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수비보다 훌륭한 투자 전략은 없다.’ 에셋디자인투자자문의 투자 철학이다. 잃지 않는 투자를 운용 목표로 설정하고 중위험·중수익 투자자를 통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최정용(41) 에셋디자인투자자문 대표는 “늘 두려움을 갖고 투자한다”고 말했다.
[Asset market leader] 최정용 에셋디자인투자자문 대표 “외부 변수에 강한 중소형주 매력”
“월스트리트 속담에 ‘상승장과 하락장 모두에서 수익을 낸 사람도 욕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돈을 잃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는 시장보다 조금 더 수익을 내고, 하락장에서는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어요.”

무릇 투자자문사의 역할만 놓고 본다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결과에 따라 웃을 수도, 울 수도 있는 문제다. 바꿔 말하면, 이 당연한 논리도 투자자문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정용 에셋디자인투자자문(이하 에셋디자인) 대표는 “중위험·중수익의 투자를 통해 예금금리에 플러스알파(+α)의 절대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지나친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한 마음으로 또박또박 수익 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을 이었다.

이를 위해 에셋디자인은 기업 탐방에 심혈을 기울인다. 기업 탐방을 통해 해당 기업과 산업의 변화를 추적하다 보면, 어느새 시대 변화의 흐름까지도 읽게 된다는 것이다.

또 금리와 환율, 유가 등 대외 경제변수는 말할 것도 없고, 기술, 정책, 혁신 등에 따라 기업 경쟁 환경의 틀 자체가 변하는 시대에는 기업만이 아닌, 투자자도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투자도 욕심을 내면 바로 대가를 치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미덕은 겸손”이라며 “운용을 잘하는 회사도 좋지만, 리서치를 잘하는 회사로 알려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에셋디자인은 리서치 인력 6명이 연간 400개의 기업을 약 800회 이상 탐방하고 있다. 인원은 적지만, 한 주에 1명이 두세 번은 꼭 기업 탐방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도 참고만 할 뿐, 직접 발로 뛰며 확인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에셋디자인은 1900여 개 상장사 중 애널리스트가 커버하지 못하는 종목이 반드시 있고, 여기서 보석을 찾아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한 해 만에 수탁고 4배 ‘훌쩍’

에셋디자인은 지난 2009년 설립 첫해 목표 설정액인 60억 원을 훌쩍 넘는 400억 원을 끌어들이며 이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밝힌 투자자문사 순위에서 당기순이익 23억3000만 원, 자기자본 103억 원으로 각각 8위와 11위에 올랐고, 같은 해 3월에는 수협중앙회를 통해 첫 기관 계좌를 받은 것을 계기로 다른 기관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최 대표의 전언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회사는 설립 6년을 맞은 올해 수탁고가 지난해 900억 원 대비 4배를 훌쩍 뛰어넘은 40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개인 고객만 2000억 원 규모로, 전체 자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뚜렷한 미디어와 뷰티 등의 콘텐츠 관련주에 투자해 최근 1년간 수익률만 20% 중후반대를 기록 중이다.

에셋디자인의 운용 전략은 한마디로 고객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매매는 단기적으로 하되 기업 전망은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투자한다는 데 있다. 최 대표는 “금융인들이 금융 지식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귀띔했다.

즉 “돈 잘 버는 좋은 기업을 싸게 사야 하는데, 간혹 과정에서 혹자들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보고 가치투자가 아니라고 되묻는다”며 “그게 바로 금융지식에 매몰됐다는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저성장 시대에는 단순히 이익률에서 성장을 보이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는 게 최 대표의 지론이다.

최 대표는 “종합주가지수는 박스권에서 맴돌더라도 흥하고 쇠락하는 테마는 항상 변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첨언했다. 조선, 중공업 등 전통적인 제조 산업보다 미디어 산업과 바이오 제약 등 콘텐츠 그룹의 성장세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셋디자인은 지난해 1월부터 CJ(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CJ프레시웨이, CJ푸드빌 등 소비와 관련된 다양한 기업을 보유하고 있기에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것으로 경박단소(輕薄短小)의 대표 주자이기 때문이란다.
[Asset market leader] 최정용 에셋디자인투자자문 대표 “외부 변수에 강한 중소형주 매력”
투자 시장에서 주식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게 최 대표의 얘기다. 지수가 밴드에 갇혀 있지만, 은행금리가 워낙 낮기 때문에 여전히 주식투자가 매력적이라는 것. 물론 종목별 주가 차별성이 심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리서치가 수반돼야 한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그는 “투자의 난이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 속도도 빨라 좋은 종목이다 싶으면 주가도 빨리 오른다”며 “단기에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종목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 인터넷과 모바일, 정보기술(IT), 바이오 헬스케어 등 다양한 방면에 대해 리서치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투자 철학 때문인지 에셋디자인에는 길게는 3~4년 된 진성 고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 대표는 이런 고객을 위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고객 레터’를 보내거나, 적어도 직접 찾아오는 고객에게는 1시간 30분 정도 직접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스킨십을 이어가고 있다.

돈 잘 버는 ‘경박단소’ 기업 선호

최 대표는 향후 주식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높은 기대감을 가져서는 곤란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할까. 환율과 유가 등 매크로 경제지표 및 외국인 투자의 수급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간 조정을 받았던 중소형주가 매력적이란 분석이다.

이에 더해 그는 최근 유가 급락에 따른 조선·화학·철강·기계·정유 산업의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고, 중후장대형 산업이 많은 우리 경제 구조상 외생변수에 꼼꼼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는 내년 증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최 대표는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높여가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경제가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며 “향후 유망 업종으로는 소비재 전반과 네트워크 기업, 그리고 수출 대형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가장 큰 인기를 얻은 품목은 화장품이었지만 향후 의류, 신발, 제약, 의료 서비스 등이 주목받을 것이며, 구글과 페이스북, 알리바바, 네이버, 카카오 등 네트워크 기업들이 만들어 가는 정보기술(IT) 혁명이 중후장대형 산업을 대신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 중 환율 변동성으로 인해 저평가 되고 있는 기업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시장참여자들의 쏠림현상이 기대되는 종목이기에, 이들 기업에 대한 비중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고 되짚었다.

나원재 기자 nwj@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