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 의장 교체, 증시 랠리 변곡점 되나
[머니 기고=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 사진 한국경제DB]제롬 파월이 트럼프 정부의 실질적인 초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선임되며, 향후 통화정책 변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내 주식시장 참여자의 관심도 ‘금리 인상’에서 ‘자산 매각’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에 맞춰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2월 5일(현지 시간) 16대 미 Fed 의장으로 제롬 파월이 공식 취임했다. 제롬 파월과 캐빈 위시 전현직 Fed 이사,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그리고 재닛 옐런 전 Fed 의장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과 손발을 가장 잘 맞출 수 있는 제롬 파월을 선택함에 따라 Fed의 통화정책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본격적인 제롬 파월 시대를 맞아 현재 통화정책 여건을 ‘머큐리(Mercury)’로 표현되는 경제 요인과 ‘마스(Mars)’로 지칭되는 지정학적 위험 등과 같은 경제 외적 요인으로 살펴보면 두 요인 간 괴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미국 경기는 1990년대 후반 이후 20년 만에 ‘골디락스(고성장 속 저물가)’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회복세가 견실하다.

트럼프 출범 1년 직후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증시도 여전히 활황세다. 지난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날이 71회로 69회에 달했던 1995년 기록을 뛰어넘었다. 올해 들어서는 거래일 기준으로 불과 20일 만에 2만5000선, 2만6000선을 잇달아 돌파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머큐리와 마스 요인 간 괴리가 얼마나 심한지는 달러 가치를 보면 확실하게 나타난다. 머큐리 요인만 따진다면 달러 가치는 분명히 강세가 돼야 한다. 하지만 마스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달러 가치는 트럼프 정부의 국익 우선주의로 중국 등과 같은 최대 보유국이 달러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하락 속도가 빠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머큐리 요인으로 달러 가치는 분명히 강세가 돼야 하는데 마스 요인으로 약세를 보인다면 교역국으로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미국 국익만을 생각하는 달러 약세 정책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다. 평가절하는 대표적인 근린궁핍화 정책으로 극단적인 보호주의 수단에 해당한다.
美 Fed 의장 교체, 증시 랠리 변곡점 되나
미국 이외의 교역국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달러 약세에 맞대응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전쟁 방안’이다. 주도국인 미국과 후발국인 해당 국가 모두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 세계 경제는 침체된다. 다른 하나는 국제결제와 외화 보유에서 달러 비중을 낮추는 탈(脫)달러화 방안으로 해당 국가보다 미국이 더 충격을 받는다.

현재 국제통화제도는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아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으로 지칭된다. 이 때문에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는 이전보다 느슨하고 불안한 형태로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에서는 기축통화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더라도 이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 과정에서 달러 위주의 브레턴우즈 체제가 안고 있었던 문제, 즉 기축통화 유동성과 신뢰도 간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 기축통화국의 과도한 특권, 글로벌 불균형 조정 메커니즘 부재, 과다 외화 보유 부담 등이 더 커진다.

‘트리핀 딜레마’란 1947년 벨기에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 제시한 것으로 유동성과 신뢰도 간 상충관계를 말한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통화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대외 부채가 증가하면서 신뢰도가 떨어져 공급된 통화가 환류되는 메커니즘이 작동되지 않아 미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골자다.
美 Fed 의장 교체, 증시 랠리 변곡점 되나
트럼프 정부와 Fed는 기로에 놓여 있다. 머큐리 요인에 해당하는 만큼 출구전략을 추진해 달러 강세를 도모한다면 브레턴우즈 체제가 강화되면서 세계를 대상으로 ‘화폐 발행 차익(seigniorage)’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이익만 겨냥해 출구전략을 지연시켜 달러 약세를 고집한다면 미국 이외 국가가 종전처럼 환율전쟁보다 탈달러화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처럼 달러를 많이 갖고 있는 국가일수록 탈달러화는 ‘달러 함정(dollar trap)’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달러 함정이란 비중을 낮추기 위해 달러를 내다 팔면 가치가 떨어져 오히려 자충수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에서 ‘강세’를 선호한다고 입장이 바뀌었다.

◆파월 Fed 의장, 통화정책 선택은?

