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음속 여객기 시대 열린다
[한경 머니 기고=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사진 한경DB]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여객기는 콩코드로 통했다. 하지만 현재 세계는 초음속 콩코드보다 훨씬 빠른 극초음속 여객기 시대를 열기 위해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천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까지 족히 1시간 30분이면 날아갈 수 있는 시대가 곧 열린다는 소리다.

콩코드(Concorde)는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음속 여객기였다. 영국과 프랑스가 협력해 개발·제작한 이 여객기는 1969년 3월 2일 수많은 항공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험 비행에 들어갔다.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공항 활주로를 이륙한 콩코드는 29분 동안 프랑스 상공을 난 뒤 무사히 지상으로 돌아왔다.

이 여객기의 기체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됐고, 가늘고 긴 삼각 날개와 4개의 엔진을 장착했다. 공기와의 마찰로 기체가 가열되기 때문에 객실 주위에 연료를 순환시켜서 기체를 냉각시키는 장치가 설치됐다. 1973년에는 고도 2만 m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했고, 1974년에는 속도가 마하 2.23을 기록하기도 했다. 1976년 1월 21일 세계 최초로 상업 운항을 시작한 이 여객기는 세계 항공사에 파란을 일으켰다. 평균 8시간 넘게 걸리는 파리~뉴욕 구간을 3시간 30분에 주파했기 때문이다.

이후 영국 브리티시에어와 프랑스의 에어프랑스가 런던∼바레인, 파리∼리우데자네이루, 파리∼워싱턴, 런던∼워싱턴을 비행했다. 하지만 소음과 대기오염, 연료 과소비, 비싼 운임 등으로 콩코드는 대서양 횡단 정기편을 중단하고 런던∼뉴욕, 파리∼뉴욕 구간의 부정기 전세기로만 운항됐다. 또 콩코드는 2000년 7월 25일 추락사고로 113명이 숨지면서 심각한 위기에 빠지지도 했다. 게다가 2001년 9·11테러로 승객 수가 줄어들자 두 항공사는 엄청난 유지비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2003년 10월 24일 콩코드의 운항을 중단했다.

◆콩코드 넘어 극초음속 여객기 개발 경쟁

콩코드 여객기보다 훨씬 빠른 극초음속(hyper-sonic) 여객기 시대가 앞으로 5년 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음속은 초속 340m, 시속 1224㎞다. 통상 음속을 넘는 속도를 ‘초음속’이라 하고, 마하 5.0을 넘으면 ‘극초음속’이라 부른다. 마하 5.0은 음속의 5배인 시속 6120㎞다. 극초음속 여객기는 일반 여객기(보잉 777 기준 시속 800㎞)보다 7배, 콩코드 여객기보다 2배 정도 빠르다.

미국 항공우주기업 보잉은 뉴욕과 런던을 2시간 만에 갈 수 있는 극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도면을 공개했다. 현재 뉴욕에서 런던을 가려면 가장 빠른 여객기로 7시간이 소요된다.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회장은 지난 6월 26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 항공우주산업 콘퍼런스에서 “마하 5.0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극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이 여객기는 2023년 비행을 시작해 2030년대 정식 출시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뮬렌버그 회장은 “이 여객기는 대서양을 2시간, 태평양을 3시간 내에 건너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잉은 2013년 군사용 무인 극초음속 비행체(Hypersonic Glide Vehicle, HGV)인 ‘X-51A 웨이브라이더(Waverider)’를 고도 1만8000m에서 마하 5.1의 속도로 시험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정도면 미국 LA에서부터 인천까지 1시간 30분이면 날아갈 수 있다. 1500㎞를 비행하는 데 2시간이 걸리는 토마호크 미사일에 비해 X-51A는 같은 거리를 15분 남짓이면 날아간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보고서에 따르면 X-51A의 이론상 최고 속도는 마하 15.0(시속 1만8360㎞)이라고 한다. 미국 국방부가 개발하고 있는 가장 비밀스러운 극초음속 비행체는 무인 우주왕복선 X-37B다. 최대 9개월 동안 우주에서 머무를 수 있고 임무를 마친 뒤 자동으로 대기권에 진입해 활주로에 착륙하는 X-37B는 높이 2.9m, 길이 8.8m, 무게 5톤으로 우주왕복선의 4분의 1 크기다. 명목은 우주왕복선이지만 지상 목표를 타격하거나 위성을 파괴하는 우주전투기 또는 군사위성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최고 속도는 마하 25.0으로 전 세계 어디라도 30분 내 갈 수 있다. 이 비행체가 앞으로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는 현재로선 일급비밀이다.

