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도 요리 방송을 일컫는 ‘쿡방’의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이러한 현상을 저성장기의 공허함을 요리해 먹는 즐거움으로 달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2016년 볕이 드는 투자처는 어디일까.

2015년 대중의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키워드가 무엇이었는지 돌이켜보면 ‘쿡방(출연자들이 직접 요리를 하고 레시피를 공개하는 방송)’과 관련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등 집 안에 있는 간단한 재료로 요리하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었고, 방송에 소개된 레시피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그리고 방송에 나온 셰프들은 순식간에 스타가 됐다. 요리와 무관한 프로그램에서조차 진행자와 게스트가 맛있게 음식을 먹는, 이른바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을 의미하는 신조어)’이 이미 몇 년 전부터 TV를 지배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와 관련해 2015년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 청년 실업, 저물가, 금리 인하 등 여러 가지가 떠오르지만 결국 ‘저성장’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0%까지 낮췄고, 201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쿡방, 먹방의 열풍을 언급한 이유는 이 역시도 경제의 저성장 국면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 상황을 경제적 관점으로 해석하면 1인 가구 증가와 경기 부진에 따른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사람들은 원초적 욕구인 먹는 것으로 해소한다고 볼 수 있고, 이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저성장’ 시대의 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쿡방, 먹방이 이제 일시적 유행이 아닌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처럼 ‘저성장’이라는 단어 역시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뉴노멀 시대, 일본에서 한 수 배운다
이러한 저성장 이슈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2015년 글로벌 경제는 선진국 중심의 회복세를 보였으나,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착륙 우려가 심화되면서 저성장에 대한 인식이 전보다 보편적으로 확산됐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2014년 1월에 2015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9%로 제시한 바 있으나, 이후 꾸준한 하향 조정을 통해 최근 3.1%까지 낮추게 됐다. 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에 해당한다.

세계 경제는 이제 뉴노멀(new-normal)이라는 명칭으로 저성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투자로 대응해야 자산을 지키고 증식할 수 있을까. ‘저성장’이라는 단어 하나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국가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한국이 일본과 같은 길을 갈 것인지에 대해 아직 단정하긴 어렵다. 일본의 장기 불황은 플라자 합의와 같은 정책 실패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한국과 큰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구조적인 부분이 많이 닮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필요가 있다.

투자의 관점에서 과거 일본 불황기에 나타났던 해외 금융 자산 비중 확대,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성장세, 성장주·중소형주의 초과 성과 등을 주목해야 한다. 저성장과 함께 찾아온 만성적인 일본의 초저금리 기조는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켰다. 불황기에 일본 자국민들은 해외 예금과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큰 폭으로 늘리기 시작했고, 엔 캐리트레이드 규모 역시 급증했다.

현시점에 국내 투자자들의 자산 대부분은 부동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금융 자산은 한국 주식에 집중돼 있다. 한국 주식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 2%에 불과하다. 쉽게 말하자면 100개의 선택지 중 단 2개만을 놓고 고르는 형국이다. 98개의 기회는 외면한 채 말이다.

2016년, 글로벌 자산·중소형주 주목하라
이제는 해외 자산에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미국 주도의 완만한 경기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는 전망하에 주식 중에서도 정책 모멘텀이 있는 선진국 주식시장이 강세를 띨 것으로 예상한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중앙은행(BOJ)은 양적완화(QE)를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는 2016년에도 유럽과 일본의 기업이익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산의 증식보다 중요한 것은 자산을 잃지 않고 지키는 것이다. 따라서 저성장기일수록 변동성 관리가 필수적이다.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가격 붕괴 후 과거의 부동산 선호에서 벗어나 금융 자산에 대한 선호가 확대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부터 중위험·중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들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해외채권, 대안투자 펀드 등의 자금 유입이 증가했고, 일반 펀드보다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월지급식 펀드가 각광을 받고 있다. 2016년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진행되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변동성을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정 수준의 기대수익률을 달성하는 동시에 변동성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주식, 채권, 대안투자 등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는 멀티 인컴 포트폴리오 펀드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시장 대비 상대 수익을 추구하는 베타(β) 개념이 아니라 절대적 수익인 알파(α)를 추구하는 상품들이 2016년에 주목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가 좋을 때는 기업들의 이익은 전반적으로 상승을 보인다. 모두가 성장을 보이는 국면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주식, 가치주가 주목을 받는다. 반대로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저성장 국면에는 성장에 대한 희소성이 부각되며 성장주가 초과 성과를 나타낸다.

대부분의 성장주는 이미 몸집이 커져 버린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위주로 구성된다. 2000년대 일본 증시에서도 약 10년간 중소형주 지수가 대형주 지수 대비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2015년 한국 증시를 보더라도 연초 이후 코스닥 지수의 성과가 코스피 지수의 성과를 20% 이상 압도하고 있다(코스닥 26.30% vs 코스피 3.07%, 2015년 12월 4일 기준). 결국 저성장기에는 성장주,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이다.

저성장기에도 결국 ‘성장’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결국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는 역성장이 아닌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4년 1월에 2015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9%로 제시한 바 있으나, 이후 꾸준한 하향 조정을 통해 최근 3.1%까지 낮추게 됐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에 해당한다.

홍동희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투자자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