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노차영 삼성생명 WM사업부 상무

“대를 잇는 자산관리는 보험이 가장 적합”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가히 ‘스타 프라이빗뱅커(PB)’다. 가는 곳마다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닌다. 여성 임원이 희박하다는 금융권에서 30대에 은행 지점장을 거쳐, 40대에 30여 개의 지점을 거느린 본부장에 올랐다. 보폭도 넓다. 씨티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을 거쳐 지난 2015년 말부터 보험업계 톱인 삼성생명 WM사업부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노차영 씨티은행 서울지점장은 기업·소비자금융을 두루 거친 전문가. 방배지점장 시절 수신고와 고객 숫자를 2∼3배씩 늘리는 등 탁월한 영업력을 인정받고 있다.”
(서울신문, 2005년 2월 14일)
“강북은 노차영 상무가 이끄는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북센터의 확고함을 재입증했다. 노 상무가 닦아 놓은 기반이 워낙 탄탄해 대형사들마저 고전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벨, 2014년 2월 5일)
“‘헤리티지 센터’ 성공으로 화제, 노차영 삼성생명 WM사업부장”
(매경이코노미, 2016년 7월 25일)

그의 프로필을 마주하면 ‘철의 여인’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브라운관에서 막 걸어 나온 것처럼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똑 떨어지는 외모, 50대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도 얼마나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눌수록 노 상무가 가는 길마다 숱한 고객과 직원들이 왜 그토록 몰려드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사랑 예찬주의자다. 1시간 남짓한 인터뷰 시간 내내 “사람이 좋다”, “사랑이 아니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베풀어라”라고 하며 사랑과 존중을 반복하는 그의 말 속에는 진심이 뚝뚝 묻어났다.

‘1+1=3’, ‘베푸는 것이 남는 것’

노 상무는 지독한 일 중독자다. “점심 먹는 시간이 제일 아까웠다”고 한다. 다른 직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도, 그는 6층에 있는 사무실까지 걸어서 올라갈 정도로 체력 관리에도 철저하다.

금융인으로서 30여 년 동안 ‘최초’와 ‘최고’의 기록을 달고 다녔던 만큼 성공지향주의적일 것 같은데, 반전의 매력이 있다.

“승승장구한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는 것. 30대에 은행 지점장이 되고, 40대에 본부장이 됐지만, 2006년 이후로는 (상무로서) 수평 이동 중이라는 것. ‘은행→증권사→보험사’로 이동하다 보니, 중고 신입사원(?)을 반복하고 있단다. 매번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게 되고, 업무 속성을 새롭게 익혀야 해서 “쉽게 살지는 못했다”고 웃었다.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길 때도 말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어요. 30여 개의 지점을 관리하다가 한 센터를 맡았으니까요. 하지만 분야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영역을 축소해 가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삼성생명 WM사업부로 올 때도 프라이빗뱅크는 저의 전문 분야여서 망설임 없이 도전했고, 즐기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삶의 고비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그의 선택 기준은 언제나 명확했다. 그 덕분에 같은 직장에 4번이나 사표를 내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자신보다는 직원, 직원보다는 고객이 우선이었다. 가정에 있어서도 그랬다. ‘나’의 성공보다 가족이 항상 우선이었다.

“한 직장(씨티은행)에 4번 사표를 냈고, 4번 입사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일명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은 깨졌을 겁니다.”

계산이 업(業)인 금융인이지만, 삶에 있어서는 계산적인 태도를 경계한다. “회사에서 저를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순간에는 개인 사정을 양보해 가면서 일했어요. 그러면 신뢰가 생겨요. 그럼 생활 영역에서 시간을 더 필요로 할 때 회사에서 양보해줍니다. 가정에서 저를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순간에는 매번 사표를 냈지만 다시 불러줘서 감사하죠.”

