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롯데카드, CEO 진두지휘 ‘신상품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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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우리·롯데카드칼바람은 몸집이 작은 곳을 더욱 매섭게 휘감았다. 최근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카드업계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규모가 작은 카드사들은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 지표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카드와 롯데카드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개발한 신상품을 들고 출사표를 던졌다. ‘CEO 카드’가 가라앉는 카드업계의 반전의 계기가 될까.

카드 회사 수장들이 직접 자존심을 걸고 맞붙었다. 지난 4월 초 롯데카드와 우리카드가 ‘최고경영자(CEO) 카드’를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에 불을 붙였다. 최근 카드업계 전반의 성장이 뒷걸음치는 가운데 규모가 작은 우리카드와 롯데카드가 시장점유율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우리·롯데카드, CEO 진두지휘 ‘신상품 격돌’
우리카드, 정원재식 파격 혜택 눈길
연내 시장점유율 10% 목표…‘제2 도약’ 선언


우리카드가 4월 2일 신상품 ‘카드의정석 포인트(POINT)’를 출시했다. 정원재 대표 취임 3개월 만이다. 한국적인 작명부터 디자인까지 정 대표가 직접 진두지휘했다. 이번 카드는 특히 한 눈에 띄는 청아한 멋이 인상적이다. 한국화 화가 김현정의 작품 <과유불급>을 적용한 것. 카드에 예술(artvertising)을 입힌 시도다. 김 작가는 정 대표가 직접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직후에는 우리카드와 김현정 작가의 디자인 컬래버레이션 기념 전시회를 개최했고, 오는 6월까지 서울·경기 주요 궁궐 및 왕릉 입장료 할인 이벤트도 진행하며 ‘한국의 미(美)’를 알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딱딱한 금융상품을 감성적으로 해석하고, 전통 속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변통’의 지혜를 담았다.

파격적인 카드 혜택도 장착했다. ‘카드의정석 POINT’는 모든 업종에서 업계 최고 포인트 적립률인 0.8%를 기본으로 적립해주며, 전월 실적 30만 원 이용 시 한도 제한 없이 마음껏 적립할 수 있다. 또한 고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이동통신·대중교통·전기자동차 충전은 5%, 커피·영화는 3%, 백화점·대형 할인점·온라인 쇼핑·주유·해외 매출은 1% 등 10개 특별 업종에서 이용금액의 최대 5%가 적립된다.

정 대표는 ‘카드의정석 POINT’를 내세워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출시 기념 전시회에서 ‘시장점유율(MS) 상반기 9%, 연내 10%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현재 우리카드의 시장점유율은 8%대다. 정 대표는 “시장점유율이 10%는 돼야 타 업권과의 제휴 및 협업이 원활하고 상위 카드사와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임기(2년) 내 15%까지 올려 상위 카드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우리카드는 2013년 우리은행에서 분사 이후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분사 첫 해 480억 원이었던 순이익은 이듬해인 2014년에는 891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상승했고, 2015년 1169억 원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2016년 이후 내리막세다. 우리카드 순이익은 2016년 740억 원으로 내려앉았고, 2017년에는 403억 원에 그쳤다.

이로 인해 ‘업계 꼴찌’로의 추락 위험에도 놓였다. 지난해 업계 7위인 우리카드의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53조315억 원, 8위인 하나카드는 50조7619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전년 약 6조 원 이상 벌어졌던 차이가 2조 원 수준으로 확 좁혀졌다. 하나카드는 옛 외환카드와의 통합 이후 내놓은 1Q 시리즈를 통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선방했다.

정 대표는 취임 후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그는 긍정론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내일은 있지만 어제는 없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여긴다. 천안상고를 나와 1977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뒤 우리은행에서 수석 부행장급인 영업지원부문장까지 올랐다. 40년이 넘는 은행 근무 경험을 살려 신규 고객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정 대표는 ‘카드사의 DNA를 장돌뱅이’로 정의했다. “시장에서 놀아야 하는 장돌뱅이와 같다”며 유연하고 효율적인 조직과 직원들의 자율성, 창의성을 유도하고 있다. 보수적 금융조직에서 유연하고 효율적인 ‘애자일(agile)’ 조직으로의 변화를 추진했고, “반바지도 오케이”라며 복장 자율화도 선언했다. 정 대표는 “임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생각, 경험이 시너지를 내도록 조직문화를 바꾸고 ‘하나 된 우리카드’를 만드는 것”을 위기의 극복 방안이자 변화의 시발점으로 꼽았다.

