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Banker]조규송 우리은행 WM사업단 상무

우리은행 조규송 “비대면 자산관리로 승부 건다”
우리은행이 자산관리 분야에서의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 점포를 찾지 않는 고객들을
앉아서 기다리는 대신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나 온라인 자산관리센터 등 비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쉽고 빠른 자산관리 서비스의 트렌드를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차(車, 증권)와 포(包, 보험)를 떼고 자산관리라는 장기판에 앉았다. 이종업종 간 복합 금융이 뜨거운 화두가 된 금융시장에서 우리은행이 마주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WM(자산관리)사업단을 지난해 12월부터 이끌고 있는 조규송(54) 우리은행 상무는 37년간 영업현장에서 야전생활을 한 영업통으로, 열세로 지적될 수 있는 이 같은 상황을 반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책상머리에서 끄적거리며 고객을 위한 상품을 구상하는 대신 비대면 채널의 활성화로 고객들과 좀 더 밀착해 쉽고 빠른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한 것.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이끌 로보어드바이저와 부동산, 세무, 가업승계, 상속·증여 등 전문 상담과 펀드 상품 문의 및 가입 등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자산관리센터가 비대면 채널을 이끌 전진 기지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그동안 자산관리 분야의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세부적인 플랜을 조율해 왔으며, 7월경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관리 분야에서 다소 정체기에 머물렀던 우리은행이 7월을 기점으로 대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이미 상당한 우군들을 확보한 상태다. 올해 1월에는 저축은행중앙회와 포괄적인 업무 제휴를 체결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저축은행 정기예금 편입 등 상품 라인을 다양화할 수 있게 틀을 만들었으며, 앞서 지난해에는 현대캐피탈과 대출 연계 영업을 위한 업무 제휴를 맺기도 했다. 삼성증권과 진행하고 있는 복합점포도 순항을 거듭하며 연내 10호점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 상무는 자산관리 분야에서 우리은행의 약진을 자신했다. 영업현장의 경험을 녹여낸 고객 눈높이의 비대면 채널 전략이 자산관리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우리은행이 자산관리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WM사업단을 꾸린 지 3년이 됐고, 조 상무님이 사업단을 맡은 지 7개월째인데 지금까지의 성과를 평가해주시죠.
“사실 7개월 만에 성과를 논하기는 힘들어요. 그래도 2가지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나 싶어요. 첫째는 현재의 먹거리죠. 현재와 같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원의 다변화와 안정성 확보가 절실해요. WM사업단의 주요 상품 및 수익원은 펀드와 방카슈랑스 등에서 발생한 비이자 수익인데 최근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요.
실제 전년과 대비해 펀드는 1조3000억 원이 증가해 전체 은행 중 증가 실적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방카슈랑스는 전년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5월 말 기준으로 은행권 1위의 판매실적(381억 원)을 기록했죠.
둘째는 미래의 먹거리 창출이에요. 알다시피 최근 자산관리 시장에 있어서 가장 큰 화두는 로보어드바이저 등과 같은 신개념의 자산관리 서비스잖아요. 당장 큰 수익으로 연결되기는 어렵겠지만,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요. 우리은행은 지난 3월 로보어드바이저 베타 버전을 선보였는데 금융감독원에서 진행하는 수익률 평가가 끝난 후 이르면 오는 12월경에 알파 정식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에요.”