경력 단절로 커리어가 달라진 것에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단다. 처음부터 ‘사다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다는 자부심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럽다. “최고경영자(CEO)를 꿈꾸는 이들보다 현장에서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대를 잇는 자산관리는 보험이 가장 적합”
삼성생명 WM사업부를 이끈 지난 2년간 어디에 가장 역점을 뒀나요.
“보험은 피플 비즈니스(people business)잖아요. 내적 동기가 유발되느냐에 따라 ‘1+1’은 2가 아니라 3도, 4도 될 수 있습니다. 이 팀에서 일하는 재미 때문에 회사 다니고 싶은 조직이 능률도 오릅니다. 지난 2년간 삼성생명 WM (Wealth Management)사업부는 고루 성장했습니다.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면서 비보험 수신고는 기존 3조2000억 원에서 5조9000억 원으로 상승했고, 패밀리오피스, FP센터, 신설된 부유층 전담 조직인 헤리티지센터 등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죠.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하며,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당장의 성과에 치중하면 핵심 역량은 축적되기 어려워요. 성과는 결과일 뿐입니다. 1등보다, 옳은 길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투자 전문가인데, 보험업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보험사는 본업인 보험 상품 판매에 치중해 있는 게 현실이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자산관리는 보험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은행이든 증권사이든 판매사예요. 제조 기능은 아주 약합니다. 예컨대 가장 많이 판매하는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만들잖아요. 눈앞에 있는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조직과 보험사는 관점 자체가 많이 다릅니다. 30년, 40년 장기적으로, 그리고 대를 이어가는 자산관리는 보험이 가장 적합하다고 봅니다. 특히 삼성생명은 굉장히 거대한 조직입니다. 고객만 약 820만 명에, 컨설턴트가 3만 명에 이르죠. 이 많은 고객이 있고, 세금, 상속, 투자까지 종합적인 관점에서 다가갈 수 있는 곳이 삼성생명 말고 또 있을까요.”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의 변화 등 자산관리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데, 자산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날은 정말 모르는 것이죠. 자산관리도 기본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음 편한 투자가 최고 아니겠습니까. 이를테면 금리가 인상되면, 채권 투자의 매력이 줄어들 수 있는데 그렇다고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을 제외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채권 상품도 그 형태를 바뀌어 가며 환경을 따라가도록 고안되니까요. 본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30%, 채권 30% 비율이 적합한 투자자라면, 자신의 투자 성향에 충실한 것이 좋습니다. 이에 반해 과세에 대해선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죠. 과거에는 합법적으로 절세할 수 있던 방법들이 점점 촘촘하게 막히고 있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합니다.”

금융인으로서 주목 받는 커리어를 만들어 오셨는데, 학창 시절부터 금융인을 꿈꾸셨나요.
“아니요. 30여 년 전에는 사회적 환경이 많이 달랐어요. 당시만 해도 산업을 고르고 커리어를 준비하던 때는 아니었죠. 꼭 은행에 가야겠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입사하고 보니 잘 맞았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의 경쟁력은 전문 지식이 아니라, 태도에서 나온다고 믿어요. 솔직히 이 일을 잘 하는 사람은 다른 일도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다른 길을 가보진 않았지만, 일에 대한 태도가 성패를 좌우하지 않나 싶습니다.”

노 상무님을 ‘롤 모델’로 삼는 이들이 많은데,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고민에 빠진 직원들이 저와 한참 얘기를 하다 보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대요. 과연 영업을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외향적인 사람이든 내성적인 사람이든, 그 사람 스타일로 영업을 하면 됩니다. 누구를 흉내 내거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 스타일로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일에 대한 진정성만 있으면 됩니다. 금융은 피플 비즈니스입니다. 사람을 존중하고, 자산관리를 잘해서 공공선으로 선순환 되는 시스템이 되도록 해야죠. 자산이 좋은 일에 잘 쓰일 수 있도록 ‘부’의 가치를 전해야 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회적 지위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원대한 꿈을 가진 사람들보다 현장에서 더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은 공동의 성장을 위해 서로 도와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유능한 직원, 무능한 직원 모두 존중해야 합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 일을 더 하고 베풀어야 합니다. ‘높은 자리’보다는, 고객과 직원을 진정으로 위했던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