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국 관광 금지 조치를 내리고 롯데를 비롯해 한국 기업들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의 보복은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큰 나라와 작은 나라를 가리지 않는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노골적인 경제 보복을 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치졸한 보복 외교
중국 정부가 최근 들어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국의 국익에 반기를 드는 국가들을 보복해 굴복시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몽골이다. 몽골 정부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압박을 견디지 못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14세의 입국을 영구 금지했다. 몽골 국민 대다수는 티베트 불교를 믿어 왔다. 달라이 라마 14세는 지난해 12월 18일부터 21일까지 몽골을 방문해 승려들과 청년 대표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는 등 종교 활동을 벌였다.

중국 정부는 1951년 티베트를 강제 점령해 자국 영토에 편입시킨 후 티베트자치구(시짱자치구)를 세우고 지금까지 통치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티베트 주민들의 독립운동을 무자비하게 탄압해 왔다. 중국의 핍박을 피해 1959년 인도로 피신한 달라이 라마 14세는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우고 자국을 오가면서 독립운동을 전개해왔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 14세를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 14세를 초청하는 국가들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보복 조치를 취해 왔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자국 땅이기 때문에 티베트의 독립을 거론하거나 그런 활동을 하는 달라이 라마 14세를 만나는 것은 자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중국 정부는 인구나 국내총생산(GDP)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몽골에 대해 경제대국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치졸한 보복 조치를 내렸다. 중국 정부는 몽골과의 철도 건설, 광산 개발 등 금융 및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회담 등을 무기한 연기하고, 국경을 통과하는 차량마다 통관비를 징수하고, 광산에 전기를 끊었다. 내륙 국가인 몽골은 남쪽으로 4700km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 특히 몽골의 입장에선 자원을 수출하려면 중국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몽골·노르웨이 등에 경제 보복
중국은 그동안 동북지방의 항구를 개방해 항구가 없는 몽골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다. 만약 중국이 항구 사용을 취소하면 몽골은 자원을 수출할 수 없다. 중국은 또 매년 석탄 수입량의 10%에 해당하는 3000만 톤을 몽골에서 수입해 왔다. 중국이 수입을 중단할 경우 몽골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표적인 자원 수출 국가인 몽골은 최근 들어 원자재값 하락으로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결국 몽골 정부는 두 손을 들고 중국 정부에 항복했다. 첸드 흐 어르길 몽골 외무장관은 지난 2월 19일 베이징을 방문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인하고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이며 앞으로 달라이 라마 14세의 방문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백기를 든 몽골에 150억 위안(2조5500억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하는 등 큼직한 ‘선물 보따리’를 주었다.

중국 정부는 노르웨이에 대해서도 지난 6년간 연어 수입을 제한하는 등 보복 조치를 벌여 왔다. 그 이유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지난 2010년 10월 8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중국 반체제 인사이자 인권운동가인 류사오보(劉曉波)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류는 현재 국가정권 전복선동죄로 징역 11년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산업 장관 회담 등 노르웨이 정부와의 각종 고위급 회담을 모두 취소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동결시켰으며 노르웨이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도 대폭 강화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규제했다. 그 결과 노르웨이산 연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0년 92%였지만 최근에는 30%까지 내려갔다.

노벨위원회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본부가 있지만,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독립된 단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노르웨이에 보복 조치를 가한 것은 자국의 정치 체제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결국 중국 정부에 굴복했다.

뵈르게 브렌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지난해 12월 19일 중국을 방문해 리커창 총리와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양국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브렌데 장관은 공동 성명을 통해 “노르웨이는 6년 전 노벨상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중국의 핵심 이익을 훼손하는 행동을 지지하지 않으며, 장차 양자 관계에 미칠 손실을 피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중국의 치졸한 보복 외교
양국은 각종 고위급 회담을 비롯해 FTA 협상을 재개하고 경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노르웨이는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심각한 반성을 했다”면서 “중국은 핵심 이익에 관한 문제에선 다른 나라들이 넘어서는 안 되는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보복은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큰 나라와 작은 나라를 가리지 않는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노골적인 경제 보복을 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프랑스와 맺었던 에어버스 150대 수입 협정을 전격 취소했다. 또 중국에선 프랑스계 할인매장인 카르푸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매장이 습격을 당했다. 당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 14세를 만난 것과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이 파리의 시위대에 의해 방해를 받은 사건에 대한 보복 조치였다. 프랑스 정부는 2009년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했다.

