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t plan]유병장수 시대의 보장자산
평생 쓸 의료비 중 60%를 60대 이후에 지출한다고 하니 평균수명이 늘었다는 것이 단순히 유쾌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미래를 대비한 보장자산의 선택이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저금리 기조는 사람들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특히 삶의 질 관점에서 볼 때 그렇다.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16%는 12.7년, 여성의 21%는 17.9년을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아픈 상태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수명은 길어지고 있지만 건강하지 못한 수명이 지나치게 길어서 삶의 질이 낮아지는 유병(有病)장수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장수가 재앙이 되지 않기 위해 노후를 위한 금융자산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건강과 보장자산을 점검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화려하게 시작해야 할 인생의 2막을 고통과 우울 가운데 보내게 하는 요인 중 1위는 단연 암이다. 국가암정보센터의 2013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약 3분의 1은 암에 걸린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수치다. 그러나 생존율이 69.4%다. 즉, 암은 더 이상 여생을 병상에 누워 투병해야 하는 공포의 불치병이 아닌 현대인의 만성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암은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흔한’ 질병이 됐지만 치료비 부담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간병비와 생활비, 실직으로 인한 부채, 요양비 등을 고려하면 암 발병으로 인해 드는 비용은 평균 1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비용 부담으로 암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도 13.7%나 된다. 경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의술의 발달도 축복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기본적인 지원을 해주지만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비급여 항목이 많고, 치료비 외에도 소득 상실로 인한 생활비까지 고려하면 암 치료에 대한 경제적인 준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의 암 보험이 암 사망을 집중적으로 보장해주었다면, 최근에는 암을 치료하고 생존 시 생활비를 지급해주는 방식, 기간이 경과될수록 보장 금액이 올라가는 체증형, 재발 암 보험, 간편 심사로 가입하는 유병자 보험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젊어선 비갱신형, 나이 들어선 갱신형으로 보완

암 보험 가입을 위해 여러 고려 사항들이 있는데, 크게는 보험료의 변동성과 환급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 보장성 보험은 보험료의 변동성 여부에 따라 갱신형과 비갱신형으로 양분돼 있다.

갱신형 보험은 연령 증가에 따라 변동되는 위험률을 반영해 갱신 시마다 보험료가 변동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80년 만기 5년 갱신형 상품에 가입했다면, 5년을 주기로 보험료가 변경돼 최대 80세까지 계약이 갱신된다는 뜻이다. 갱신형은 초기 보험료가 저렴하나 위험율에 따라 향후 보험료가 큰 폭으로 인상될 수 있으며 병력, 연령, 보험금 지급 여부 등에 따라 계약이 갱신되지 않는 리스크가 있다. 게다가 납입 기간이 길수록 비갱신형 상품에 비해 총 납입 보험료가 증가하기 때문에 젊은 층보다는 60대 이상의 시니어 층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고령자가 비갱신형 보험을 가입하기에는 보험료가 너무 비싸고 병력이 있는 경우 인수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실버전용 갱신형 보험에 가입해 저렴한 보험료로 실속 있는 보장을 받는 방법이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비갱신형 보험은 납부 기간 동안 보험료가 일정하며 향후 가입자 연령 증가로 인상될 보험료까지 감안해 보험료를 책정한 방식이다. 초기 보험료가 갱신형에 비해 다소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입 시점의 연령을 반영한 변동 없는 보험료로 노후까지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처음 보험에 가입하거나 젊은 층의 경우는 비갱신형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한 번 가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물가상승률에 따른 보장 금액의 화폐가치 하락을 감안해 보장 규모를 점점 업그레이드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에 비갱신형 보험에 가입한 고객이라도 보험의 기간이 짧거나 보장 금액이 약하다면, 암이 자주 발병하는 연령대(50~80세)에 집중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세컨드 보험으로 갱신형 보험을 추가로 가입하는 것이 저렴하게 보장자산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현금흐름 원하면 페이백 기능 활용
보험료가 소멸되는 순수보장성과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받는 만기환급형 중에는 어떤 것이 가입자에게 더 유리할까. 만기환급형은 피보험자가 만기 시점에 생존할 경우에만 환급금 수령이 가능한 구조다.

요즘 같은 100세 보험 시대 만기까지 생존할 확률과 만약 생존해서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받는다고 가정해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화폐가치를 생각하면 만기환급형의 패배가 자명하다. 따라서 만기환급형에 포함된 저축보험료를 줄여 순수보장성으로 가입하고 그 차익은 저축하는 것이 지금까지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납부했던 보험료를 미리 월 지급식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페이백(pay-back) 기능을 탑재한 상품이 출시돼 소멸된 보험료를 비용으로 치부하기 아쉬워하는 또 다른 소비자들의 니즈도 충족시키고 있다. 보험 상품은 동시대의 트렌드와 수요를 빠르게 반영한다. 저금리·고령화 시대로 들어서면서 보장자산과 노후자산을 안전하고 균형 있게 가져가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바람이 선지급 기능을 갖춘 보장성 상품들이 출현하게 된 배경일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보장성 보험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반드시 기존 상품에 비해 더 유리하다고 단정할 순 없다. 높은 보험료로 계약 갱신을 앞둔 것이 아니라면, 굳이 과거의 상품을 해지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다.

평생 쓸 의료비 중 60%를 60대 이후에 지출한다고 한다. 일본은 이미 유병장수 시대를 맞아 재산의 고갈, 질병, 외로움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죽을 날만 기다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힘들게 준비한 노후 자금이 병원비로 소진되는 재앙을 겪지 않으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건강을 관리하고 보장자산을 점검해 꾸준히 리모델링하자.
도성희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방카슈랑스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