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양태영 테라핀테크 대표, 박성준 펀다 대표, 이효진 8퍼센트 대표.
왼쪽부터 양태영 테라핀테크 대표, 박성준 펀다 대표, 이효진 8퍼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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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업계 ‘젊은 리더’ 3인 좌담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고액 연봉과 안정된 직장 대신 개인 간(P2P)대출이라는 스타트업에 뛰어든 ‘젊은 리더들’.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낯선 P2P 시장은 ‘젖과 꿀이 흐르는’ 기회의 땅일까.

한경 머니는 P2P업계의 대표 주자 3인과 좌담을 진행했다. 국내 P2P금융 시장에서 유일하게 자영업자들만 대상으로 대출을 진행하는 펀다의 박성준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 박사 출신이다. 중금리 신용 상품을 앞세워 국내 P2P금융의 확산을 이끈 8퍼센트의 이효진 대표는 포항공대 수학과를 나와 우리은행에서 8년간 근무했다. 부동산 분야 P2P의 업계 1위인 테라펀딩(회사명 테라핀테크)의 양태영 대표는 HSBC은행 출신이다. 소위 ‘엄친아’로 통하는 잘나가는 그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P2P대출을 통한 금융 혁신의 최전선에 섰다.

P2P금융의 선두주자인 8퍼센트는 2014년 11월, 테라핀테크와 펀다는 각각 2014년 12월과 2015년 4월에 설립됐다. 만 3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업력이지만, 이들 업체는 중금리대출 시장을 개척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테라핀테크는 지난 2월 P2P업계 최초로 누적 투자액 1000억 원을 돌파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의 창립 주주이기도 한 8퍼센트는 지난 4월 교원그룹을 기관투자가로 유치했고, 펀다는 지난 5월 BC카드로부터 28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특화된 기술력과 사업의 성장 유망성을 인정받고 있다.

- 왜 고액 연봉과 전문직 대신 P2P금융에 뛰어들었나.

이효진 대표(이하 이 대표): 이전에는 말 그대로 어른들이 좋아하는 삶을 살았다. 좋은 교육을 받고 누구나 아는 직장에 들어갔다. 그렇게 8년간 은행에 다녔다. 하지만 은행원으로 계속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마치 루트가 정해져 있는 패키지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퇴사 후 사업 아이디어를 찾던 어느 날 우연히 친구와 차를 마시다가 미국의 P2P 모델을 접했다. 가슴이 뛰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구글 검색을 하며 밤을 샜다. 투자자와 대출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상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양태영 대표(이하 양 대표): 은행대출 창구에 있으면서 부동산담보대출 업무를 담당하다 경매에 눈을 떴다. 첫 경매를 통해 3개월 만에 10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1년이면 4000만 원을 벌겠네’ 하는 생각에 바로 은행을 나왔다. 6개월 만이다. 전업 경매 투자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후 경매 물건을 잘못 낙찰 받아 5년간 소송을 했다. 유치권 등 법률적으로 얽혀 있는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경매에 대해 깊숙이 공부하게 됐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부동산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뉴스를 접했다. 10~20명이 돈을 모아 빌라 등에 투자하는 방식에 매혹됐다. 국내에선 이러한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이 어려워 대출 형태의 P2P를 시작했다.

박성준 대표(이하 박 대표): 어릴 때는 태권브이를 만드는 과학자를 꿈꿨다. 핀테크 시대가 오지 않았다면 장난감 회사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뭔가 재미난 것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고 싶었다. 상점 고객을 관리하는 스마트폰 기반의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상점들이 마케팅 비용을 내는 것을 힘들어했다. 역발상으로 접근했다. 상점들에 ‘돈을 받으려 하지 말고, 빌려주자’. 장사가 잘되더라도 자영업을 하다 보면 돈이 필요할 때가 있다. 미국에서 그런 사업들이 잘되고 있었다.

- 기대대로 국내 P2P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인기 비결이 무엇일까.

이 대표: 소위 ‘1.5금융권’이다.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 대출금리 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중금리대출 시장에 대한 니즈가 충분히 있었다. 기존 금융권이 해결해주지 못했던 수요를 바탕으로 P2P대출은 태동했다.

박 대표: 동감한다. 중금리대출에 대한 니즈가 해결되지 못하고, 금융의 갈라파고스로 있다가 한꺼번에 폭발했다고 본다.

양 대표: 좋은 회사가 거의 동시에 많이 나온 것도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초기 진입장벽이 거의 없었다. 많은 업체들이 P2P 시장에 뛰어들어 산업군이 형성됐다.

