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사들이고 역외펀드 가입하라
[한경 머니 기고=김재은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부장] 원화가 브렉시트 이후 주요국 어느 곳보다 가파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안전자산인 달러 매수의 적절한 타이밍이 될 수도 있으며, 역외펀드 등을 통해 투자의 폭을 넓혀 갈 수도 있다.

8월 10일, 원·달러 환율의 단기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1100원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5월 22일 1090.1원을 기록한 이후 만 14개월 만의 일이다. 2016년 1190.5원으로 개장했던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던 2월 중순 1245원까지 급등했으나 그 이후 하향세로 돌아섰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 이후에는 강세 속도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브렉시트 이후 한 달 반 만에 원화는 주요국 어느 곳보다도 가파른 강세를 연출했다.

최근의 원화 강세 배경은 크게 5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위험 선호가 지속되면서 원화뿐만 아니라 이머징 통화 전반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통화만 강세를 보이는 게 아니라 이머징 주식시장 등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통화 강세의 배경이 되고 있다.

둘째,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의 정책 대응이 예상보다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 역시 계속 낮게 유지되면서 대체로 선진국 통화의 약세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셋째,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5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달러 수급 환경이 우호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원화 강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넷째, 최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영향도 있다. 신용등급 변경은 후행적인 결과이긴 하지만, 최근 많은 나라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거둔 성과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으로 어필될 수 있는 요소다.

더불어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정부의 환시장 개입에 대해 구두 경고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7월 후반에 IMF는 <대외부문 평가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의 환시장 개입은 (수출을 부양하기 위해) 원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함이 아니라 과도한 변동성을 바로잡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를 의식해서라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올해 들어서 정부의 환시장 개입은 이전에 비해 드문 모습이다.


◆원화 강세, 달러 매수에는 좋은 시기

최근 1~2년 동안 ‘달러 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지속된 가운데 모처럼 원화가 강세 흐름을 보이니 부쩍 달러 매수를 문의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향후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시점을 대비해 자산의 일부를 달러로 보유하려는 자산가들 위주로 그렇다. 원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현시점에 어떤 전략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환율 전망과 관련해 1~3개월 이내의 단기 전망과 6개월 이상의 장기 전망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소폭 강세 흐름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소폭 약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

단기적으로 특히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전까지는 1100원 선 이하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원화 강세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3가지인데, 무엇보다도 각국의 정책에 근거한다.

우선 지연되고 있는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는 달러 약세의 요인이다. 이는 반사적으로 원화를 비롯해 이머징 통화를 견인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유럽과 일본의 완화적 정책 대응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로 긍정적인 유동성 환경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근거다.

그리고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재정정책 및 통화 완화에 대한 기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나 호주의 금리 인하, 인도의 통합 상품·서비스세(GST) 법안 통과, 인도네시아의 조세 사면 법안 통과 등은 이머징마켓,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 대한 자금 유입을 이끄는 긍정적 배경이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원·달러 환율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연내 1200원 선을 돌파하는 빠른 약세를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반기 중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대두되거나, 금리 인상이 실제 이루어지면 달러 약세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연말로 갈수록 미국 대선, 2017년 초에 다시 제기될 브렉시트 이슈 등을 감안할 때 글로벌 차원의 안전자산 선호는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단기 관점과 중장기 관점의 원·달러 환율 전망이 상이한 가운데, 향후 달러 강세(원화 약세) 기대를 가지고 달러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고객들의 경우 지금 시점은 달러 매수의 좋은 시기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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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매수 후 역외펀드 투자도 유망

달러 예금의 이자가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매우 낮다는 건 다소 아쉬운 점이다. 달러 투자의 수익원이 오로지 환차익에 대한 기대뿐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수익의 기회를 찾기 위해 달러 매수 후 역외펀드(외국의 자산운용사가 국내에서 자금을 모아서 외국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달러 매수 후 역외펀드 매입’ 방식으로 투자할 경우 수익의 원천은 ‘환차익+투자 펀드 수익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 기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역외펀드에 투자할 경우, 투자할 펀드를 선정하는 데 좀 더 보수적일 필요가 있다. 특히 변동성이 높은 이머징 주식이나 원자재 등에 대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구간은 대체로 글로벌 위험 선호가 높은 구간이다. 즉, 자산별로는 주식, 원자재 등 위험자산에, 지역별로는 선진국보다 이머징마켓 쪽으로 자금 유입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원화도 같이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많다.

반면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구간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때 주로 그렇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소국개방경제이기 때문에, 아무리 내부에 좋은 이슈가 많고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하다 하더라도, 글로벌 변동성에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환율의 방향성은 대체로 해외 변수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는 구간에서는 어김없이 주가 하락 등이 나타났다. 이런 원화의 특성을 감안할 때, 만약 원·달러 환율이 약세로 전환돼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이를테면 원화를 1100원에 사서 1200원에 팔 수 있다면 원화 약세 시 투자자는 달러당 100원의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대체로 위험자산의 수익률은 크게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환차익’으로 얻은 수익 이상으로 고위험 펀드 투자에 따른 자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달러 매수 후 역외펀드 매입’의 투자 시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투자 대상 상품의 안정성이라고 생각한다. 달러 예금 금리보다 소폭의 알파를 추구할 수 있는 변동성이 낮고 안정적인 상품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시점에서 가장 고려할 만한 대상은 미국 및 아시아, 이머징 국가의 달러표시 투자등급 채권이다. 달러표시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등급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과도한 금리 변동성에서도 방어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편 조금 더 위험 성향을 가진 고객이라면 저변동성 주식, 글로벌 배당 주식 등 주식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을 보이는 상품을 고려할 수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저금리 기조는 고착화돼 있고 투자자들의 고민은 다양한 방향으로 깊어지고 있다. 이럴 때 안전자산인 달러를 가지면서도 적게나마 수익의 기회를 찾는다는 관점으로 투자의 시각을 확장해보는 건 어떨까.

다만, 이는 늘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1년여 만에 가장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같은 아이디어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다시 약세를 보인다면, 그만큼 달러는 비싸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복잡한 투자를 애써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다.
김재은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