그 상상력의 첫 시험 무대인 ‘카드의 정석’의 출발은 순조롭다. 출시 단 3주 만에 10만 장을 돌파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카드는 이르면 오는 6월 업계 최대 할인율을 담은 ‘카드의 정석’ 시리즈 후속작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롯데카드, 리뉴얼 통해 고객 성향별 카드 출시
일명 ‘김창권 카드’, 최악의 경영 지표 개선될까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부사장)는 4월 ‘가장 당신답게’라는 새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발표하고 신상품 ‘아임(I’m) 카드’를 선보였다. 롯데카드가 대대적인 리뉴얼에 나선 것.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바꾼 것은 7년 만이다. 김 대표는 “고객이 가장 ‘당신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아임 카드는 고객의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카드로 4월 5종이 출시됐다. 가장 먼저 출시한 ‘아임 원더풀’은 전월 실적이나 할인 한도 없이 결제의 0.7%를 결제일에 할인해준다. 특히 건별 10만 원 이상 결제 시에는 할인율이 2배인 1.4%로 높아진다.

후속 상품으로 출시된 4종은 각기 실속 있는 할인 혜택을 담았다. 학원과 마트에서 10% 할인 혜택을 주는 ‘아임 하트풀’, 직장인을 겨냥해 점심시간대 커피 30% 할인에 모든 음식점에선 5%를 할인해주는 ‘아임 치어풀’, 주유소와 야식 할인 혜택을 담은 ‘아임 조이풀’, 통신비와 관리비 할인에 특화된 ‘아임 그레잇’ 등이다. 롯데카드는 올 상반기 중 아임 카드 1종을 더 선보일 계획이다.

김창권 대표는 지난 2017년 3월 롯데카드 대표이사에 올랐다. 올해 취임 2년 차. 카드사 대표로서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아임 카드는 ‘고객, 사람 중심의 하이터치로 진화하자’는 이러한 김 대표의 철학이 반영된 카드다. 그래서 김창권 카드로 불린다. 김 대표는 “연내 모바일 중심의 ‘라이프 플랫폼’을 구축하고 고객의 삶을 담아내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취임 첫 해 자못 가시밭길을 걸었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6년 80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2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롯데백화점카드 관련 영업권을 상각(318억 원)하는 과정에서 회계상 처리로 일회성 평가손실이 발생했음을 감안해도 순익이 크게 줄었다.

이러한 ‘최악의 성적표’에도 롯데카드는 지난 2월 고액 현금배당으로 빈축을 샀다. 주당 290원의 현금배당으로, 총 배당금 규모는 216억7500만 원 수준이다. 롯데카드의 최대주주는 지분 93.78%를 보유한 롯데쇼핑이며, 나머지도 계열사와 오너 일가가 대부분 소유하고 있다. 실적 부진에도 오너 일가에게 수백억 원대 배당을 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롯데카드는 직원 1인당 생산성(영업이익)은 6096만 원으로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 업계 중하위권인 우리카드는 2억2120만 원, 하나카드는 1억8082만 원, 현대카드는 1억587만 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직원 1인당 4억1794만 원 규모다. 시장점유율 면에서는 롯데카드가 현재 업계 6위이지만, 노동 생산성과 경영 효율성에서 고전을 면치 못함을 보여준다.

자금 조달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월 롯데카드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지난 1월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롯데그룹의 지원 능력 약화와 지배구조 변화로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핵심 과제 첫 번째는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혁신이다”라고 밝혔다. 실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비접촉식 결제 수단인 ‘비자(Visa) 롯데카드 웨어러블’을 선보였고, 디지털 트렌드에 맞는 고객 혜택을 강화한 ‘라이킷(LIKIT) 카드’도 내놨다.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해외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베트남에서 지분 100%를 인수한 현지
소비자금융사인 ‘테크콤 파이낸스’의 오픈도 준비 중이다.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단기적 성과 향상에만 치우치진 않겠다는 것. 카드 포트폴리오 개편으로 카드 경쟁력을 높여감과 동시에 미래 먹을거리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김 대표는 산업은행 출신으로 모건스탠리 프로퍼티즈 부동산투자담당 상무, 삼정KPMG 부동산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롯데자산개발 대표이사를 거쳐 2017년 3월 롯데카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국제 금융시장을 누볐지만, 부실채권과 부동산 관련 업무에 비중이 높다는 평가다.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낸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추구한다. 김 대표의 뚝심 리더십이 과연 ‘부진의 늪’에 빠진 롯데카드를 구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롯데카드, CEO 진두지휘 ‘신상품 격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