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ial Management] 우리의 삶에도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60세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당신에게 60세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 사회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당신의 60세는 어떤 의미인가. 여러 측면에서 60세 이전과 이후는 커다란 변화가 있다. 사회에서, 노동시장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가정에서조차 커다란 인식의 변화가 있고 법적, 제도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다.

60세가 되면 예외는 있겠지만, 사회적으로는 외부 활동보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노동시장에서는 외면 받게 되며, 경제적으로는 자산이 늘기는커녕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가족 구성원 수도 자녀의 결혼이나 독립 등으로 줄어들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도 줄어든다. 이런 변화는 시기만 다를 뿐 누구나 맞게 되는 현상이다. 필자의 아버지도 60세까지는 건강하시더니 60세 이후에 많이 편찮으셨다. 쉽게 다치고, 병원에 자주 다니시더니 결국에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도 한 해 한 해가 다르다며 자식들에게 건강에 신경 쓰라고 당부하신다.

당신 부모님은 어떤가. 당신은 어떨 것 같은가. 우리는 이런 변화를 인지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겨낼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좋은 방법이 ‘삶의 방식을 다운사이징(downsizing lifestyle)하는 것’이다. 삶의 방식 중 강제로 다운사이징 당하는 것은 소득과 사회생활이다. 직장에서의 퇴직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소득과 사회생활은 강제로 다운사이징이 되는데 소비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데 있다. 소비는 본인이 예견해 스스로 다운사이징을 해야 한다. 당신은 어떤 소비 항목을 먼저 줄여야 할까.

당신의 소비 항목을 분석해보면 그 안에 답이 있다. 우리나라 가계의 주요 지출 항목을 크기 순서로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주거 관련 비용(주택 관리비, 전기·수도·광열비, 주택 관련 부채 원금 및 이자, 준거집단 소비 항목, 재산세 등), 자녀 결혼 비용, 교육비, 자동차 관련 비용(자동차 구입비, 자동차세, 유류비, 주차비, 수리비 등), 통신비, 피복비, 의료비, 외식비, 여행 및 문화비, 교통비 등이다. 물론 이는 가계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러한 지출 항목을 분석해 자신에게 맞게 다운사이징을 해야 한다. 주택 크기를 줄이고, 자녀 교육비를 줄이고, 자동차 크기를 줄이거나 없애고, 자녀의 결혼식을 간소화하고, 통신비를 줄이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이때 유의할 점이 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옆집은, 친구는, 직장 동료는, 형제는 하는 식으로 비교하지 말고 당신 스스로 주체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분석해야 한다.
[Financial Management] 우리의 삶에도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지 말고 나 자신의 삶을 살자

소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넓은 집(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적당한 크기의 집으로 이사하는 것이다. 주택 건축물의 면적이 줄어들면 여러 가지 지출도 자동적으로 줄게 된다.

첫째, 유형 자산의 크기가 줄어든다. 우선 냉장고, TV, 자동차, 가구 등의 크기가 줄어들 것이다. 둘째, 주택 관련 각종 비용이 줄어든다. 주택 관련 세금, 주택 관리비, 품위 유지비 등의 비용이 줄어든다. 셋째, 각종 사회적 비용이 줄어든다. 친구들이나 사회단체에서 집을 줄여서 이사하는 사람에게 밥을 사라고 하겠는가, 술을 사라고 하겠는가, 기부금을 내라고 하겠는가. 부모에 대한 자녀들의 기대 또한 줄어든다. 부모가 165.2m²대의 큰 집에서 살면서 자녀들에게 아껴 쓰고 절약하라고 말하는 것과 56.1m²짜리 집에 살면서 검소하게 살라고 말하는 것 중 어느 경우에 더 부모의 말을 귀담아 들을까.

이런 방법이 실제로 가능할까. 가능하다. 많은 분들의 사례를 일일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가능한 경우가 월등하게 많았다. 만일 현재 수준의 삶을 평생 유지하면서 살고 싶다면 집의 규모를 반 정도로 줄이고, 자동차 크기도 반으로 줄이면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다. 그만큼 집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강의나 상담으로 만난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더니 반응이 매우 좋았다.