중국도 베이징에서 뉴욕까지 2시간 내 비행할 수 있는 민간용 극초음속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역학연구소 산하 고온기체동역학 국가중점실험실에 소속된 추이카이(崔凱)연구팀이 과학원 소속 <중국과학>의 자매지 <물리학, 역학, 그리고 천문학>에 제출한 논문에서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반 여객기를 타고 베이징에서 뉴욕까지 1만1000㎞ 거리를 날아가면 14시간이 걸리지만, 극초음속 여객기를 타면 2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이 연구팀은 극초음속 비행체 시뮬레이션을 위해 만들어진 극초음속 충격파(JF-12) 풍동(風洞: 인공 바람을 발생시키는 터널 형태의 실험 장치)에서 극초음속 비행체의 축소 모델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음속보다 7배 빠른 시속 8600㎞를 주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날개가 아래위로 쌍을 지어 달린 쌍엽기처럼 생긴 이 극초음속 비행체는 아래 날개가 팔을 벌린 것처럼 앞을 향해 있으며, 기체 뒤쪽에는 박쥐처럼 생긴 위 날개가 달려 있다. 그 모습이 영어 대문자 ‘아이(Ι)’의 모습을 띠어 ‘I-플레인(I-plane)’으로 불린다. 연구팀은 “이중 날개 구조가 극초음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체 흔들림과 저항을 줄여주며, 기존 극초음속 비행기보다 훨씬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다”면서 “아이 플레인 크기가 일반 상업용 비행기와 같다고 가정하면 실을 수 있는 무게는 상업용 비행기의 25%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여객 200명과 화물 20톤 정도를 실을 수 있는 보잉 737 여객기 크기의 극초음속 여객기를 만들 경우 사람 50명과 화물 5톤을 실을 수 있다.

중국은 2014년 군사용인 WU-14라는 극초음속 비행체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WU’는 산시(山西)성 우자이(五寨)에서 발사됐기 때문에 붙여진 알파벳이다. ‘14’는 2014년을 뜻한다. 이 비행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조해 만든 운반 로켓에 실려 지상에서 발사된 뒤 로켓과 분리돼 대기층에 진입하고 무동력 상태에서 최대 마하 10.0 속도로 활강해 날아갈 수 있다.

중국이 WU-14를 실전 배치할 경우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구축해 놓은 미사일방어(MD) 체계는 자칫 무력화될 수도 있다. WU-14는 일반 탄도미사일 탄두와 달리 대기권으로 들어온 뒤 내부에 있는 소형 보조 추진 엔진을 이용, 방향을 수정해 크루즈미사일처럼 움직이면서 극초음속으로 하강한다. 일반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대기권에 들어오기 전 탄두가 분리되고, 이때 탄두는 일반적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한다.