조 상무님은 영업통으로서 다소 정체돼 있던 WM사업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계신데,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요.
“영업현장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WM 사업에 접목시키려고 고민 중이에요. 현장에서 고객의 요구는 자산관리를 편하고 빠르게 했으면 좋겠고, 수익률도 어느 정도 나와야 한다는 거예요. 이에 우리은행은 올해 WM 분야에서 비대면 자산관리 강화, 고객수익률 제고, WM 상품경쟁력 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영업현장에서 본점으로 들어와 제일 먼저 한 게 은행 어느 창구에서도 펀드 상품을 완전판매로 제대로 팔 수 있게끔 하는 거였는데 펀드를 팔 수 있는 창구직원의 비율을 22%에서 40% 수준으로 올려놨어요. 하지만 최근 고객들의 니즈를 보면 집에서도 편하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거든요. 시간에 쫓겨 지점에 오기 힘들 때 집에서 화면을 띄워 놓고 클릭만으로 펀드 상품에 가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거죠.
이를 위해 비대면 자산관리를 강화하려고 해요. 시중은행 중 고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를 가장 먼저 도입해 현재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고, 온라인 자산관리센터를 오픈해 비대면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들에 대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폭 강화했어요. 또 연내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투자 환경을 전면 개편하고, 위비뱅크 채널을 통해 다양한 자산관리 상품도 론칭할 계획이고요.
고객 수익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수익률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손실 계좌 발생 시 전담직원이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이러한 손실 계좌 사후관리 및 고객 수익률 향상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해 고객 수익률 중시 문화를 구축하고 있죠. WM 상품 경쟁력을 위해 본부에 있는 자산관리 전문 인력을 영업본부별로 매칭해 수익률을 공동 관리하도록 하고 있고요.”

뱅커로서 그간의 경험은 조직 운영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데 ‘뱅커 조규송’은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주로 영업현장에서 근무했어요. 충청도에서만 쭉 근무해 왔기 때문에 역사적(?)인 사건은 없어요. 주변 분들이 저를 돌격형이라고 불러요. 1978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옛 한일은행에 입행했는데 그 해 청주대 영어영문학과를 야학으로 다녔어요. 주변에서 은행이나 대학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충고도 하셨지만 결국 끈기 있게 대학교를 마쳤죠. (웃음) 충주, 청주, 천안 등을 거쳐 대전지점장을 하게 됐는데 대전에는 기관들이 많았거든요. 기관영업에 공을 많이 들였죠.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2013년 대전충청남부영업본부장에 오른 뒤 지역본부 33개 본부 중에서 1등을 두 번(2014· 2015년)이나 하게 됐죠. 저는 직원들의 의사를 존중해요. 직원들이 피동적으로 따르게 되면 영업실적은 오래가지 못 하더라고요.
우리은행 WM의 브랜드가 ‘투 체어스(Two-Chairs)’잖아요. 화가 반 고흐의 그림 ‘두 개의 의자’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해요. 한 마디로 자산관리를 ‘고객 곁에서 평생 책임지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거죠. 영업현장에서 쌓은 오랜 경험은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우리은행 조규송 “비대면 자산관리로 승부 건다”
타 금융사와 차별되는 우리은행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우리은행의 자산관리는 역사가 깊어요. 200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가죠. WM 브랜드 ‘투 체어스’는 2002년에 탄생했고요. 오랜 역사에 걸맞게 고객들이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대부분의 영업점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죠. 총 626개 지점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영업점에 배치된 800여 명의 예금팀장이 자산관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니까. 다른 은행은 금융수신 3억 원 이상 고객에게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우리은행은 올해 초 기존 1억 원 이상 고객에서 5000만 원 이상 고객으로 자산관리 서비스가 확대됐죠. 사실 고객군 중 상당수가 적정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잖아요. 대표적인 분들이 금융자산 5000만 원에서 1억 원 사이에 있는 준자산가 고객이에요. 이분들에 대한 전담 관리를 통해 고객 자산의 질적, 양적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거죠. 이를 위해 각 영업점에 자산관리전문가(AM)를 올해 초에 지정해 집중 육성하고 역량 강화를 위해 의무집합 연수 및 화상 연수를 연중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어요. 2016년 상반기에는 파일럿 운영 기간으로 진행했는데, 하반기에는 약 23만 명의 준자산가 고객들의 자산을 전담 관리하게 될 거예요.
또 7월을 기점으로 자산관리 분야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 같아요.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고객과 함께 만드는 사모펀드’ 행사와 ‘로보어드바이저 알파 고객 체험’ 행사를 실시했고, 조기 상환이 가능한 ‘리자드 주가연계펀드(ELF)’ 상품과 위비뱅크 전용 펀드도 출시할 거예요. 기업금융의 강점을 바탕으로 대학·병원·법인 대상 방카슈랑스 보험 판매, 사모펀드 영업, 가업승계 및 기업 임직원 대상 자산관리 세미나도 강화할 거고요.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은퇴 상품의 라인업을 가다듬기 위해 가동했던 TF의 결과물도 조만간 보게 될 텐데 기대해도 좋습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과정 속에서 증권, 보험 등 자회사들이 매각돼 복합금융의 경쟁력이 다소 취약해졌다는 평가도 있는데 이에 대한 향후 보완 계획은 무엇인가요.
“시장 일부의 평가에 대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기우라고 생각해요. 현재 총 6곳에서 운영 중인 삼성증권과의 복합점포는 은행과 증권사 간 서로 취급하지 않는 상품에 대해 연계해주면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죠. 은행은 주식, 채권 등 직접투자를 원하는 고객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증권은 대출, 외환 등 니즈가 있는 고객에게 은행을 소개해주는 식이에요. 연내 복합점포 수를 총 10개까지 확대 추진할 겁니다.
펀드 추천 측면에서는 영업현장 직원, 우리금융연구소, 각 영업부서 직원 등 20여 명이 한 달에 한 번씩 자산배분전략위원회를 열어요. 이후 펀드영업전략협의회와 추천펀드협의회 등을 거쳐 고객들에게 펀드를 추천하죠. 앞으로는 좀 더 시장 선도적인 상품 개발도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솔직히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우리은행의 은퇴 설계 브랜드인 ‘웰리치100’이 고객들에게 제대로 어필되지 못하는 점이 있어요. 이에 TF팀을 꾸려 타 금융사의 은퇴 상품들을 벤치마킹하고 고객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해 하반기에는 ‘WM 시스템’이라는 은퇴 설계 상품의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에요.”

