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153호 (2018년 02월)

은행권 불확실성 확산…시험대 오른 CEO 리더십

가계부채 리스크 점증…채용비리·지배구조 논란 지속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국내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전열을 가다듬고 무술년 새해 ‘격전’을 준비하고 있다.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낸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과거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은행 수장들의 표정에는 긴장감마저 엿보인다.

올해 국내 은행권을 위협하는 요인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이 찰 정도다. 지난해 국내 은행권의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올 들어 공세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고, 지난 수년간 급증세를 보여 온 가계부채 문제는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한국 금융시장의 최대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장들은 가계 및 기업부실 확대 가능성을 최대 위험요소로 꼽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8%로 이미 임계치 하한선인 80%를 훌쩍 뛰어넘어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73.7% 수준이었지만 8년여 만에 20%포인트 폭증했다.

은행권 내부적으로는 ‘리딩뱅크’ 경쟁에 불이 붙은 가운데 카카오뱅크, 케이뱅크(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공세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케이뱅크는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출시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올해 초를 기점으로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18%인 500만 가입자를 돌파했으며, 체크카드 발급 건수는 2016년 금융권 체크카드 순증 규모의 80%인 380만 장에 육박하고 있다. 이 두 은행은 내년 신용카드 사업 진출을 목표로 관련 작업에 착수한 상태이며, 조만간 제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 거래 시스템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무(無)점포라는 절대 우위의 비용 경쟁력을 갖춘 인터넷전문은행의 공세는 기존 은행들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지만, 기존 은행들이 꺼낼 수 있는 대응 카드는 마땅치 않다.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른 1500조 가계부채는 은행별 리스크 관리 능력을 시험대에 올려놨고, 비용 절감을 위한 점포 통폐합과 인력 감축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중시’ 기조에 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실적 개선을 놓고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놀이에 집중했다는 여론의 질타도 부담스럽다. 각 은행 수장들이 너도나도 동남아 중심의 해외 진출과 비은행 부문 강화를 성장 돌파구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을 방증한다. 

◆ 지배구조 논란도 현재 진행형
올해 경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은행의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논란이 불거진 것도 단순히 시스템 문제로만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번 논란이 일부 은행 노조와 금융당국 수장들의 입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노치(勞治)’ 혹은 ‘관치(官治)’라는 지적도 있지만, 각 금융사별로 당면 과제와 핵심 현안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리더십에 평가가 다소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관리형 리더십을 바탕으로 임기 3년 차에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지만,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임기 중 민영화라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권에서의 ‘채용 비리 논란’으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도 채용 청탁 의혹이 불거지며 입지가 흔들렸지만 결국 ‘무혐의’로 결론나면서 추가 연임 가도에 파란불을 켰다. 반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인사전횡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힘든 상황이며, 김 회장의 최대 치적으로 꼽혀 온 ‘외환은행 인수’ 역시 하나은행과의 합병 이후 눈에 띄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한 상황이다.

현재 금융권 노조는 KB금융을 비롯해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모두 ‘셀프 연임’ 문제를 내재하고 있는 만큼 노동이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키움증권 등 5개 과점주주의 집단 경영 체제인 우리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지배구조 논란에서 자유롭지만 정부의 잔여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노동이사제 도입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는 기존 사외이사의 대대적인 물갈이와 함께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가 뜨거운 쟁점으로 재부상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각 금융사들로서는 지배구조 논란이 금융권을 넘어 민간,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하나금융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과 관련해 “관치가 아닌 금융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이다”라면서 적극적인 정부 개입을 촉구했다.

은행권 내부적으로는 경쟁 격화에 따른 실적 악화 방어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각 은행들이 올해 경영의 방점을 디지털과 해외 진출, 비은행 부문 강화에 찍은 것도 양적 성장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에 각 은행들은 복합점포 확대 등을 통한 자산관리(WM) 수익 확대 및 디지털 역량 강화 등 자산 성장보다는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수립했고, 경쟁 열위의 취약 부문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또 KB·신한·하나금융지주 등 지주사 체제인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증권, 보험 등 계열사 자산을 통합해 운영하도록 조직을 개편하는 등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에서의 시너지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올 초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도 반영되면서 디지털금융 및 비은행 부문에서 대대적인 인사이동 및 승진 인사가 이뤄졌다.