주택연금이란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동안 매달 연금처럼 노후 자금을 받는 것을 말한다. 2007년에 출시된 이후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2만4000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노후 대비책으로 주택연금 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살 수 있는 역모기지 활용법
2015년 6월을 기준으로 만 60세에 5억 원의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경우 매달 약 114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이 집에 대출금이 남아 있다면 수령하는 금액은 더 적어진다. 시세 정보가 없는 다가구·다세대주택의 경우에도 감정평가를 통해 공시가격이 아닌 시세를 기준으로 월 지급금이 정해진다.

주택연금 월 지급금을 어떤 방식으로 받을지는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정액형, 증가형, 감소형, 전후후박형이 있는데, 자신의 경제활동 계획에 맞춰 가장 적합한 유형을 선택하면 된다. 증가형을 선택할 경우에는 향후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노년기에는 소비와 지출이 줄어들 것이므로 정액형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5억 원을 은행에 예금하면 연 2%의 이자로 월 83만 원을 받게 된다. 이자소득세 및 지방소득세 15.4%를 빼고 나면 받는 금액은 더 적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주택연금 월 지급금은 대출이자 등을 제한 후 순수하게 지급되는 금액이므로 소득에 포함되지 않고, 다른 연금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주택연금 대출이자의 최대 20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단, 주택연금 가입 시에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먼저 주택연금 가입 시 현재 살고 있는 주택에 대해 감정평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감정평가 비용은 소유 주택의 시세 정보나 공시가격이 실제 시세보다 낮다고 판단해 감정평가를 원하는 경우에만 발생한다. 주택연금 가입 시에는 보증료도 납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택가격이 5억 원일 경우 보증료로 주택가격의 1.5%인 750만 원과 보증 잔액의 연 0.75%에 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보증료는 가입 시 1회만 내면 된다.

주택연금에 가입한 후에도 주택의 소유권은 고객에게 있다. 가입자(배우자 포함)가 사망해 정산 시 주택연금 수령액이 주택가격보다 적을 경우 잔여 재산액은 상속인에게 상속되며 주택연금 수령액이 주택가격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상속인에게 청구하지 않고 담보주택을 경매 등의 방법으로 처분한다.

주택연금은 살고 있는 집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노후 생활 자금을 지급하지만 실제로는 집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구조다. 고정 수입이 있을 때 금융자산을 적절히 배분해 저축과 투자를 함께 했다면 노후에 집을 담보로 생활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모든 것을 집에 투자하면 결국 남는 것은 집밖에 없다. 따라서 은퇴 이후에 가진 것이 집 하나뿐이라면 주택연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미리 노후에 대비해 자신의 집도 지키고 은퇴 이후의 삶도 지킬 수 있도록 하자.

효과적인 주택연금 활용법
그럼, 주택과 주택연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2가지 방법을 제시해보겠다. 첫째, 중대형 주택을 가지고 있다면 주택연금보다는 일단 집 크기를 줄이고 차액은 종신지급형 즉시연금에 가입하기를 권한다. 종신지급형 즉시연금은 목돈을 맡긴 뒤, 가입자가 정한 기간 또는 사망 시까지 일정액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생명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연금보험 상품이다.

예를 들어보면, 현재(2015년 6월) 분당 소재의 109.0m², 시세 5억 원의 아파트를 보유한 만 60세의 남성이 주택연금 가입 시 노후를 설계한다면 매달 약 114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에 아파트 크기를 줄여 분당의 52.8m², 시세 2억8000만 원의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남은 차액 2억2000만 원으로 종신지급형 즉시연금(10년 보증 표준이율)에 가입한다면 매달 92만 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이 즉시연금보다 매달 약 2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택 다운사이징으로 인한 관리비 및 세금 절감 등을 감안하면 실제 쓸 수 있는 금액은 큰 차이가 없다. 이와 더불어 주택을 다운사이징하면 생활비도 줄일 수 있다. 중대형 아파트에 살면 아무래도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 평균 소비가 커진다. 하지만 소형 아파트로 이사하면 큰 집에 살면서 준거집단에 따라 무심코 하던 소비를 자제하게 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면 소형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이 불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에 대한 두려움만 있을 뿐 실제로 대비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은퇴에 대해서 회사를 퇴직하는 달까지는 급여가 나오기 때문에 급여가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만 있지 돈이 없어진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다음 달이 돼 매달 25일 꼬박꼬박 찍히던 급여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현실을 깨닫게 된다. 삶을 다운사이징 해 은퇴 후 삶을 대비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종윤 한국재무설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