- 기억에 남는 펀딩 사례를 소개해준다면.

이 대표: 저축은행의 대출금리가 상당히 높다. 대개 20% 이상이다. 7~8년 전 대학생 때 창업을 위해 2000만 원을 빌린 고객이 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열심히 갚았는데도 졸업하고 보니 원금 이상의 빚이 남았다. 졸업 후 대기업에 들어갔고, 금리가 낮은 은행 대출로 갈아타려 했는데 거절됐다.

그러다 8퍼센트에 대출을 신청했다. 2000만 원 대출을 원했는데 1000만 원만 8%로 대출이 이뤄졌다. 1년 만기였는데 1년이 되기 전에 다 갚고, 다시 1000만 원을 대출했다. 그 후 신용도가 올라가서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대출을 받는 것이 아니라 8퍼센트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P2P금융 발전과 함께 대출자가 투자자로 귀환하는 선순환의 좋은 예다.

박 대표: 배달을 주로 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장의 경우를 소개하고 싶다. 식자재 등 구매자금이 필요한데, 자금이 나중에 들어오는 구조였다. 매출이 많이 발생해도 돈이 필요했다. 펀다에서 미리 본사에 돈을 주니까 주문만 하면 물건이 왔다. 본사에서도 미리 돈을 받으니까 원가를 싸게 해줬다.

결과적으로 이 사장은 펀다의 이자비용을 포함하고도 구매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됐다. 이후 소문이 나서 이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다 고객이 됐다. 자금 회전은 2~3개월 주기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단기 투자로 알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가 됐다.

양 대표: 은행에서 소규모 건축주들에게 건축자금을 잘 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P2P가 없을 때는 건축주들이 사방에서 돈을 끌어 모았다. 예컨대 건축비가 10억 원이다 하면 한 3억 원은 지인에게 빌리고, 시공 업체에 빌라 지으면 그중 1채를 주겠다는 대물 계약도 맺고, 그래도 돈이 떨어지면 비용을 올려주고 공사비를 건축 뒤에 주는 후불공사도 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금리가 30% 이상이 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테라의 경우 이 비용을 절반으로 낮춰준다. 대출이 결정 나면 그 자금을 신탁계좌에 넣고 자재 발주 등의 공정을 확인하고 돈을 지급한다. 경기도에서 건축 사업을 하는 한 대출 고객은 이러한 테라의 자금을 사용한 뒤 하도급 업체들로부터 문의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공사 현장에서 이 건축주가 돈을 잘 준다는 소문이 난 것이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현금이 있으니 협상력이 생긴다. 공사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돼 만족해했다.
대기업 대신 P2P, 엄친아들의 도전
- 지금은 잘나가지만, ‘과연 P2P가 안전할까’ 하는 우려도 있다.

박 대표: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이 1년 뒤에 망한다고 한다. 하지만 펀다의 주 고객은 상위 20%다. 가게가 망하지 않으면 돈은 다 갚게 돼 있다. 그래서 사업을 하는 개인 신용도보다 사업자의 매출 데이터를 통해 상환 능력을 중요하게 본다. 상권, 업종 등 상점 안팎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딥러닝으로 분석한다.

이 대표: 캐피털 등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가 보통 20%가 넘는데 그건 위험이 그렇게 커서가 아니다. 리스크보다 운용비용이 많이 들어가서다. 8퍼센트는 100% 온라인으로 운영하며 비용을 절감해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대출심사는 KCB신용평가 정보 외에 8퍼센트만의 체계적인 심사 모형을 통해 진행된다. 아직 초기이지만 3000명이 넘는 대출자들에게 2년 6개월 이상 실행하며 검증했기에 의미 있는 지표라 본다.

양 대표: 소규모 건축이 ‘경매’에 넘어오는 건 대부분 고금리대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다. 테라핀테크는 이들 영세 건축주들이 성공적으로 공사를 하도록 건축자금뿐 아니라 기존 토지담보대출 상환자금까지 빌려준다. 만일의 경우에는 1순위로 부동산 담보가 설정돼 투자자도 보호한다.

- 투자자들에게 P2P대출의 매력은 무엇인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박 대표: 잘하면 많은 수익을 얻고, 못하면 다 잃는 방식은 P2P투자에 맞지 않다. 고수익을 노린다면 주식이 낫다. P2P는 분산투자가 답이다. 평균 15% 금리로 대출이 이뤄지고, 부도율은 약 2%라고 치자. 그런데 하필 내가 투자한 상품이 부도가 나면 어떡하나. 펀다는 안정적 수익 제공이 목표다. 결과적으로 10%, 세후 수익으로는 7% 수준을 추구한다.