◆ ‘윤-허’ 쌍두마차 리더십 순행할까
KB금융과 KB국민은행의 2017년은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 해다. 윤종규 회장은 취임 이후 ‘KB사태’의 조기 극복을 위해 KB금융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을 겸직하며 1인 중심의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했는데, 결과적으로 1등 탈환이라는 값진 결과를 이끌어냈다. 다만 대규모 인력 감축에 따른 직원들의 업무 과중으로 지난해 말 연임 과정에서 노조 반발과 ‘셀프 연임’ 논란이라는 복병에 맞닥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임기 중 일궈낸 성과와 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연임에 성공했고 은행 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허인 은행장을 새롭게 선임해 3년 만에 ‘쌍두마차’ 체제를 복원했다. 허 행장은 윤 회장 1기 끝자락에 경쟁사인 신한은행이 독점하다시피 해 온 경찰공무원 전용 상품인 ‘무궁화 대출’ 사업권 획득을 진두지휘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2018년 ‘윤-허 체제’의 최우선 과제는 리딩뱅크(금융) 수성으로, 쌍두마차 리더십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허 행장은 과거 KB사태를 염두에 둔 듯 취임 일성으로 윤 회장의 경영철학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의중을 내비쳤지만, 윤 회장 특유의 ‘관리형’ 리더십과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KB금융이 윤 회장 체제 2기를 맞아 지주와 계열사의 겸직 구조를 대폭 조정한 것도 분리 경영을 통해 리더십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윤 회장은 ‘원펌(one-firm)’ 운영 체계 효율화를 통해 계열사 간 협업은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은행권의 중장기 성장 동력인 WM 부문과 CIB 부문을 중심으로 시너지 모델을 마련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아울러 추가적인 M&A를 통해 생명보험 등 경쟁열위 분야를 보강하고 경쟁사 대비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해외 네트워크도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윤 회장은 올 한 해 리딩뱅크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복안이다. 앞서 윤 회장은 1월 경영진 워크숍에서도 ‘리딩 금융그룹으로서의 지위 공고화’ 및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우뚝 서는 새로운 10년’으로 올해 주요 목표로 제시했고, 허 행장도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2020년까지 전 사업 부문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한다고 마음먹으면 해내는 것이 남들이 두려워하는 KB만의 전통이다”라고 강조했다.

◆ 무색해진 초격차 호언…리딩뱅크 진검승부
KB금융 입장에서 2018년은 리딩뱅크 수성전의 한 해라면 신한금융 및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설욕전의 시작이라 봐도 무방해 보인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1월 열린 경영진 워크숍에서 “올해는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며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결연한 각오로 2018년 금융의 승자가 돼 초(超)격차의 리딩뱅크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위 행장이 취임 직후 줄곧 ‘초격차’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KB금융과의 실적 격차가 무의미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지난해 3분기 누적순이익은 각각 2조7577억 원, 2조7064억 원으로 근소한 차이를 보인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1조8413억 원)과 신한은행(1조6959억 원)의 순이익 역시 의미 있는 격차로 보기 어렵다.