우리은행의 자산관리 분야의 중장기적인 플랜은 무엇인가요. 또 비대면 채널의 증가로 고객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양말을 꿰매는데 조각조각 구멍 난 부분만 메우지 마라. 전체적으로 문제가 무엇인지를 보고 제대로 수선하라’고 말이죠. 대세는 비대면이에요. 고객들이 원하는 쪽으로 자산관리도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
우선 비대면 채널을 통합해 관리하는 온라인 자산관리센터 등을 통해 비대면 채널에 익숙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펀드 및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위주의 컨설팅 및 상품 제안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특정 고객군을 대상으로 단순 상품 판매 채널이 아닌 전체적인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전담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현재 프로세스 및 전산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요.
고객군도 세분화할 거예요. 금융자산 5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 준자산가, 1억 원 이상 자산가에 더해 20억 원 이상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어요. 고액자산가의 경우 서울 지역에만 1000명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지점당 한두 분의 고객을 본점의 자문센터나 패밀리오피스센터에서 특별 관리하거나, 태블릿PC를 들고 고객에게 직접 찾아가 부동산, 세무, 가업승계, 자산관리 등 토털 서비스를 진행해 드릴 계획이에요. 물론 수도권의 신도시 및 지방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기존 투 체어스 영업점의 확대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겁니다.”

앞으로 자산관리 분야에서 우리은행의 행보가 어떨지 궁금하네요.
“향후 자산관리 시장의 흐름은 2가지의 상반된 특성을 가지고 발전해 나갈 거예요. 바로 대중화와 전문화라는 측면이죠. 기존 소수 고액자산가들에게 집중됐던 자산관리 서비스는 전 국민에 대한 일반화된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활성화가 그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이처럼 자산관리 서비스는 대중화의 길을 걷겠지만 역으로 기존 프라이빗뱅킹(PB) 영업의 대면 서비스는 더욱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될 겁니다.
우리은행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요. 온라인 자산관리센터 확대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활성화 등을 통해 보다 쉽고 간편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불어 프라이빗뱅커(PB)에 대한 전문 교육을 강화할 거예요. 최종적으로 우리은행은 고객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최적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로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해 나갈 겁니다.”

조규송 상무는…
1960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청주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78년에 옛 한일은행에 입행했으며, 주경야독으로 청주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청주, 속초, 천안, 대전 등 충청도를 무대로 영업현장을 돌았으며, 청주지점장과 대전지점장을 거쳐 2013년 6월 대전충청남부영업본부장에 올랐다. 37년간 야전생활을 마치고 2015년 12월부터 우리은행의 자산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WM사업단 상무의 중책을 맡았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