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곽재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전문위원] 다사다난했던 정유년 한 해를 보내고 2018년 무술년을 맞았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저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된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2017년 현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 해를 정리한 다음 현재 보유 중인 금융상품을 어떻게 관리할 건지와 더불어 올해 유망 상품들을 미리 찾아볼 필요가 있다.
“2018년 위험자산 랠리 지속된다”
2017년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군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인 공유가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되뇌었던 것처럼 2017년 주식시장은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완벽 그 자체였다. 우선 경기의 경우 기존의 미국 경제지표 개선이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으로도 점차 확산되는 등 경기 확장세가 전 세계적으로 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미국의 경우 8월의 허리케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3분기 연 3.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경기 개선세가 그만큼 뚜렷하다는 방증이다.

◆2017년 위험자산 가격 상승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주요국들의 금융정책은 긴축보다 완화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는데 유럽계 글로벌 운용 업체 슈로더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글로벌 유동성은 약 1조5000억 달러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과 보유 자산 매각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낮았던 것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년 대비 미국의 핵심 소비자물가 증가율은 1월 2.3%에서 9월 1.7%로 되레 감소했는데 셰일오일에 따른 에너지 가격 안정과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따른 유통마진 축소는 향후에도 인플레 부담을 경감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치 환경 또한 증시와 경기에 우호적이었다. 6월 프랑스 대선에서는 중도우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당선되면서 유럽연합(EU)의 분열 불안이 수면 아래로 다소 가라앉은 가운데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핵심 공약인 세제 개편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노믹스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2017년에는 주식형 펀드 등 위험자산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려들었다. 특히 경기 회복으로 주목을 받는 유럽 및 신흥국을 중심으로 주식 등 금융시장에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됐는데, 이에 힘입어 대부분 국가들의 증시가 단기 전고점을 돌파하며 큰 상승세를 보였다. 섹터별로는 정보기술(IT)과 금융을 중심으로 최근 수년간 투자자들에게 소외됐던 소재, 산업재 섹터의 주가 상승이 뚜렷이 나타났다.
“2018년 위험자산 랠리 지속된다”
◆2018년 경기 확장 속 인플레 압력 강화
글로벌 위험자산(주식 등)의 강세는 2018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2017년의 경기확장세가 2018년에도 지속되는 가운데 신흥국으로의 긍정적 낙수효과와 더불어 기술 혁신(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주도주들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의 주가 상승세가 주도 업종에서 주변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단, 경기 활황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 또한 다소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로 인해 2017년 10월부터 자산 축소를 시작한 미국 외에 다른 나라들도 완화에서 긴축으로 금융정책 기조의 변화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ECB는 2018년부터 양적완화(QE)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할 예정이며, BOJ 또한 양적완화의 축소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2017년 11월부터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2016년 이후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급등한 가운데 만약 지정학적 이슈나 기상이변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중앙은행들의 긴축 압박이 경제와 금융시장에 새로운 충격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과거 경기와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한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ECB가 긴축 속도 조절을 통해 이러한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해 온 만큼 현재로서는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역별로 우선 국내 증시의 경우 글로벌 경기 회복과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이익 증가가 기대되는 가운데 여전히 낮은 밸류에이션의 증시 재평가에 따른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와 지배구조 개선 등도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물론 원·달러 환율 레벨의 부담이나 북한 핵개발과 도발에 따른 한·중 외교 갈등 등 변수가 있으나 주가에는 이미 일정 수준 반영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017년 전고점을 찍은 미국 증시는 완만한 경기 확장세와 기업이익 확대로 인해 현재의 강세장이 좀 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익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이 여전히 크고 현재의 경제 성장세가 민간소비보다는 자본지출 확대에 주로 기인하는 만큼 전반적 상승보다는 섹터별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유럽 증시는 글로벌 경기 호조의 영향이 독일에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주변국으로 전이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전망은 여전히 양호하다. 여기에 미국에 비해 경기 사이클상 회복 초기 단계로 증시 또한 향후 상승 여력이 더욱 큰 점도 증시 전망에 우호적이다. 테이퍼링에 따른 유로화 상승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2017년 이미 선반영된 만큼 리스크는 제한적인 것으로 전망한다.

2017년 깜짝 경제성장률 달성과 외환건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중국 증시 또한 여전히 긍정적 전망이 기대되는데,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눈높이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질적 업그레이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철강, 석탄 등의 과잉 생산 해소를 위한 정부의 구조 개혁과 금융 레버리지 축소가 장기적인 경제 체질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가운데 본토 A종목이 모건스탠리캐피털지수(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되는 등 수급 요인도 긍정적이다.

이외에 수출 환경 개선과 내수 성장 지속으로 경상수지 개선과 통화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아세안 증시와 에너지 가격 회복의 수혜와 높은 밸류에이션 매력이 기대되는 러시아 증시도 2018년 강세가 예상되는 유망 투자처다.

채권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는 경기가 개선되는 가운데 금융정책 전환과 유동성 공급 축소의 영향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기대감이 맞물리는 만큼 가산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회사채 중 단기물에 한해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해외채권의 경우 높은 금리 레벨에 경상수지 개선에 따른 통화가치의 추가 상승이 기대되는 신흥국 채권과 변동금리부 고금리 대출채권인 뱅크론에 투자하는 상품이 상대적으로 유망해 보인다.

만약 채권에 준하는 가격 안정성을 누리면서 어느 정도 초과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 같은 구조화상품이 여전히 매력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확장으로 인해 이들 상품의 기초자산인 주가나 유가 전망은 긍정적인 가운데 최근 시중금리의 상승과 더불어 이들 상품의 제시 수익률 또한 점차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 허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