특히 위 행장으로서는 지난 8년간 지켜온 리딩뱅크 자리를 취임 첫해 내준 만큼 뼈아플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내년 3월에는 올해 업적을 바탕으로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다만 지난해 초 회장(조용병)-은행장(위성호) 선임 과정에서 제기됐던 ‘불협화음’ 우려는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는 점은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신한금융은 올해 주요 경영 전략 과제로 디지털금융 강화를 비롯해 해외 진출, 신한 DNA(기업문화), 원(One) 신한, 리스크 관리 능력 차별화 등을 꼽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를 비은행 및 글로벌 중심으로 확장해 진정한 ‘선도 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조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뷰카(VUCA) 시대는 크고 강한 조직이 아니라 빠르고 민첩한 조직이 살아남는 속자(速者) 생존의 시대”라며 “글로벌, 디지털, 자산관리, IB 등으로 신한의 영토를 계속 확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비은행 M&A 전략 역시 유효하다. 신한금융이 KB금융에 1위 탈환을 허용한 주된 요인으로 ‘수세적 경영’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 역시 온전한 형태의 종합금융그룹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손해보험사 인수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한금융은 최근 논란이 한창인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및 경영 승계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재일교포 주주들이 외풍을 막아주는 든든한 후원군이 되고 있지만 ‘조-위 체제’ 구축 과정에서 제2의 신한사태가 재현될 우려가 불거진 만큼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은 지난달 열린 ‘2018 신한경영포럼’에서 ‘경영리더 육성제도’를 선포했다. 각 계열사의 임원뿐 아니라 부장 및 부부장급으로 경영리더 선정 대상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차기 최고경영자(CEO)의 인력풀을 보다 투명하게 운영해 은행권 특유의 줄서기 문화를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 ‘김정태 3기’ 개막…흔들리는 리더십
하나금융이 ‘김정태 3기’ 항해를 위한 닻을 올렸다. 2017년에는 우호적 경영 환경에 힘입어 눈에 띄는 실적 개선과 주가 정상화를 일궈냈지만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지는 못했다. 밖으로는 금융당국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안으로는 노조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김 회장은 오는 3월 두 번째 임기 만료를 앞두고 3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KEB하나은행 노조의 고소·고발 사태와 금융당국 수장들의 경영 개입성 발언에 시달려야 했다. ‘관치금융’ 논란 확산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의 중재(?)로 연임 가도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았지만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노조 측이 제기한 각종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김 회장을 둘러싼 핵심 논란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인사전횡 논란과 불투명한 지배구조다. 노조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요 주주와 의결권자문사인 ISS에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의 인사 비리와 카이스트 부실대출 의혹, 금융당국의 ‘셀프연임’ 견제 상황, 김 회장을 은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 등의 움직임을 담은 CEO 리스크 관련 의견서를 전달한 상태다. 여기에 노조는 회장 선임 절차를 앞두고 집행된 대규모의 광고비 지출과 관련해서도 업무상 횡령·배임증재죄 성립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회장 선임 절차 연기를 요청했던 금융당국은 일단 한발 물러선 모습이지만,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인 만큼 자칫 CEO 리스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회장으로서는 ‘KB-신한’ 양대 금융지주를 뒤쫓아 가기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의혹 해소에도 공을 들여야 하는 처지다.

