만큼 계열사의 역할은 중요해졌다. 2020년까지 매출 200조 원, 세전 이익 10조 원 달성과 신성장 동력 집중 육성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투자 전 업황 등 변수는 여전히 산재해 있다.
[Stok X-Ray] 통합 SK 주가 날개 달까
[Stok X-Ray] 통합 SK 주가 날개 달까
[Stok X-Ray] 통합 SK 주가 날개 달까
나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