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등 불확실성 확대…내년 순이익 35% 감소 전망

리딩뱅크 핵심 화두는 ‘非은행 & CIR’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국내 주요 은행들이 급격히 불어난 가계대출 덕에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와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책 등은 대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여기에 ‘핀테크(FinTech)’로 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공세도 갈수록 거세지면서 비은행 부문 강화 및 비용 절감이 은행권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IBK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조6632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인 8조6749억 원을 11%가량 웃도는 수준으로 신한금융을 제외하고 모두 3분기 만에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다.

특히 ‘리딩뱅크’로 올라선 KB금융이 2조789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신한금융(2조7064억 원)을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KB금융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3.2%(1조679억 원) 급증한 것으로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부문 강화에 따른 효과가 컸다.

앞서 KB금융은 지난 2014년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 인수를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했다. 또 지난해에는 KB증권과 옛 현대증권의 합병을 완료했으며, 올 들어서는 KB캐피탈 및 KB손보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통해 비은행 부문 이익기여도를 33%(9164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전통적으로 다변화된 자산 포트폴리오로 평가받고 있는 신한금융 역시 비은행 부문에서 1조1384억 원의 순이익이 발생하며 비은행 이익기여도가 40%까지 확대됐다. 이익기여도는 신한카드가 27%로 가장 컸고 신한금융투자(6%), 신한생명(4%) 순이었다.
리딩뱅크 핵심 화두는 ‘非은행 & CIR’
반면 하나금융의 경우 KEB하나은행의 이익기여도가 사실상 100%를 차지하면서 3분기 누적순이익(1조5410억 원)도 경쟁 금융지주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 기간 KEB하나은행의 순이익은 1조5132억 원이다.

우리은행 역시 3분기 누적순이익 1조3785억 원 가운데 비은행 부문 이익기여도는 6%대(900억 원)에 그쳤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과정에서 증권 및 보험 계열사를 잇달아 분리 매각하면서 사실상 은행 중심의 수익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처럼 비은행 부문이 전체 금융그룹의 실적 격차를 확대시키면서 인수·합병(M&A)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조짐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9월 창립 16주년 기념식에서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M&A를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금융지주 전환을 추진 중인 우리은행도 증권사 매물이 등장할 때마다 유력 인수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나금융 역시 비은행 부문 강화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지만 ‘하나-외환은행’ 합병 시너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리딩뱅크 핵심 화두는 ‘非은행 & CIR’
◆ 은행권, 비용 통제 능력 시험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낸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은행권의 비용 통제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각각 3.1%, 2.8%로 전망하며,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도 12조9000억 원(추정)에서 8조4000억 원으로 무려 35%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률 하락에 따른 자금 수요 위축과 함께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전방위 부동산 대책이 대출 자산의 양적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의 공세도 적잖은 부담이다. 지난 11월 3일 출범 100일을 맞은 ‘카카오뱅크’는 무(無)점포 전략에 기인한 금리 경쟁력을 앞세워 내년 상반기 전월세 보증금 대출에 이어 내후년에는 신용카드 시장 진출까지 예고한 상태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K뱅크)’ 역시 빠르면 연내를 목표로 주택담보대출 및 방카슈랑스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자산 성장세가 둔화되는 시기에는 잠재적 부실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비용 통제 능력에 따라 실적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국내 은행의 경우 주요 글로벌 은행에 비해 비용 증감의 탄력성이 낮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무엇보다 판매관리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근로자의 임금 구조가 연공서열식 호봉제라는 점에서 비용 통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금융당국 차원에서 성과와 보상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추진됐지만, 절차상 문제와 노조 반발 등을 이유로 현 정부 들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았다.

그 대신 정부는 공기업들을 우선 대상으로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서는 민간으로의 확산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각 은행들이 영업점 축소와 인력 감축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정황을 감안한 고육지책이다.
리딩뱅크 핵심 화두는 ‘非은행 & CIR’
인력 감축은 당장은 비용 요인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실적 개선 효과로 나타난다. 올해 실적 개선 폭이 가장 큰 KB금융의 경우 3분기 말 판매관리비용률(Cost-Income Ratio, CIR)이 49.4%로 지난해 초 대비 7.8%포인트나 개선됐다. CIR는 총이익에서 판관비(인건비+물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올해 초 KB국민은행의 대규모 인력 감축의 영향이 컸다.

상대적으로 비용 통제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신한금융의 3분기 말 CIR는 46.9%다. 반면 하나금융과 우리은행은 각각 51.4%, 53.5%로 상대적으로 CIR 수치가 높았다. 특히 국내 은행의 경우 인건비의 하방 경직성으로 인해 글로벌 은행에 비해 CIR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은행이 성장기에 있을 때에는 비용 이슈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체기에서의 판관비 증가세는 은행의 지속 가능 경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비용과 성과가 연동되지 않을 경우 결국 영업점 및 인력 감축 외에는 대안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