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최우수 기업…지배구조·윤리평가서 경쟁사 압도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LG그룹이 한경 머니의 ‘오너리스크’ 자체 설문조사에서 4년 연속 리스크 요인이 가장 적은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익히 알려진 투명한 지배구조뿐 아니라 윤리경영 평가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했다. 특히 구본무 회장의 뚝심경영과 온화한 리더십은 ‘오너 메리트’라는 호평이 무색하지 않다.
[2017 오너리스크] ‘뚝심과 온화’ LG 구본무 리더십
LG는 국내 대기업들 가운데 기업 총수(오너)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에서 가장 자유로운 기업으로 꼽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삼성을 비롯해 SK·롯데그룹 등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유독 LG만큼은 무풍지대였다.

특히 지난해 말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소환된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는 구본무 회장의 당당한 태도가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시 구 회장은 정부 압박에 따른 기부금 출연 문제에 대해 “국회가 입법을 통해 막아 달라”, “연금이나 불우이웃 돕기 같은 일에는 앞으로도 지원하겠다”라며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발언은 대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며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청문회 스타’라는 별칭도 얻었다.

◆사회적 책임·지배구조 ‘모범생’
구 회장은 훈훈한 미담의 주인공으로도 자주 오르내린다. 지난 10월에는 강원도 철원 총기사고로 숨진 이 모 상병의 유가족을 위해 사재 1억 원을 위로금으로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LG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LG 의인상’을 운영하고 있지만 해당 사례는 적용하기 힘들어 구 회장 본인의 사재로 위로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다. 당시 공교롭게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자택공사 비리에 휘말리면서 묘한 대비를 이뤘다.

구 회장의 온화한 리더십이 바탕이 된 오너 메리트는 LG의 기업평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LG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세계 최고의 직장(World’s Best Employers)’ 조사에서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33위)와 LG생활건강(188위), LG전자(400위)도 500위 안에 포함됐다. 이 조사가 58개국 2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근무 환경, 회사 이미지, 다양성 등에 대해 평가한 결과라는 점에서 기업 이미지에 대한 대내외 시각을 엿볼 수 있다.

LG는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모범생’으로 평가받는다.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매년 반복되는 대기업집단의 편법적 지배력 강화, 순환출자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이는 경영 투명성 제고와 함께 자회사가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구 회장의 의중이 전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시민단체 활동 시절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지배구조의 모범 사례로 LG를 꼽아 왔다. 최근에는 LG상사를 지주회사 체제 안으로 편입해 문재인 정부의 ‘재벌 개혁’ 기조에도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LG의 지주사 밖 계열사는 ‘지흥’ 한 곳만 남게 됐다. 지흥은 구본준 LG 부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LG의 선진화된 지배구조는 ‘결단과 끈기’를 강조한 구 회장 특유의 리더십이 더해지며 각 분야 ‘세계 1등’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과거 네덜란드 필립스사와의 합작법인을 모태로 한 LG디스플레이는 2008년 단독법인 출범 이후 그룹 차원의 과감한 투자에 힘입어 세계 1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특히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분야에서는 8년 연속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7 오너리스크] ‘뚝심과 온화’ LG 구본무 리더십
◆ R&D 인재 중심 ‘뚝심경영’

구 회장의 리더십은 ‘2차 전지’ 사업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현재 LG화학은 중대형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로 평가받고 있지만, 성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여 년 전 구 회장은 2차 전지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판단하고 지속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가시적 성과는커녕 2005년에는 무려 2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사업 철수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구 회장은 “끈질기게 하다 보면 꼭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임직원들을 다독였고, 결국 LG화학을 2차 전지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 키워냈다. LG화학은 현재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와 유럽의 아우디, 다임러, 르노 볼보, 중국의 상하이 자동차 등 20여 개 이상의 완성차 업체를 배터리 공급처로 확보하고 있다.

LG의 연구·개발(R&D) 경영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구 회장은 지난 1995년 취임 이후 재임 기간 동안 줄곧 시장을 선도할 핵심·원천기술 개발을 강조해 왔다. 석·박사급 이공계 인재들을 대상으로 개최되는 ‘LG 테크노 콘퍼런스’는 국내외 우수 R&D 인재 영입을 위한 구 회장의 ‘인재 중심’ 철학이 녹아 있다. 또한 구 회장은 R&D 성과를 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도 직접 참석해 매년 계열사의 신기술을 살피고 있다.

특히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LG사이언스파크’는 구 회장의 통 큰 R&D 투자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LG사이언스파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로 무려 4조 원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며, 전자, 화학, 통신은 물론 에너지·바이오 분야 2만2000명의 연구 인력이 집결해 첨단 R&D의 메카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