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투자, 인컴·매크로펀드 어떨까
[한경 머니 기고=김소형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팀장]장기적인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하락폭을 줄이는 것이다. 자산이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해도 그동안의 손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변동성 시기에 은퇴 이후 안정적인 투자 상품으로 인컴펀드와 매크로펀드가 주목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마 전에 <백세인생>이라는 노래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6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라는 재미있는 가사가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가수의 사진에 가사를 합성한 패러디들이 인터넷에서 확산되면서 유명해졌는데, 오랜 무명 시절을 보낸 가수의 이력과 겹쳐 인기 높은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이 노래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이유는 그만큼 평균수명이 길어졌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퍼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불과 100여 년 전인 1905년만 하더라도 평균수명이 23~24세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왕들의 평균수명이 46세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크게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1960년에는 평균수명이 50세 초반까지 늘어났고, 2013년 기준으로는 남자 78.5세, 여자 85.1세에 이르고 있다. 노래 가사와 같은 백세인생을 사는 것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길어진 평균수명은 여러 변화를 가져온다. 일례로 결혼 적령기가 미뤄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평균수명이 20~30세에 불과하던 조선시대에는 10대 초반에 결혼을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나, 지금은 30세에 결혼을 해도 빠르다는 얘기를 듣는다.

또한 은퇴를 둘러싼 환경 역시 크게 변화하고 있다. 1980년까지만 하더라도 정년퇴직 시점과 평균수명의 차이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은퇴 이후에도 20~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여기에 은퇴 시기는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는 듯하다. 오죽하면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아 있으면 도둑)’이라는 신조어가 생겼겠는가.

이는 노후 생활에 대한 준비가 점점 더 중요해짐을 의미한다. 은퇴 이후에는 전체 소득에서 근로소득보다 연금이나 투자소득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은퇴 이전보다 투자를 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은퇴 이전에는 투자를 해서 손실을 보더라도 근로소득으로 생활할 수 있지만, 은퇴 이후 투자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소비 여력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 인기 높은 은퇴 투자 상품은?

사실 과거에는 은퇴 시점과 평균수명이 크게 차이 나지 않기도 했지만, 은퇴 이후의 투자에 있어서 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2000년만 해도 평균 정기예금 금리가 7.1%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1.25%에 불과한 지금은 예금을 해도 이자로 1.5%를 받기도 어렵고, 세금을 제외하면 수익률은 더 낮아진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투자처를 찾는 수요는 더 늘어났지만,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부자들은 일단 여전히 부동산 선호도가 높다. 목 좋은 곳에 건물을 사서, 월세를 받아 생활을 이어간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방식의 투자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조금 더 적용 범위를 넓혀보면, 2~3년 전만 해도 즉시연금, 즉 목돈을 넣고 공시이율에 따라 연금을 지급받는 상품이 인기몰이를 했다.

그러나 글로벌 저금리 환경 속에 우리나라 역시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대부분의 확정금리 이자 지급 상품들의 이율 역시 크게 하락했고, 지금은 이러한 즉시연금 상품의 금리 역시 겨우 2%대 중반까지 낮아졌다. 또한 즉시연금 같은 상품은 만기가 있어 중도에 자금이 필요하다면 일부 손해를 보고 해지를 해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즉시연금 이외에 인기를 끌었던 상품으로는 주가연계증권(ELS)도 있다.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으로 기초자산이 특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을 경우 약속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 같은 ELS의 쿠폰 수익률 역시 6개월 전만 해도 연 8~9% 수준이던 것이 지금은 연 3~4% 수준으로 현저하게 낮아진 상태다. 이는 최근 각국의 주가지수 변동성이 감소한 데 기인한다. ELS의 쿠폰 수익률은 기초자산의 옵션 수익률이 좌우하는데, 옵션의 특성상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높을수록 그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ELS는 은퇴 이후 투자자들이 자산 내에서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상품이다. 만일 해지 시점에서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해 있을 경우, 그만큼의 원금 손실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의 투자는 수익률만큼이나 안정성이 중요하다. 대부분 만기가 3년으로 정해져 있어 중도 해지 시에는 많은 액수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만기 시까지 자금이 묶이는 것도 ELS의 단점 중 하나다.

당연한 얘기지만, 절대적으로 영원무궁한 매력적인 투자처는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부각되는 매력은 다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상품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멀티에셋(multi-asset) 인컴펀드와 대안투자 전략 중 하나인 매크로 전략을 활용한 펀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은퇴 이후 투자, 인컴·매크로펀드 어떨까
멀티에셋 인컴펀드는 말 그대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인컴(income, 현금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정기적으로 현금수익을 수취할 수 있는 인컴자산에는 고배당 주식,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자산부터 우선주, 전환사채, 부동산투자신탁(REITs) 등이 있다.

멀티에셋 인컴펀드는 현금수익을 추구하는 특성상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을 보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시장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하면서 상승에 참여할 수 있는 상품이란 뜻이다. 한국보다 먼저 저금리 환경에 들어선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인컴펀드에 대한 투자가 이미 대중화돼 있다.

매크로 전략은 헤지펀드 전략 중 하나로 시장의 방향성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인데 거시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경제와 상품 가격의 방향성을 분석해 투자에 활용한다. 상품 특성상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며 추세적 상승세를 보일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를 보이지만, 변동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하는 특성이 있다.

이 두 상품의 공통점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하락을 방어한다는 것이다. 사실 장기적인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하락폭을 줄이는 것이다. 전체 자산이 20% 하락했다가 20% 상승할 경우, 원금이 되는 것이 아니라 4%의 손실을 보고, 50% 하락했다가 50% 상승하면 25%의 손실을 보게 된다.

즉, 안정적인 장기 투자에 있어서 상승폭을 키우는 것보다 하락폭을 줄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특히 멀티에셋 인컴펀드와 매크로펀드가 서로 낮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두 자산을 함께 투자할 경우, 변동성을 더욱 더 낮출 수 있다.

ELS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보이는 반면 높은 금리를 주었기 때문인데, 여기에 더해 월지급식 구조를 활용하면 매월 월세를 받는 것과 같이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

멀티에셋 인컴펀드 역시 자금의 운용 방식을 거치식, 월지급식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은퇴 이후 매월 어디에선가 월급을 받는 것처럼 캐시 플로(cash-flow)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평균수명은 점점 더 길어질 것이다. 그리고 은퇴 이후 생활을 위한 안정적인 투자에 대한 수요 역시 더욱 증가할 것이다. 저금리 환경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노후 생활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멀티에셋 인컴과 매크로펀드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때다.
김소형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