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 ‘리딩금융’ 혈투 뜨겁다
KB금융, 최대분기 순이익 실현 '눈길'
신한금융, 초(超)격차 리딩뱅크 호언 타격 입어
신한, 은행·카드 '수익 편중'…KB, 글로벌 영업은 '취약'


[한경 머니= 한용섭 기자]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리딩뱅크’를 넘어서 ‘리딩금융’ 혈투를 벌이고 있다. ‘수성(守城)이냐, 고토(古土) 회복이냐’를 놓고 자존심을 건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KB금융지주의 ‘창’이 신한금융지주의 ‘방패’에 균열을 내고 말았다. KB금융이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에서 2년여 만에 신한금융을 앞지른 것이다. 금융권 왕좌를 뺏긴 뒤 그동안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 등의 창날을 하나둘 덧대 왔던 KB금융의 일격이 제대로 통한 순간이다.

자존심을 구긴 신한금융은 지난 4월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운영해 온 글로벌, 자본시장(IB), 디지털, 그룹 옴니채널 시너지팀 등을 소환해 ‘하나의 신한(One Shinhan)’을 내세우며 일대 반격을 시작할 태세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처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는 ‘끝나도 끝난 승부’가 아니기에 이제부터 펼쳐질 본편의 대결은 더욱 박진감이 넘칠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20년 아시아 리딩금융그룹’ 도약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내걸었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명실상부한 ‘코리아 베스트(Korea Best)’를 표명하고 나선 가운데 결코 두 자리가 있을 수 없는 ‘리딩금융그룹’을 놓고 양보 없는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KB·신한 선두 경쟁…비은행 부문서 갈려

KB금융이 리딩금융 경쟁에서 오랜만에 웃음을 보였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지난 7월 20일 나란히 실적 발표를 한 가운데 KB금융이 올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70.6% 상승한 990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2분기 8920억 원의 당기순이익(전년 동기 대비 30.5% 상승)을 낸 신한금융을 분기 실적에서 앞질렀다. 이는 2015년 1분기(KB금융 6050억 원, 신한금융 5921억 원) 이후 2년 3개월 만의 일이다.

상반기 누적 실적을 놓고 보면 여전히 신한금융이 1조8891억 원의 순이익을 실현하며 왕좌를 지켰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9% 증가한 실적으로 신한금융 창립 이래 사상 최대 반기 순이익이다.

KB금융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상반기 누적 실적에서 1조860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신한금융에 근소한 차이(289억 원)로 밀렸지만, KB금융은 2분기에 지주회사 출범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인 9901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신한금융을 압도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2013년 각각 1조2715억 원과 1조8986억 원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저점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실적 반등을 하고 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현대증권(현 KB증권)과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킨 KB금융의 실적 반등 폭이 더 컸다.

특히 2분기에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KB손해보험 실적연결 효과 및 염가 매수차익 인식(KB손해보험 1210억 원), 일부 거액 충당금 환입에 따른 대손비용 감소(특수채권 회수 등 650억 원) 등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지난 3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그룹의 주요 경영진이 새롭게 선임된 이후 첫 실적 데뷔전에서 자존심을 상하게 됐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리딩뱅크 수성을 다짐하며 ‘초(超)격차 리딩뱅크’를 호언한 상황에서 불의의 일격을 받은 셈이다.
KB·신한, ‘리딩금융’ 혈투 뜨겁다
신한금융의 다소 안정적인 성장 기조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2002년 굿모닝증권(현 신한금융투자), 2007년 LG카드(현 신한카드), 2013년 예한별저축은행(현 신한저축은행)을 인수한 이후 국내 금융사의 인수·합병(M&A)보다는 은행과 카드를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실적 견인과 함께 글로벌 공략에 집중해 왔다.

KB금융이 2014년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 2015년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 2017년 현대증권(현 KB증권) 등을 잇달아 인수한 후 비은행 부문의 수익 비중을 2014년 29.5%에서 올해 2분기 37%로 끌어올리며 성장에 가속도를 붙인 모습과는 대조를 이룬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수익 비중을 살펴보면 KB금융은 한때 KB국민은행이 80% 넘게 차지했던 수익 비중을 68%까지 낮추고, KB손해보험 10%, KB국민카드 8%, KB증권 7%, 기타 7%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반면, 신한금융의 경우 여전히 신한은행(56%)과 신한카드(32%)가 그룹의 순이익을 거의 양분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영업력에 있어서는 여전히 신한금융의 자신감이 상당하다. 대표적인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에서 신한금융이 2.02%(은행+카드)로 KB금융(은행+카드, 2.00%)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반기 누적 실적에서는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전열을 가다듬은 뒤 본격적인 반격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 상당 기간 두 금융그룹이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고지 탈환을 위한 공방을 벌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KB·신한, ‘리딩금융’ 혈투 뜨겁다
◆신한 ‘글로벌 공략’ VS KB ‘국내 영토 확장’

신한금융의 반격 카드는 ‘글로벌’과 ‘디지털’, ‘자본시장(IB)’의 삼각편대다. 신한금융은 지난 7월 6일 디지털그룹, GIB(그룹&글로벌 투자금융)그룹, 대기업그룹, 글로벌사업본부 등을 신설하고, 같은 달 14일에는 전 그룹사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 본부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7 하반기 신한 경영포럼’을 개최했다.