중국 정부는 2012년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달라이 라마 14세를 만나자 80억 파운드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백지화하고 각료급 회담을 중단했다. 이후 중국과 영국의 관계는 캐머런 영국 총리가 티베트 독립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중국의 국익을 존중할 것을 다짐하면서 가까스로 회복됐다.

중국은 2003년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인 키리바시가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자 모든 원조를 중단하는 보복 조치를 취했다. 심지어 키리바시에 세웠던 위성추적 기지도 폭파시켜 버렸다. 키리바시는 인구가 10만 명밖에 되지 않는 국가다.

중국은 현재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국 관광 금지 조치를 내리고 롯데를 비롯해 한국 기업들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관영 언론들을 통해 불매운동을 선동까지 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더욱 본격화되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경제적 손실 규모는 최악의 경우 150억 달러(17조2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보복 조치는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보복은 더욱 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올해로 수교 25주년을 맞는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파탄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대응에서 교훈 얻어야
중국 정부의 우리나라에 대한 보복 조치는 과거 일본에 대한 두 차례의 보복 조치와 비슷하다. 중국 정부는 2012년 9월 일본 정부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자 일본 관광 금지 조치를 취했고,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부추겼다.

이에 따라 일본의 대중 수출은 2011년 20.6%, 2012년 6.4% 감소하고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2년 이후 11개월간 28.1%나 급감했다. 중국 정부는 2010년 9월 일본 해상순시선이 센카쿠열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고 선장을 체포하자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희귀금속인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 희토류를 수입하지 못해 한동안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WEF)에서 중국이 ‘자유무역 체제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천명했었다. 당시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노선을 맹비난하면서 자유무역주의를 강조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 정부가 자국에 진출한 롯데 등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각종 규제와 제재 조치는 자유무역과는 정반대의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겉으론 자유무역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론 보호무역을 철저하게 실행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표리부동한 이중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해 왔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각종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준법이라는 이름으로 규제 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꼼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모두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에 맞서 WTO에 중국을 제소해 승리했다. 일본 정부는 희토류 수입선을 다변화했고, 관광 금지 조치에 맞서 동남아 등 각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관광객 유치 활동을 펼쳐 위기를 극복했다. 일본 기업들은 공장을 다른 국가로 옮기는 등 중국에 대한 투자와 수출 의존도를 줄였다. 중국 정부는 보복 조치가 효과를 보지 못하자 이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대만의 차이잉원 정부에 대해서도 관광 금지 등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차이 총통과 대만 정부는 아세안 10개국과 남아시아 6개국을 공략해 지난해 사상 최대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보복 외교 전략이 만사형통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의 보복 조치는 패권 국가의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이 WTO 규정에 어긋날 뿐 아니라 효과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한국에 제재 조치를 가하기보다는 북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중국의 이런 보복 전략이 자칫하면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닥칠 경우, 중국도 보복 당할 수 있다. 중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강요할 경우 상대국들이 내심으로 강하게 반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진정한 신뢰 관계를 맺을 수가 없다.

탕슈문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경제력으로 다른 나라를 벌주는 것은 국제사회의 반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은 중국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방치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외면하면서 북한의 뒤를 봐줬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우리나라의 주권을 무시하고, 경제 보복까지 하고 있는 것은 도를 넘는 지나친 행위다. 따라서 중국이 진정한 이웃 국가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무튼 한·중 양국의 경제가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 보복은 중국에도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은 보복 조치를 철회하고 우리나라와 우호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만이 상호 발전을 위해 좋을 것이란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 사진 한국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