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156호 (2018년 05월)

신현욱 “2년 임기, P2P금융 법제화에 올인”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국내 첫 P2P금융사가 등장한 지도 10년이 훌쩍 흘렀다. 강산이 변했을 시간이지만 P2P금융은 여전히 대부업과 인터넷통신업이라는 어정쩡한 경계에 놓여 있다. 올 초 2대 한국P2P금융협회장에 취임한 신현욱 협회장은 자신의 임기 2년을 P2P금융의 법제화에 쏟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국 핀테크(FinTech) 산업의 선두주자인 P2P(Peer to Peer)금융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65개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의 누적대출액은 2조3000억 원으로 한 달 만에 10% 이상 급증했다. 협회에 포함되지 않는 130여 개 업체까지 포함하면 누적대출액이 3조 원에 달한다는 집계도 있다. 최근 2년간의 성장세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첫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16년 6월 1500억 원에 불과했던 대출 잔액은 같은 해 말 4700억 원까지 불어나더니, 지난해 말에는 1조80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올 들어서도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며 두 달 만에 2조 원대를 돌파했다.

P2P금융의 이런 성장세는 기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받아 온 차주와 저성장·저금리 기조 속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투자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업체들은 온라인 거래를 통한 비용 절감 혜택을 대출자와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P2P금융의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P2P금융이 온전히 안착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아직까지 P2P금융의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업계는 P2P금융이 등장한 지 무려 10년이 흘렀지만 법제화는커녕 이중, 삼중의 규제만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제2대 한국P2P협회장에 취임한 신현욱 팝펀딩 회장도 임기 중 최대 과제로 ‘법제화’를 꼽았다. 신 협회장은 옛 NHN  (현 네이버) 출신의 정보기술(IT) 전문가로 지난 2007년 ‘팝펀딩’을 설립한 P2P금융 1세대다. 업계 최전선에서 P2P금융의 법제화를 위해 직접 발로 뛰며 국회와 금융당국을 설득하는 작업에 매진해 왔다. 그의 임기 중 당면 과제와 P2P금융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P2P금융협회와 협회장의 주요 역할이 궁금합니다.
“은행권을 비롯해 증권, 보험 등 각 금융업종마다 별도의 협회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이들 협회가 하는 일에 대해 자세히 알기는 어렵죠. 다른 협회들과 마찬가지로 P2P금융협회도 금융소비자들보다는 회원사, 즉 P2P 업체들이 주요 고객입니다. 회원사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애로사항 해결에 앞장서고 P2P금융의 건전한 발전과 회원사들의 공동 발전이 설립 목적입니다. 무엇보다 규제당국의 요청에 적극 부응하고 업계와 당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당장은 P2P금융의 법제화를 이뤄내는 게 핵심 과제라고 보시면 됩니다.”

협회장 외에도 부회장직을 별도로 둔 이유가 있나요.
“협회장과 부회장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종종 공청회나 세미나 등 P2P금융 관련 행사가 겹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일에 대비하고자 회장단을 꾸리게 됐습니다. 협회장 선거에서 최다 득표를 한 곳이 협회장사가 되는데 협회비도 일부 차등을 두고 있습니다. 사실 P2P금융의 경우 전체 시장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워낙 신생 업체들이 많아 협회비 내기도 버거운 회사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와 수익 창출이 가능해야 회장단에 들어올 수 있는 셈이죠.”

신생 업체들이 시장에 안착하기 쉽지 않다는 얘긴가요.
“현재 P2P 업체들은 이중, 삼중의 규제 탓에 손익분기점(BEP)을 넘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업체 대표의 역량에 따라 좌우되는데 사업 초기에는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금융사 출신 대표들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IT업계 출신들은 사업 초기 투자금 모집(펀딩)에 상대적 강점을 보이기도 하죠. 중장기적으로 수익 구조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상환 능력이 있는 차주를 모집해야 하는데 워낙 경쟁이 치열해 쉽지만은 않습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당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겠죠.”

업체마다 주력 사업과 대표들의 이력이 다양합니다.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오히려 간단합니다. 업체들이 바라는 것은 당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인데 단 하나의 사안으로 압축됩니다. 가이드라인상의 지나친 규제. 명문화된 법규가 아닌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에서 ‘안 지키면 그만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엄연히 규제당국에서 마련한 거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협회장 취임 이후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곳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일부 회원사가 협회사 명단에서 제명된 경우도 있지 않았나요.
“사실 협회 1기 때의 기조는 ‘우리 스스로 자율 규제에 충실할 테니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였는데 많이 지쳤죠. 그동안 자율 규제가 두 차례에 걸쳐 나왔는데 전임 회장의 경우 회원사 실사도 직접 나가고 가이드라인을 어기면 협회 명단에서 제명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가이드라인이 더욱 엄격해지면서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열심히 따르고 정부가 하라는 대로 했는데 이게 뭐냐는 볼멘소리가 쏟아졌죠. 급기야 협회 이사회가 절반 이상 물갈이 됐고 회원사들에게는 자율 규제 얘기를 꺼내기도 힘든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가이드라인이 더욱 엄격해진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당국 입장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행여 사고라도 터지면 대량 민원이 발생해 결국 당국 책임론이 커질 수 있겠죠. 법제화를 요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업계는 물론 당국, 소비자 모두를 위해서라도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저희의 일관된 주장이었죠. 저희 협회만 해도 법제화 이전까지는 금융위원회의 인가 법인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금융감독원은 불법 업체들에 대해 고소·고발의 주체가 돼달란 얘기를 합니다. 정부로부터 인가받지 못한 임의단체 성격인 협회가 그런 요구를 받아들이기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죠.”

