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헤지펀드 상품을 출시하는 라임투자자문이 조만간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라임투자자문은 이미 헤지펀드 전문가를 영입했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진검 승부에 대비해 왔다. 원종준(38) 라임투자자문 대표를 만났다.
[Market leader]원종준 라임투자자문 대표 “헤지펀드 시장에서 승부를 내겠습니다”
스스로 스타 매니저 출신이 아니라고 못 박는 원종준 라임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가 잦아졌다. 회사가 여느 투자자문사보다 한 발 앞서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라임투자자문은 지난 7월 투자자문사가 사모펀드 운용사로 등록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준비를 서둘러 왔다. 채널 다변화로 고객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안기면서 신뢰를 쌓겠다는 게 시장 진출의 이유다.

원 대표는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문사의 성패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서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며 “우리의 목표수익률은 10%다”라고 밝혔다. 헤지펀드가 높은 변동성 탓에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기본적으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상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두기 위해 롱쇼트 투자 비중을 절반가량 유지하고, 나머지는 메자닌펀드,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채우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또한 “롱쇼트는 하락장에서 수익이 날 수 있지만, 투자 판단에 따라 손실이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 대표는 헤지펀드 시장 진출을 위해 하반기 이종필 전 HSBC 이사와 김영준 전 대신자산운용 본부장을 영입했다. 이 이사는 HSBC증권과 IBK투자증권, LIG투자자문을 거쳤고, 김 본부장은 대신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와 주식운용본부, 대신증권을 나온 실력파로 업계서도 소문난 전문가다.

원 대표는 사내에 별도의 헤지펀드 그룹을 구축하고, 이들에게 그룹 운영을 전적으로 맡겼다. 그는 “향후 2명의 인력을 헤지펀드에 추가적으로 투입한다는 계획도 세워 놨다”며 “곧 헤지펀드 상품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회사의 대표로서 앞으로 신사업을 발굴하면서 회사가 가야 할 길을 찾는데 몰두할 생각”이라며 “운용 업무 또한 직원들에게 점차 넘길 것이다”라고 했다. 현재 헤지펀드 인력을 제외한 리서치 인력은 10명으로, 그간 주식 운용은 원 대표가 도맡아 왔다.


연평균 10% 수익 내며 급성장
라임투자자문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32억 원으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투자자문사 순위에서 5위에 올랐다. 10월 현재 수탁고는 6600억 원으로, 이 중 1100억 원은 일반 주식형, 5500억 원은 롱쇼트 상품이다. 원 대표는 “기존 자문사들은 딱딱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산뜻하고, 신선한 이미지를 주고 싶어 ‘라임’을 회사명으로 결정했다”고 회사 설립의 배경을 밝혔다.

2005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우리은행에 입사 후 2008년 트러스트자산운용과 이듬해 브레인투자자문 주식운용팀장을 지낸 그는 2012년 8월 라임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투자 철학을 당시 몸담고 있던 회사에서는 펼칠 수 없어 회사를 직접 차렸다는 원 대표는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았지만, 성과 배분 시스템부터 조직문화까지 남들과는 다른 문화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회사의 주주 구성은 대표와 친인척이 37%를, 직원과 직원 가족이 나머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회사는 직원들의 도서구입 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좋은 동영상 강의와 다큐멘터리 등을 함께 보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있다. 연간 해외 기업 탐방과 정보기술(IT)·자동차 행사부터 외국계 증권사 포럼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젊은 패기로 좋은 회사를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처음에는 수탁고가 미미했죠.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눈에 보이는 성장을 했어요.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수탁고가 조금씩 쌓이니까 알아봐주는 분들이 나오더라고요. 잠깐 반짝하는 회사가 아니라고 인정해주신 것 같습니다. 성장하기 전까지는 검증 기간을 거쳤다고 생각해요.”

원 대표는 “그간 투자자문사로서 가치·성장투자 등의 특정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고, 시장 상황에 맞게 회사를 운영해 왔다”며 “현재는 해마다 연평균 10%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이런 라임투자자문사의 투자 철학은 데이터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동원해 산업 트렌드를 분석하는 것. 원 대표는 “이를 통해 변수가 많은 주식시장에서 버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원 대표는 현재 떠오르는 식음료주 외 클라우드주, 은행주, 건자재 관련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한편 자동차주, 조선·철강주, 제약주, 바이오주는 고민해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클라우드 시장은 기업체나 관공서에서 자기 서버를 가지고 있지 않고, 휴대전화와 노트북, 데스크톱으로 실시간 자료를 찾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며 “더존비즈온, 한글과컴퓨터 등이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이다”라고 추천했다.

이와 함께 원 대표는 부동산 시장의 분양과 매매 건수 증가에 따른 건자재 업체들의 여전한 상승 여력도 점쳤다. 아파트를 짓는 데 2년 8개월이 소요된다고 하면, 단계별로 시멘트와 철근, 단열재, 마감재가 주목을 받고, 향후 1~2년 후에는 부엌과 욕실가구, 마루, 창호 등에서 순차적으로 상당한 수요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Market leader]원종준 라임투자자문 대표 “헤지펀드 시장에서 승부를 내겠습니다”
“은행주·증권주 유망하다”
다만, 그는 “제약주, 바이오주는 상반기에 많이 올랐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자동차주도 상반기 반등 폭이 큰 데다, 환율도 떨어져 추가 매수는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밝혔다.

조선·철강·정유주도 부담스럽다는 게 원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조선·철강·정유주도 많이 올랐는데, 지금으로선 바닥에서 20% 이상 올랐기 때문에 부담일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지만, 4분기 때 매도 시점을 잡아 처리하는 것도 좋다”고 밝혔다. 이어 “저에게 지금 당장 무엇을 살 것이냐고 묻는다면 은행과 증권주를 선택하겠다”며 “세계 금융시장에서도 저렴한 편에 속하는 국내 은행주의 경우, 배당수익률이 연말까지 최소 2~4%가 나오기 때문에 충분히 매력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연말까지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놓고 판단했을 때 대형주가 우세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해마다 연말이면 중소형주가 맥을 못 춘다는 게 이유다. 원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신흥국 위기설이 지속되고 있지만,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 원자재 보유국 사정이 더 악화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나원재 기자 nwj@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