미국의 MD 체계는 상대방이 발사한 미사일의 탄도와 속도, 방향에 따라 방어 지점을 계산해 미사일을 막는 방식이므로 자유롭게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WU-14를 요격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에 성공한다면 ‘극초음속 폭격기’도 가능해 기존 전쟁의 양상을 뒤흔들어 놓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극초음속 비행체의 경우 극히 낮은 고도로 활공하면서 목표물을 타격해 레이더의 포착과 요격이 매우 어려워 기존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하기 때문이다.
극초음속 여객기 시대 열린다
◆극초음속 비행기 개발의 난제들

독일 항공우주국도 2030년까지 극초음속 비행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 비행기는 ‘스페이스라이너’로 불리며 최대 100명이 탑승할 수 있다. 독일에서 호주까지 90분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페이스 라이너는 우주 왕복항공선과 같이 이륙한다. 로켓 엔진에 실려 우주선과 같이 수직으로 발사된다. 발사 이후 순항고도에 도달하면 여객기는 로켓 엔진에서 분리돼 마하 20.0의 속도로 중간권에서 비행한다. 목적지에 다다르면 우주 왕복항공선과 같이 활주로에 착륙하게 된다. 분리된 로켓 엔진은 공중에서 다른 비행체에 견인돼 착륙하고 이후 재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이 현재 개발 중인 극초음속 비행기는 모두 ‘램·스크램제트’ 엔진을 쓴다. 일반 여객기의 ‘터보’ 엔진이 터빈을 돌려 압축한 공기에 연료를 연소시켜서 동력을 얻는 것과 달리 ‘램·스크램제트’ 엔진은 터빈 없이 고속 비행에 이르는 기압으로 공기를 압축하는 방식을 쓴다. 또 섭씨 1000도가 넘는 마찰열 문제를 풀기 위해 니켈 합금을 이용한 열 저항 신소재 등으로 겉을 덮는다. 극초음속 비행기는 대개 이중 날개 구조를 띤다. 극초음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체의 흔들림과 저항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극초음속 비행의 최대 어려움은 ‘소닉 붐(sonic boom)’ 현상이다. 소닉 붐은 초음속으로 날 때 비행기 주변에 생기는 충격파가 지면에 부딪히면서 압력 상승이 일어나 ‘쾅’ 하는 폭음을 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소닉 붐을 줄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미국의 현행법은 인간과 야생동물에 대한 악영향 때문에 상용 초음속 항공기의 육상 항로 비행을 금지하고 있다. 콩코드 여객기의 약점이었던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면 이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경제성도 있어야 한다. 콩코드는 일반 여객기 연료의 4배를 썼고, 요금이 1만2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일반 승객들은 콩코드를 이용하기 어려웠는데 기체를 탄소섬유 등으로 제작해 연비를 줄이는 것도 과제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또 극초음속에 가까운 초음속 비행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은 지난 4월 항공우주국(NASA)과 초음속 비행기 ‘X-플레인’ 개발을 위한 2억4750만 달러 규모의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록히드 마틴은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콩코드 여객기에 비해 소음을 40% 줄인 초음속 비행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X-플레인의 첫 시험 비행은 오는 2021년으로 예정돼 있다. NASA는 이르면 2022년 중반에 미국 도시들의 상공을 비행토록 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응도 살펴볼 계획이다.

미국의 벤처기업인 붐 테크놀로지도 2023년 첫 운항을 목표로 초음속 여객기 ‘붐(Boom)’을 개발하고 있다. 붐 테크놀로지는 2019년 마하 2.2의 속도로 날아갈 수 있는 2인승 시제기 XB-1을 시험 운항해볼 예정이다. 이 회사는 초음속 여객기의 기체를 경량화하고,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해 알루미늄 합금보다 가벼운 탄소섬유를 사용할 방침이다. 승객 정원은 55명으로 콩코드의 92~128명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 스파이크 에어로스페이스도 12∼18인승의 ‘스파이크 S-512’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마하 1.6의 속도로 날 수 있는 이 여객기를 2023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유럽 에어버스도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2.0’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콩코드 2.0’의 최대 속도는 마하 4.5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런던까지 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무튼 지구촌은 ‘21세기판 콩코드’의 등장으로 더욱 가까워질 것이 분명하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59호(2018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