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2월 변곡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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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terview 이명수 미래에셋생명 공덕지점장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부동산 관련 대책이 홍수를 이룬 2017년. 체감 효과가 가시화될 무술년(戊戌年) 부동산 시장은 ‘시계 제로’의 상태에 놓여 있다. 이명수 미래에셋생명 공덕지점장(부동산 수석 컨설턴트)으로부터 2018년 격변의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주요 이슈에 대해 알아봤다.

“서울 기준 전용면적 84㎡의 10억 원 미만 아파트 매매가는 향후 하락할 수 있습니다. 반면 15억 원이 넘는 고가 주택들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요.”

이명수 미래에셋생명 공덕지점장(부동산 수석 컨설턴트)은 2018년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한 마디로 ‘양극화’로 표현했다. 그는 크게 14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묶인 사람들과 1000조 원이 넘는 유동자금을 굴리는 자산가들의 시장으로 구분하며 “전혀 다른 리그가 펼쳐질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이 지점장은 스피드뱅크 투자자문실장을 거쳐 2007년부터 미래에셋생명에서 VIP 고객을 대상으로 부동산 상담을 진행해 왔다. 새해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자산가들은 향후 부동산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2018년 부동산 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요.

“2017년 11월, 12월 매수 문의가 많았어요. 자산가들은 부동산 시장을 좋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죠. 부동산 컨설팅 업무를 약 16년간 했습니다. 이 사이에 부동산 상승과 하락 사이클을 세 번 정도 겪었죠. 매수 상담이 많으면 어김없이 6개월 후 시장은 상승했습니다. 매수 상담이 줄어들고, 양도세 문의가 많아지면 시장은 하락했고요. 2004년에 상담이 굉장히 많았고, 2015년에 상담이 많았습니다. 2017년 하반기도 마찬가지로 많았습니다.

당초 지난 2015년과 2016년 부동산 시장이 크게 상승한 뒤라 2017년에는 조정을 예상했지만 2017년 정권이 교체되면서 시장에 다른 신호가 왔어요. 참여정부 시절의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에 대한 학습효과로, 부동산 구입을 서두르는 이들이 되레 늘었죠. 오는 2월까지는 기다려볼 것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오는 2월까지 부동산 시장을 주시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7년 8·2대책을 비롯해 강도 높은 규제를 담은 부동산 대책들이 6차례나 쏟아졌어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적용이 4월부터 시행됩니다. 금리도 올라가고 있고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도 적용됩니다. 그 여파들을 새해 초부터 차츰 시장에서 체감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관망 시기가 지나가면 그때서야 ‘행동’이 나오죠. 하락의 신호가 나올 것인지, 상승을 부추기는 신호가 될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2월까지는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가격 흐름이 현재와 큰 변동이 없을 것입니다. 1월 지나가는 분위기를 봐서 부동산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자산가들의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14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얽매인 시장과 1000조 원이 넘는 유동성 자금이 흐르는 시장은 전혀 ‘다른 리그’입니다. 돈이 없어 과도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사람이 많은 반면, 돈이 남아도는 사람도 많은 거죠. 부동산도 양극화가 심화될 것입니다. 서울 기준 전용면적 84㎡의 10억 원이 안 되는 아파트들은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장인들이 대출을 받아서 구입하는 아파트들은 리스크가 커요. 대출 한도가 줄고 금리는 올라가고 있죠. 반면 서울 강남 등지의 고가 주택은 앞으로도 상승 가능성이 높아요. 대출 없이도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는 부자들이 선호하는 곳은 올라갈 것으로 봅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상승기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는데요.
“당시 투자 주체들이 현재도 부동산 상승을 이끌고 있어요. 그때와 다른 점은 당시 50대 전후 세대들이 이제 60대, 70대가 되면서 자녀를 위한 부동산 구입을 원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이제 노인 세대가 되면서 상속·증여까지 고려하는 거죠. 향후 시장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강도 높은 규제로 주목받은 8·31대책 직후 움츠러들었던 시장은 이내 다시 상승했어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정수인 8·2대책의 여파도 비슷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고액자산가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곳은 어디인가요.
“꼬마빌딩과 강남 재건축입니다. 보통 상속 계획을 세우는 시기가 손주가 태어나는 즈음인데요. 금융상품으로 준비하는 방법도 있지만, 연세가 있다 보니 한꺼번에 과표를 낮추는 방법을 선호합니다. 이태원, 용산, 한남동 등의 30억 원에서 100억 원 수준의 꼬마빌딩이 인기 있는 이유죠. 약 40억 원의 꼬마빌딩을 증여한다고 할 경우 과표는 20억 원이 채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익률이 2%에 불과한 꼬마빌딩들이 팔리는 겁니다. 강남 재건축도 자녀에게 집을 사주기 위한 수요가 많아요. 부자들은 안정성을 중시하기에 ‘강남’을 선호할 수밖에 없죠.”

2018년 새롭게 시행되는 부동산 대책의 영향은 어떻게 보나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나 대출 축소 등이 자산가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양도세 중과는 4월부터 시행되는데 그 시기를 놓치면 장기 보유를 택할 것입니다. 강남 다주택자의 경우 이미 자산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장기 보유가 어렵지 않아요. 반면 적은 돈으로 세입자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갭 투자자들의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앞으로 정부가 전방위로 과세를 깐깐하게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죠. 부동산도 단기 차익이 나면 실현해야 합니다. 상승한 부동산은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고, 2월 이후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시장 재진입을 도모하는 것이 나아요. 앞으로 금리는 오르고, 세금은 늘어나면서 보유 부담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향후 주목받을 유망 투자 대상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현재 부동산 시장은 수요가 아닌 유동성이 밀어 올리는 국면입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상승기는 베이비부머들이 집을 넓혀 가는 시기였어요. 지금은 은퇴하는 시기고요. 주택 보급률과 세대별, 연령별 필요한 부동산의 수요가 달라졌죠. 이들은 넓힌 집을 줄이고 소형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임대 시장은 시장참여자가 많아지면서 실수익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요. 반면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부동산과 연동해서 주목할 만한 분야는 관광입니다. 남해안 등 관광자원이 있는 지방의 토지가 주목받을 수 있어요. 또한 공공임대로 수도권 지역에 토지 보상이 대거 이뤄질 예정이므로 대체 수요가 일어날 인근 상가도 유망하고요. 상가는 규제에서도 거의 빗겨나 있죠. 또한 서울은 주택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주택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현재 비인기 지역이라도 교통망 확충 등 확정 호재가 있는 곳은 투자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