트럼프 정부의 실질적인 초대 Fed 의장인 제롬 파월은 이런 통화정책 여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가장 큰 변화는 금융위기 이후 벤 버냉키와 옐런 전 의장이 경제지표에 따라 그때그때 변경해 온 ‘재량적 방식’에다 ‘준칙에 의한 방식(통화론자의 통화 준칙과 테일러 준칙 등)’을 보완할 가능성이 높다.

도드-프랭크법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자기자본(prompt trading)과 파생상품 규제가 완화되고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에 치우쳐진 금융감독도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월가에서는 금융위기 주범으로 대폭 강화됐던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 가능액) 규제인 이른바 ‘볼커 룰’이 폐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관심이 되는 정책금리 인상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새롭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매파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조세 감면, 최소 1조 달러 이상의 뉴딜정책 요인까지 겹치면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금리 인상과 병행해 ‘자산 매각’도 계획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12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친 정책금리 인상에도 미국 증시는 ‘랠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거침없이 오르면서 한동안 잊혔던 ‘거품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미국 증시의 거품 논쟁은 처음 제기됐던 2012년 8월 이후 지금까지 12차례에 걸쳐 지속돼 왔다.

현재 주가 수준은 Fed의 가치모형(FVM=12개월 선행이익률÷10년물 국채금리)으로 평가해보면 2.2배(S&P500 지수)로 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부동산 가격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높게 올라간 지 오래됐다. 자산시장 거품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때 보유자산 매각 조치를 지연시킬 경우 ‘후속 위기(after crisis)’ 우려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2월 초 다우지수가 장중 한때 1500포인트 넘게 폭락한 ‘순간 폭락(flash crash)’ 현상이 첫 신호탄이다.

자산 매각 정책이 앞당겨진 배경이다. Fed의 금리 인상 경로인 ‘3·3·3 계획(3년 동안 매년 세 차례 3%씩 올리는 것)’에 따라 중립금리 3%에 도달하는 때가 2019년 말이다. Fed가 추정한 통화정책 시차 1년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면 그 시기는 ‘2018년 말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월가의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1년 정도 앞당겨 지난해 4분기부터 추진됐다.
美 Fed 의장 교체, 증시 랠리 변곡점 되나
자산 매각 정책과 관련해 제롬 파월 시대에 주목해야 할 것은 그 규모를 얼마나 가져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는 Fed의 보유자산 적정 규모에 달려 있다. 출구전략(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정상적으로 돌려놓는 것) 개념에 충실해 보유자산 규모를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조 달러로 돌려놓는다면 4조5000억 달러까지 늘어난 보유자산을 무려 3조5000억 달러 매각해야 한다.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 있는 규모로 이 방식대로 추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Fed의 보유자산 적정 규모는 기관에 따라 차이가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2조5000억 달러에서 3조50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를 매각해야 된다. 만기 도래 자연 감소분만으로 안 되고 1조 달러 이상 인위적인 매각이 수반될 것으로 보여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 Fed가 추정하는 적정 규모는 3조 달러 내외로 파월 의장도 이 규모를 감안한 자산 매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Fed의 위상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의장에 앞서 감독담당 부의장으로 랜달 퀄스(통화정책상 트럼프 대변인)가 임명된 이래 불협화음으로 스탠리 피서 행정담당 부의장(옐런 의장의 스승)이 조기에 사임했다. 의장마저 친트럼프 인사로 채워진다면 ‘Fed의 포퓰리즘’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나올 정도로 독립성이 훼손당할 우려가 있다.
美 Fed 의장 교체, 증시 랠리 변곡점 되나
제롬 파월 시대를 맞아 국내 주식시장 참여자의 관심도 ‘금리 인상’에서 ‘자산 매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전자보다 후자는 긴축 효과가 큰 만큼 선제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해 놓을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부는 ‘유포리아(과도한 투자심리 안정)’를 근거로 한 지나친 대세 상승론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 이후 한·미 국채금리 간 상관계수가 0.7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정책(기준)금리와 시장금리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 안팎으로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여건에서는 대출과 연계된 무수익 자산을 우선적으로 처분하는 등 개인 차원에서도 구조조정(자산 슬림화)을 하는 것이 우선순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