법제화 이전까진 관리감독도 어려울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죠. 금감원 입장에서도 정식 법안이 발의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P2P대응반을 꾸리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나마 핀테크 감독팀 안에 선임조사역 두 명이 한 팀으로 구성된 게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인력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물론 핀테크와 관련된 광범위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협회 차원에서 협조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법제화가 안 된 상황에서는 많은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죠.”

법제화가 시급한 상황인 것 같은데 예상 가능한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시나요.
“지난 2015년 법제화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법안 발의 이후 통과까지 3년가량이 소요됐습니다. 그나마 이전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창조경제 활성화’ 기조에서도 이 정도였죠.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경제, 특히 금융 혁신과 관련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한 나라의 경제와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융 부문의 뒷받침이 필수적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점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금융당국 역시 정부의 정책 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으니 마냥 떼를 쓸 수만도 없는 노릇이죠.”

P2P 업체 대표로서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큰 틀에서 P2P금융을 살릴 것이냐 여부로 압축하면 답은 명확합니다. 살려야죠. 이유도 명확합니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내 금융 산업과 관련해서 나오는 얘기가 있습니다. 기존 제도권 금융사들이 제대로 하지 못했던 영역이 있는데 대표적인 게 중소기업 대출입니다. 은행 영업점에 가면 기업대출 부스가 따로 마련돼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부동산 담보 위주로 실행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담보가 가능한 기업은 대부분 어느 정도 자산 여력이 있는 큰 회사죠. 그동안 정부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벤처기업을 활성화하겠다며 IT, 바이오 등 여러 모태(母胎)펀드 설립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추가적인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에인절투자자나 벤처캐피털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었죠. 만약 100개 스타트업이 생겨날 경우 미국은 8개가 살아남는다 치면 한국에서는 2개도 살아남기 힘든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는 셈이죠.”

P2P금융이 이런 문제점을 완벽히 해결할 수 있을까요.
“몇 년 전 저작권,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가치평가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대출을 좀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됐었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부분 부동산 담보 대출이었습니다. 코미디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시중은행, 저축은행, 캐피털 등 제도권 금융사의 경우 그동안 이런 저런 대출 사고 때문에 규제가 더욱 까다로워졌습니다. 리스크가 큰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가 사고라도 나면 직원들이 그 책임을 떠안아야 하니 모험자본 공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테스트 툴이 P2P금융입니다. 당장 금융당국은 P2P금융 역시 부동산 대출 비중이 크다고 지적하지만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규제가 좀 더 풀리면 다양한 형태의 상품이 출시될 거라 확신합니다. 당국 입장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규제를 완화했다가 만약 사고라도 터지면 당국 역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겠죠. 결국 이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법제화입니다. 칼이란 게 날이 서면 고기가 잘 썰리지만 내 손도 베일 수 있죠. 규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P2P금융도 어정쩡한 상태로 두지 말고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봅니다.”

법제화 이후 P2P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도 일맥상통 하겠네요.
“한국은 대출의 천국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돈 빌리기 쉬운 나라입니다. 특히 개인 신용대출은 주민번호,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대출이 가능하죠. 고객 접점인 은행 영업점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습니다. 이처럼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에 집중해야 하는데 중소기업 대출이 그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은행들이 외면하면 지적재산권 대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장기적 생존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끝으로 팝펀딩 대표로서 중장기 경영 플랜이 궁금합니다.
“해외 시장 진출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권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국내에도 팝펀딩 외에 경쟁력 있는 P2P 업체가 많습니다. 법제화가 이뤄지고 국내 수익 기반만 마련되면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입니다. 중국과 동남아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지만 특히 일본 시장은 기존 상품으로도 충분히 공략이 가능합니다. 일본은 오래 전에 법제화가 마무리돼 P2P 시장이 크게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미국, 일본, 중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도 법제화를 끝낸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업체가 생긴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논의만 진행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신현욱 협회장은…
한국외국어대 졸업(말레이·인도네시아어 전공)
인시아드(INSEAD, 프랑스) MBA 졸업
삼성화재
NHN(주) 동남아시아사업팀장
NHN(주) 인터넷검색사업부장
현 팝펀딩(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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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5-0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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