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141호 (2017년 02월)

비과세 축소되는 저축성 보험 딜레마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자산가들의 절세 필수품 저축성 보험이 세법 개정의 직격탄을 맞는다. 저축성 보험 비과세 축소 시행은 당초 2월에서 4월로 연기됐다. 그러나 ‘막차’를 타기 전에 더 신중하고 분명하게 목적지를 확인해야 한다.

서울 강남의 60대 자산가 A씨는 지난 1월 만기된 정기예금 10억 원을 들고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찾았다. 10억 원 가운데 2억 원은 일시납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고, 나머지 8억 원은 5년 납 10년 만기 저축성 보험에 가입했다. A씨는 “정기예금 이자보다 저축성 보험의 이율이 1%포인트 정도 더 높고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며 “곧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혜택이 줄어든다고 하니 가입을 서두르게 됐다”고 했다.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혜택이 오는 4월부터 축소 시행된다. 지난해 연말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축소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가운데 자산가들 사이에는 ‘막차 타기’ 열풍이 거세다.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부소장은 “저축성 보험 비과세 축소는 자산가 고객들에게는 단순히 세제 혜택의 축소가 아니라 ‘비과세를 기반으로 한 상속·증여 설계’의 큰 틀이 바뀌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월납 저축성 보험 비과세 한도 도입

정부가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한도 축소 시행을 당초 2월에서 4월로 연기했다. 새롭게 도입되는 월 적립식 보험의 비과세 납입 한도 도입 등에 따른 보험업계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2016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에서 저축성 보험의 보험차익 비과세 한도 축소를 예고하고 2월 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었으나, 시행 시기를 2개월 뒤로 늦춘 것이다. 다만 “은퇴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장기 저축성 보험 상품의 가입 문턱을 높였다”는 보험업계 안팎의 반발에도 한도 확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소득 과세 강화 방침 아래 고소득자의 저축성 보험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저축성 보험 비과세 축소 시행안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일시납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한도가 1억 원으로 줄어든다. 현재는 일시납 보험의 경우 계약 기간이 10년이면 1인당 총 보험료가 2억 원 이하인 경우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다. 2012년 이전만 해도 일시납 저축성 보험의 계약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한도 제한 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나, 2013년부터 한도가 2억 원으로 축소됐고, 다시 1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나게 된 것이다.

둘째, 월 적립식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한도가 새롭게 도입된다. 현행법에서는 월 적립식 저축성 보험은 계약 기간 10년에 납입 기간 5년 이상으로 매월 균등한 보험료를 납입하면 한도 제한 없이 비과세 대상이다. 그런데 세법 개정을 통해 월 적립식 보험은 1인당 월 보험료 150만 원 이하의 한도를 신설키로 했다.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이라는 반발이 일었지만, 납입 총액의 비과세 한도는 따로 설정하지 않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월 보험료 150만 원씩 비과세 요건을 채우기 위해 5년간 납입한다면 일시납의 비과세 요건인 1억 원과 납입액이 비슷한 수준이 되고, 납입 기간을 늘릴수록 고액의 적립이 가능하다는 셈법이다.

세법 개정 과정에서 월 보험료 150만 원 이상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을 고소득층으로 간주해 절세 혜택을 줄인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비단 고소득자가 아니라도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비과세 축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추가 납입 금액이 포함되고, 종신보험 등의 납입액도 고려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윤기림 리치빌 재무설계 대표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저축성 보험 납입 한도가 150만 원으로 제한됐을 뿐 아니라 추가 납입 또한 150만 원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숨은 핵심”이라며 “연금 받는 종신보험, CEO 플랜 등의 가입도 많은데 1인당 한도 내에서 통합 계산되면 실질적인 저축성 보험의 납입액이 상당히 제약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노후 대비를 위한 ‘최후의 보루’는 남았다. 55세 이후 사망 시까지 연금을 지급받는 종신형 연금보험의 경우 매월 100만 원이든, 1000만 원이든 제한 없이 비과세가 적용된다.

‘세금 폭탄’ 맞을라…발걸음 빨라진 자산가들 

저축성 보험은 질병이나 사고 등을 보장하는 보장성 보험과 달리, 주로 저축의 수단으로 운용되는 보험을 이른다. 이율이 시중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은 데다 현재는 10년 이상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이 주어져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예를 들어보자. 월 200만 원씩 10년간 납입하는 저축성 보험에 가입했다고 치자. 10년간 납입하면 원금만 2억4000만 원이며, 10년간 누적 이자가 10%만 붙어도 이자가 2400만 원이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는 경우 다른 소득과 합쳐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일반 금융상품이라면 최고 44% 세율을 적용받을 경우 이자 2400만 원의 약 절반에 가까운 1056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 5년 이상 납입하는 월 적립식 저축성 보험은 예외적으로 비과세가 적용돼 세금이 0원이다.

실제 지난해 머니투데이가 서울에 거주하는 생명보험 가입자 150만 명의 저축성 보험 가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강남 부자들의 저축성 보험 사랑은 유난했다. 50대의 경우 강남구의 월평균 저축성 보험 월 납입액은 240만 원으로 중랑구(43만 원), 강북구(44만 원)와 약 6배나 차이가 벌어졌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역PB센터 부센터장은 “4월 이전에 월 적립식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면 불입액 상관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난해 연말 개정 논의가 나온 이후 저축성 보험 가입에 대한 상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율도 1월 중순 현재 은행 예금이 약 1.6% 수준인데 저축성 보험은 2.6% 수준이고 보통 환급금의 80% 이내에서 중도 인출도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저축성 보험에 가입해 놓고 자금이 필요할 때 은행 이자처럼 일부를 찾아 쓰려는 자산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비단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저축성 보험 가입 계획이 있다면 추가 납입 등의 까다로운 제한이 적용될 예정인 4월 이전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서둘러 가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오종윤 한국재무설계 대표는 “보험 가입 후 30일 이내 철회는 가능하지만, 4월 이후에는 철회하고 새로 가입하고 싶어도 혜택이 달라지므로 가입 전 상품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고 가입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17-02-23 16:07

가장 기대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는 무엇입니까.
투표하기 결과보기

2017.09
통권148
Business 통권148호 이미지
롱스테이의 경제학
지난호 보기정기구독신청
콘텐츠 제작문의
콘텐츠 제작문의
LG
LG blog
Editer's Note
독자엽서
페이스북 프로모션
페이스북 프로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