신한금융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디지털, IB 등 TF팀의 결과물을 함께 공유하고, ‘2020년 아시아 리딩금융그룹’ 도약이라는 목표를 위해 그룹의 힘을 집중시켜 나가기로 결의했다. 신한금융은 오는 2020년까지 그룹 내 IB 수익 비중을 8%(지난해 말 기준)에서 14%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실적으로 국내에 1조 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 매물이 나오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전사적인 노력을 통해 IB 부문을 강화해 신한금융투자를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 IB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신한금융은 기존 은행과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운영해 온 기업투자금융(CIB)을 생명과 캐피털까지 포함한 GIB사업부문으로 확대 개편하며, GIB사업부문장에 이동환 전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을 임명한 바 있다. 이 부문장은 신한은행 자금시장본부 담당 상무,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신한금융 CIB사업 담당 부문장을 지낸, 손꼽히는 자본시장 전문가다.

특히 신한금융은 글로벌 부문에 강한 방점을 둘 예정이다. 최근 조직개편에서 지주,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 5곳의 임원을 겸직하는 그룹 글로벌사업부문장에 허영택 신한은행 부행장을 내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허 부문장은 미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비즈니스 경험을 쌓은 글로벌 전문가다.

신한금융은 글로벌 분야에서 라이벌인 KB금융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지난 7월 3일 조회사에서 신한베트남은행의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직원들을 독려한 이유도 국내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글로벌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25년 전 작은 지점으로 출발해 지난 4월 베트남 ANZ은행 소매 부문을 인수하며 현지에서 쟁쟁한 글로벌 은행들을 제치고 외국계 은행 1위에 올라섰으며, 지난해에는 53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알짜배기 계열사로 거듭났다.

신한금융은 글로벌 분야에서 KB금융과 상당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총 20개국 168개 네트워크(6월 30일 기준 은행 20개국 150개, 금융투자 5개국 6개, 카드 3개국 10개, 자산운용과 생명 각 1개국 1개)를 구축하며, 해외 총자산 비중이 8.2%에 달한다. 반면 KB금융은 13개국 35개 네트워크(4월 30일 기준)를 구축한 상태로 해외 총자산 비중은 1.9%에 머물러 있다.

더불어 신한금융은 디지털 금융 분야도 대폭 강화했다. 디지털 그룹을 신설해 써니뱅크사업본부와 디지털금융본부(영업기획그룹), 디지털전략본부(경영기획그룹), 빅데이터센터(개인그룹) 등으로 분산돼 있던 디지털 분야의 인적·물적 역량을 한곳에 집결시켰다.

KB금융은 고삐를 늦추지 않고 더욱 조여 잡겠다는 생각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지난 7월 3일 조회사에서 “무엇보다 우리는 이번 상반기를 통해 ‘KB의 명예회복’이라는 뜻 깊은 전환점을 만들어냈다”며 “KB의 고토(古土) 회복을 위한 중장거리 레이스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윤 회장이 KB금융의 과제로 강조한 것은 ‘디지털’, ‘미래 신시장 개척’, ‘그룹 시너지 확대’와 ‘글로벌 진출’ 강화다. 국내 영토를 공격적으로 늘려 나가기 위해 ‘디지털 시대 1등 은행’을 목표로 제시하며, 그룹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 마케팅을 강조한 것이다.

KB금융은 올해 자산관리(WM, 박정림 WM총괄부사장)와 CIB(전귀상 CIB총괄부사장) 부문에서 지주·은행·증권 3사 간 임원 겸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제일홀딩스의 기업공개(IPO)를 고객 맞춤형 CIB 거래로 진행한 건이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금융은 협업의 핵심 키워드다. 디지털 시대에도 리테일 강자로서 KB금융의 전통을 이어나가면서 개인 마케팅은 물론 기업금융과 외환 업무, 점주권 중심 지역 밀착 협업 마케팅을 돕기 위해서는 24시간 365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끊김 없이 연결해주는 디지털 금융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가입 대상자가 자영업자, 공무원 등으로 확대되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의 경우 미래 먹거리로 직접 언급하며 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다만 글로벌 공략은 고민거리다. 윤 회장은 “글로벌 시장은 KB가 또 한 번 역전을 이뤄낼 중요한 미래 시장으로 지금부터 최소 수년간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거 KB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41.9%를 9541억 원에 사들여 대부분 손실로 처리했던 쓰라린 실패 경험은 글로벌 진출을 주저하게 하는 일종의 ‘트라우마’다.

점점 달궈지는 리딩금융 전쟁은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쟁에 더해 우리은행과 하나금융도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상반기에 1조983억 원(연결기준)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6년 만에 상반기 기준 1조 원대 순이익을 기록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예금보험공사 잔여 지분(18.4%) 매각과 금융지주체제 전환 등 남은 숙제를 마무리할 경우 향후 상승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는 9월 통합 2년 차를 맞이하게 되는 하나금융 역시 복병이다. 통합 시너지가 본격적인 힘을 받고, 다소 약점으로 지목받고 있는 비은행 부문의 보강이 이뤄질 경우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평가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 / 일러스트 허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