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두 번 울리는 ‘복불복’ 암 보험금
Insurance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직접 목적의 치료’ 등과 같은 모호한 약관 해석에 따라, 암 환자와 보험사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똑같은 치료를 받아도 보험사에 따라 지급 여부가 엇갈려 보험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다.

A씨는 2015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그해 4월부터 7월까지 요양병원 입원 치료 후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이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해당 보험사의 설계사로서 교육팀장을 맡기도 했던 A씨는 “암 입원금은 ‘암으로 인한 입원 시 지급되는 보험금’이라고 알고 가입했고 고객들에게도 판매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암보험 가입 당시 암 입원금 지급과 관련해 보험증서에 구체적 언급이 없고, 보험사로부터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암 보험금’ 관련 분쟁이 암 환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약관에 따른 암의 ‘직접 목적’의 치료 범위에 따른 다툼이 끊이지 않아서다. 보험사마다 지급 기준도 제각각이어서 소비자들의 혼란도 지속되고 있다.

암 입원비 분쟁, 왜 많나
최근 암보험 관련 분쟁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암 입원비’의 보험금 지급 거절 또는 과소 지급 문제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12년 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암보험 관련 소비자 피해 225건을 피해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암 입원비가 97건으로 43.1%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암 진단비 84건(37.3%), 암 수술비 10.2%(23건)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은 암 입원비 및 암 수술비 지급 관련 분쟁이 지속되는 주된 이유로 보험사 암보험 약관 지급기준표에 명시된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이라는 불명확한 표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소비자원은 “보험사는 ‘직접적인 치료 목적’을 자의적으로 좁게 해석해 일부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소비자는 암 때문에 입원(수술)하는 모든 경우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어 분쟁이 줄지 않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2015년 10월 이후 암보험에 관한 정확한 민원 추이가 집계되지는 않고 있지만, 현재까지 암보험 관련 유사 분쟁은 지속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원 금융보험팀 관계자는 “보험 관련 민원 중 빈번한 민원이 암 보험금 분쟁이며, 특히 암 입원금에 대한 피해 민원이 두드러지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암보험에서의 ‘암 입원’ 급여는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입원한 경우에 지급하는 보험금이다. 여기서 ‘직접적인 치료’란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를 목적으로 입원한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 외 치료 목적으로 입원한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

최근에는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더라도 통상 일주일 이내 퇴원하고, 항암 치료 기간에는 통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수술 후나 항암 치료 기간에 요양병원 등에 입원해 치료받는 경우 암 입원비 지급이 거절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과거에는 암 입원비 관련 다툼이 있는 경우 처음엔 지급하고 다음에는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지만, 암 환자가 증가하면서 요즘에는 아예 처음부터 지급이 거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분쟁 해결 못하나

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이란 종양을 제거하거나 종양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항종양약물 치료 등 항암 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경우만을 뜻하는 것이지, 종양이나 종양 치료로 인해 후유증 내지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는 경우까지 이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임. 압노바 및 헬릭소 등도 현재까지는 임상시험을 통해 그 항암 효능이 입증된 바가 없고, 일반적으로 채택되는 항암 치료는 아닌 점으로 볼 때 보험금 지급 사유로 정한 암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한 입원이라고는 볼 수 없다. (대법원 2008. 04. 24.)

금융감독원은 암보험 관련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해 11월 ‘암보험 가입자가 꼭 알아야할 필수 정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에 따른 가이드라인이다. 금감원 분쟁조정국 생명보험팀 관계자는 “암 치료의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기 때문에 유사한 분쟁 조정의 기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험 소비자들 사이의 논란은 여전하다. 보험사마다 다른 지급 기준도 보험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똑같은 질병으로 치료를 받아도 보험사마다 보험금 지급 여부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암보험에 각각 가입했던 B씨는 “암(2~3기)으로 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더니, 한 회사는 당연히 지급 대상이라고 하고, 다른 회사는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며 황당해했다.

B씨의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J의 변호사는 “B씨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사의 경우 해당 치료가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내세워 거부한 것인데, ‘암 치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1·2심 판결도 나오고 있다”며 “암 환자의 현실을 현재 시점에서 세심하게 헤아리는 판결을 기대하며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서 압노바 치료 등을 항암 치료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자박신, 압노바 등은 의약품 품목 허가증에도 종양치료제로 돼 있고, B씨의 경우 치료 후 종양의 크기가 현저히 줄었기 때문에 직접 목적의 치료로써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당신의 보험금을 의심하라>의 저자이자 보험약관 전문 교육기관인 ‘WHY’의 윤용찬 대표는 “암 입원금과 관련해서는 보험사들이 이기는 판결이 이미 다수 나왔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이 보험사와 다툼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다. 다만 과거 약관에 ‘직접 목적’이라는 문구가 명확히 언급되지 않던 시기의 가입자들에게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금융당국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소멸 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까지 지급토록 했던 금융당국의 ‘적극적’ 의지를 촉구했다. 윤 대표는 “법리 다툼에 앞서 소비자들에 대한 신뢰를 지킬 것을 강조했던 ‘자살보험금’ 사태처럼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선다면 암 환자들의 보험금 다툼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환자 두 번 울리는 ‘복불복’ 암 보험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