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으로 브렉시트를 즐겨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브렉시트’의 서막이 열렸다. 글로벌 증시는 변동성에 출렁거리고
투자자들은 방향타를 잃어버렸다. 변동성을 피할 수 없다면 그에 맞는 투자 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다.

지난 6월 23일 영국의 국민투표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된 이후 글로벌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개표 직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브리메인(Bremain: 영국의 EU 잔류)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됐고, 대부분의 베팅 사이트에서도 잔류 확률을 더 높게 평가하는 등 잔류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이를 뒤집는 결과였다는 점을 변동성의 이유로 들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큰 이유는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인 불확실성 때문이다. 특히 브렉시트는 이 불확실성이 언제쯤 어떤 모습으로 해소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당 기간 시장의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정상으로 보게 되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고자 하는 회원국은 유럽연합이사회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고 이 시점으로부터 2년간 회원국과 EU가 맺어온 무역 등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따라서 탈퇴 협상 개시 이후 2년 안에 자동 탈퇴가 이루어지며 협상 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기는 하나, 그러기 위해서는 나머지 27개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만 한다. 게다가 협상 자체가 쉬워 보이는 일도 아니다. 이 같은 탈퇴 협상의 전례가 없는 가운데 그나마 비교할 만한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무역 협상도 길게는 5~10년 걸리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탈퇴 협상의 시작부터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EU 측에서는 당장이라도 탈퇴 협상을 시작하자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영국의 신임 총리 테레사 메이는 득과 실을 따져가며 천천히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뿐만 아니고 탈퇴를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하루가 멀다 하고 영국 내부에서는 탈퇴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잔류를 위해 재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청원도 4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브렉시트 이전에도 변동성은 존재했다
과연 브렉시트만이 변동성의 원흉이었을까. 시간을 1년쯤 전으로 돌려서 생각해보자. 물론 연초 이후 몇 달간 주식시장의 강세가 이어졌던 기간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꾸준히 시장에는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이 나타났고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국제 유가 하락이라는 3가지 이슈가 그러한 변동성의 주된 요인이었다. 물론 이 중에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원하는 구조조정을 위해 경기 하방 위험을 막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되며 중국의 경착륙 우려가 크게 완화됐고, 유가 역시 하반기 이후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와 상반기 중 일부 지역의 공급 차질에 따라 상승 추세를 보여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는 뒤로 미뤄졌을 뿐 아직 사라졌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게 된 것은 미국의 경기 사이클이 후반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는 3번의 양적완화(QE) 정책을 통해 꾸준히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완화 정책을 멈추고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는 것은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확인됐고 점진적으로 사이클의 후반부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유동성이 꾸준히 증가하는 시기와는 달리 좀 더 조심스러운 투자를 할 수밖에 없고 이런 투자 심리가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다시금 말하자면 브렉시트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시장의 변동성이 낮게 유지됐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의 역발상이 필요하다
이처럼 변동성 환경을 피할 수 없다면, 변동성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투자 환경을 고려했을 때 투자자들은 다음 2가지 전략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특히 포트폴리오 내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인 채권, 인컴(income) 자산 및 대안투자 자산의 비중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 채권의 경우, 변동성을 방어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안정적인 캐리수익(이자)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컴 자산은 정기적으로 인컴(현금 수익)을 수취할 수 있는 채권, 배당주, 우선주, 리츠 등의 자산을 말하는데 자산의 성격상 상대적으로 변동성을 방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다양한 인컴 자산을 함께 투자한다는 의미인 멀티 에셋 인컴 상품에 주목해야 한다. 대안투자 자산은 일반적으로 주식, 채권 등의 전통적인 자산을 제외한 상품을 총칭하는 말이나 그중에서도 시장 등락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스타일의 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다른 하나로는 역발상을 해보는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이 있듯 큰 변동성이 나타날 때는 새로운 시각으로 변동성의 요인을 조명해보는 것이 필요하며, 어디에 기회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그러한 변동성이 매크로 관점에서 시장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요소인지 아닌지를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이며, 위축돼 가는 투자 심리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투자 기회는 위험 자산(주식)뿐 아니라 안전 자산(금, 엔화, 채권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자산의 성격보다도 실제로 해당 자산이 저평가됐는지 또는 단기 과매도 국면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 2가지 전략의 핵심은 모두 투자의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투자의 기본은 투자자의 위험 성향에 맞는 적절한 자산 배분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뒤 자산 가격의 변동에 따라 적절한 리밸런싱을 실행하는 것이다.

리밸런싱의 예를 들자면, 주식 가격이 상승했다면 주식 비중을 일부 줄이고 (주식 가격 상승기에 하락했을) 채권 비중을 일부 늘리는 것이다. 즉, 고평가된 자산 비중을 줄이고, 저평가된 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인데, 앞서 언급한 두 전략이 모두 이에 해당하는 셈이다.

날씨가 춥다고 움츠리고 있을 수만은 없듯이 변동성 환경이 예상된다고 해서 투자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고, 즐기는 자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박상욱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