사실 은행권에서는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김 회장 특유의 1인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지속돼 왔다. KB, 신한과 마찬가지로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2인자로서의 존재감이 미미한 실정이다. 과거 김 회장과 함께 차기 회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인물들은 대부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로, 김 회장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평가는 한두 해에 국한된 세평이 아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공정했다’고 자신했던 올해 경선에도 일부 후보의 ‘들러리’ 논란은 또다시 재현됐다. 김 회장 3기의 최우선 과제로는 노사갈등 해소가 꼽힌다. 하나금융이 오는 3분기까지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 체계 통합을 추진키로 한 것도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KEB하나은행은 올해로 통합 3년 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옛 외환은행 직원의 임금이 10%가량 높은 상황이다. 김 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경쟁사 대비 열위한 상황이지만 서로를 믿고 협업해 실력을 키워 나간다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며 “실력을 축적해 나간다면 2018년 위기가 오더라도 우리에게는 글로벌 일류 금융그룹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1조 클럽’ 목표…체질 개선 이룰까
“우리는 2020년 업계 선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사적 ‘2020 경영혁신’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올해부터 이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NH농협금융은 본원적인 체질 개선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 금융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이 올 초 신년사를 통해 밝힌 포부다. 이후 진행된 2018년 경영전략 워크숍에서는 그룹 임원들에게 “조기 사업 추진 태세를 갖추고 순이익 목표 1조 원을 반드시 초과 달성하자”고 독려했다. 올해 임기를 시작한 이대훈 NH농협은행장도 ‘2018년 사업추진 결의대회’에서 올해 손익 목표로 7800억 원을 제시했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3분기 누적순이익은 7285억 원. 지난해 실적만 놓고 보면 1조 원 초과 달성은 무리한 목표는 아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조선, 해운 부실에 따른 ‘빅배스’ 효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다는 점에서 기고 효과를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협금융이 유독 숫자(순이익)에 집착하는 이유는 규모에 비해 취약한 이익 창출력 탓이다. KB·신한·하나금융과 마찬가지로 지주사 형태를 갖춘 데다 자산 규모만 놓고 보면 384조1000억 원으로 KB금융(432조8000억 원)과 10% 안팎의 차이를 보이지만 순이익 격차는 무려 3배를 넘어선다. 민영화 과정에서 지주사 체제가 해체된 우리은행이 같은 기간 1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는 점에 비춰보면 농협금융을 ‘4대 금융그룹’이라 칭하기에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농협 내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알려진 이 행장도 김 회장과 인식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 그는 취임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농협은행은 다른 상업은행과 달리 농업 관련 지원을 해야 하는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면서도 “그런 역할을 하면서도 뒤처지지 않도록 하겠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주사 ‘큰 그림’…조직 안정 급선무
올해 새로운 선장을 맞은 우리은행은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채용비리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연임 반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합리적 성향의 손태승 행장의 리더십이 조직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001년 공적자금 투입 이후 줄곧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려 왔다. 자연스레 개인의 능력보다 ‘줄서기’ 문화가 고착화됐고, 결국 채용비리 문제로 불거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손 행장의 경우 특정 계파에 줄서기보다 업무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로 알려져 직원들이 신망이 두터운 편이다.

손 행장 취임 직후 단행된 임직원 인사 역시 ‘능력 중심’, ‘조직 화합’이라는 손 행장의 경영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 중에는 인사정보 시스템을 통해 개인별 인사고과를 공개하고 본부 부서나 해외지점 인력은 공모제를 통해 선발하는 등 공정한 인사 시스템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조직 안정과 신뢰 회복이 시급한 당면 과제라면 손 행장의 중장기 과제는 ‘우리금융지주’의 옛 명성과 규모를 회복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금보험공사의 잔여 지분(18.52%) 매각과 비은행 부문 M&A가 절실한 상황이다. 손 행장도 취임 일성으로 우리은행의 완전 민영화를 위해 공적자금위원회 및 예보와 적극 협의하고 종합금융그룹 구축을 위해 필요하다면 M&A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손 행장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해외 진출에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국내 최대 수준인 301개로 올 상반기까지 50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복안을 내비쳤다. 손 행장은 “다른 금융지주사와 비교해 비은행 부문에서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어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가 시급하며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지주사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주사 전환과 1등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중기금융 1등 수성…격전 예고  
“경쟁 은행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 지킬 것은 철저히 지켜내야 합니다. 우리의 텃밭인 산업단지는 절대적으로 수성해야 합니다. 기술금융, 기업카드 등 중소기업과 관련된 부문 어느 것 하나 양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의 현장 중시 행보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말 취임 당시 김 행장은 임기 3년 동안 전국 630여 개의 점포를 직접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임기 1년간 현장 경영을 통해 방문한 영업점 수만 1월 초 기준 196개로 김 행장을 만난 직원 수도 4287명에 달한다. 김 행장은 새해 첫 일정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지역 영업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금융에 특화된 국책은행이지만 소매금융 분야에서는 시중은행과 치열한 경쟁도 불사해야 한다. 올해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으로 중기 금융을 둘러싼 시중은행 간 각축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마저 앞 다퉈 중소기업 금융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중소기업대출 140조 원, 4년 연속 당기순이익 1조 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김 행장이 중기 금융에서의 ‘압도적 차별’을 강조하는 것은 대내외 경영 환경이 그만큼 불확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올 들어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의 책임 이행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3300여 명에 달하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1분기 안에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특히 ‘무늬만 정규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외환·여신·파생상품 등 업무 장벽을 아예 없애고 동등한 교육과 업무 참여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 직원들 일부가 반발하면서 노노(勞勞)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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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1-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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