이 대표: 맞다. 분산투자가 중요하다. 8퍼센트에서는 클릭 한 번에 자동 분산투자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투자할 경우 100군데에 1만 원씩 넣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회사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를 하기 때문에 개인의 수익도 회사의 통계에 수렴하게 돼 있다. 자동 분산투자 고객의 수익을 보면 6~10% 정도에 대부분 분포한다. 수동으로 분산투자를 할 수도 있지만, 자동 투자보다 수익 분포가 흩어지는 경향이 있다.

양 대표: 부동산 투자의 경우 투자자가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제일 좋다. 권리관계를 분석할 수 있으면 좋은 상품을 고르기가 용이하다. 신용대출에 투자하는 경우 자동 분산투자를 권하지만, 부동산 투자는 투자금액이 더 크기 때문에 여러 업체의 다양한 상품에 나눠 투자하는 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부동산담보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우선 보자. 부동산 개발 상품의 경우 일반인은 사실상 분석이 어려운 한계가 있어 신뢰할 만한 업체의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 P2P 시장의 전망과 궁극적으로 나아가고 싶은 길은 어디인가.

이 대표: 더 이상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가지 않아도 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8퍼센트는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의 주주이기도 하다. 일부 시장이 겹칠 수 있지만, 모바일 대출이라는 큰 시장을 함께 키워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300조 원에 달한다. 이 중 신용으로 이뤄진 모바일 대출은 1000억 원 수준으로 극히 미미하다. 키울 수 있는 시장규모에 100분의 1도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가 심각하지 않나. 금리의 양극화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일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 창업을 한 뒤 어려운 점보다는 고객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게 보람 있었다. 대출 고객의 형편이 나아지고, 투자자들의 자산이 증식된다면 그것이 순기능이 아닌가. 물론 8퍼센트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박 대표: 앞으로 탈(脫)은행은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 지금 시대는 제4차 산업혁명을 맞아 수많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인공지능(AI) 툴이 발달하고 있다. 아주 큰 규모의 전통 플레이어 말고도 전문가 집단이 등장하기 좋은 시기다. 지금까지 은행이 보지 않은 혁신의 기회가 있다.

양 대표: 얼마 전 한 고객을 만났는데 자녀가 둘이 있다고 했다. 유치원을 보내는데 1인당 40만 원이 든다고 한다. 이 비용을 테라펀딩에 투자해서 충당한다고 한다. ‘우리가 육아 부담을 낮추는 데도 일조를 하는구나’ 보람을 느꼈다. 테라의 사명은 영어로 1조를 뜻하는 접두사 tera에서 따왔다. 상당수 P2P 업체들이 궁극적으로 은행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는데, 테라는 부동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 마지막으로 P2P 업체 등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해달라.

박 대표: 대학원 박사과정부터 창업에 도전했고 펀다는 세 번째 창업이다. 사업을 하면서 분명 힘든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좋은 동료들과 진정한 나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크고 작은 시련도 이겨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실제로 종종 많은 대학생들을 만나 창업 멘토링을 진행하곤 하는데 한국의 젊은이들은 ‘창업’이라고 하면 ‘실패’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연결 짓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창업에서의 실패는 너무나 당연한 과정일 뿐이다. 나의 아이디어로 세상에 작더라도 긍정적인 밸류를 제공할 수 있다면 해볼 만한 도전 아니겠는가.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양 대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 가운데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돈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창업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주변의 많은 문제들 중 나와 내 가족, 주변의 지인들이 불편하고 그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창업하기를 조언한다. 이러한 사명감으로 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면 돈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 같다.

이 대표: 창업을 한 지 얼마 안 돼 조언이 조심스럽지만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두 가지 말씀드리겠다. 첫째는 이 일을 정말 하고 싶은지, 둘째는 인내의 시간을 견딜 준비가 돼 있는지 숙고해보면 좋겠다.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 생각한 계획 그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1년을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았는데 3년, 5년, 10년이 걸릴 수 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맞는지, 가치 있는 사업을 운영한다는 사명감을 꾸준히 가질 수 있을지 자문해보면 좋겠다. 그다음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남과 다른 삶을 선택한 만큼 그에 따르는 어려움을 잘 이겨내야 한다는 점이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