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종목투자, 열기 이어지나
[한경 머니 기고=한상춘 한국경제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올해 들어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 글로벌 종목투자(GBK)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제 투자액도 급증했다. 그렇다면 최근 경제 격변기에서 세계 경기와 환율에 의해 좌우되는 GBK의 향후 전망은 어떨까.

올 들어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GBK(Global BroKerage), 즉 글로벌 종목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제로 투자액도 급증한 점이다. GBK란 국내 종목투자, 즉 BK(BroKerage)에서 벗어나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종목에 투자하는 방법을 말한다.

투자 대상국과 종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말 대비 7월 말까지 GBK의 평균수익률은 BK보다 3배나 높다. 특히 MAGA(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와 같은 미국 기업에 투자했다면 국내 대기업에 투자했던 것보다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재테크 수단별로도 GBK의 수익률이 단연 높다.

GBK는 크게 보면 세계 경기와 환율에 의해 좌우된다. 경기적인 면에서 세계 경제는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디플레 갭’에서 ‘인플레 갭’으로 전환됐다. 전자는 실제성장률(혹은 전망치)에서 잠재성장률을 뺀 수치가 ‘마이너스’일 때, 후자는 ‘플러스’일 때를 의미한다.

미국 경제는 여름 휴가철 이후에도 대내적으로는 ‘트럼프노믹스(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대외적으로 국익 우선의 보호주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초점을 맞춘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은 국제적인 비난에도 미국의 실리를 챙기는 데는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마찰, 세계 교역 위축될까

유럽 경제는 지루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지속해 나가는 가운데 지난해 3월 네덜란드 총선, 같은 해 5월 프랑스 대선을 거치며 강화된 통합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독일 사민당과 연합한 메르켈 정부의 주도력이 약화되고 있어 테러, 난민 등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나라 안팎으로 문서 조작과 북미 협상의 패싱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아베 정부가 처한 여건을 감안해 일본 경제의 앞날에 대해서는 신중한 견해가 많다. 아베노믹스가 1단계(하마다 고이치, 금융 완화)에서 2단계(혼다 에쓰로, 재정 지출)로 이행되면서 가뜩이나 많은 국가 채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간 무역마찰이 지속됨에 따라 세계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이 약화되면서 세계 교역이 위축돼 중국과 같은 수출 지향적인 국가일수록 타격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미국과의 무역마찰 부담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4분기에는 6.2%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화폐 개혁, 상품·서비스세(GST) 도입 등 제2의 도약을 위한 당면 현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부진했던 인도 경제는 지난 상반기를 기점으로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세계가 하나가 되면서 최대 성장 동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인구가 많은 데다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인구구조를 갖고 있어 ‘성장률=7%대’의 고성장 국가군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경제는 10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가 최대 변수다. 경제 여건은 비교적 괜찮다. 원유, 커피, 철광석, 석탄 등 4대 성장주도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후보가 13명에 달할 만큼 난립하고 있어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혼란 때문에 성장률이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의 성장 경로가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성장통으로 대체 투자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 경제는 앞으로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간 많은 외국 기업과 자본이 유입됨으로써 나타나고 있는 과열 징후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제2의 도약 여부를 결정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여름 휴가철 이후 한국 경제를 보는 시각은 해외 기관일수록 좋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 진단과 예측 지표로 가장 정확하다고 평가받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합선행지수(CLI)를 보면 한국의 경우 15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100’ 밑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 때는 ‘경기 둔화’ 혹은 ‘침체’를 의미한다.
글로벌 종목투자, 열기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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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변수도 녹록지 않다. 대외적으로 보호주의 물결이 누그러지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력이 한국에 집중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등 신흥국은 금융위기 재연 조짐도 감지된다. 특히 트럼프 정부와 갈등을 빚는 신흥국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한국도 북한 석탄 수입 문제로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내부적으로는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기업 정책도 우호적이지 않다. 가계부채 부담은 위험 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당초 예기치 못한 ‘테일 리스크(tail risk)’가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더 우려되는 것은 경기가 둔화(혹은 침체)될 경우 이를 살릴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통화정책은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재정정책은 아직까지 여유가 있으나 재정수지가 너무 빨리 악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외환정책은 외화 거래 내역을 공개해야 돼 실질적으로 ‘개입’이 어려워졌다.

대내외 예측기관도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내리기 시작했다. 정부의 목표치 3% 달성은 어렵다는 시각이다. 미·중 간 무역마찰이 지속될 경우 2.5%까지 내려 잡는 비관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국민이 느끼는 경제고통지수(실업률+물가상승률)는 지표경기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보는 예측기관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정책당국은 주목해야 한다.

◆美, 무역적자 축소 노력…GBK에는 이득?

출범 이후 트럼프 정부는 ‘달러 약세’를 핵심 수단으로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노력해 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트럼트 대통령을 곤경에 빠트릴 정도로 무역적자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목표국인 중국과의 무역적자는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 학계를 중심으로 달러 약세 정책이 더 이상 무역적자를 개선시킬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특정국이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단행하는 평가절하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마샬-러너 조건(Marshall-Lerner condition)’을 충족시켜야 한다. 국제무역이론에서 하나의 고전적인 내용으로 다뤄지고 있는 이 조건은 외화 표시 수출수요 가격탄력성과 자국통화 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을 합한 값이 ‘1’을 넘어야 평가절하가 무역수지를 개선시킬 수 있음을 뜻한다.

문제는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마샬-러너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수출 상품은 비가격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수출 가격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다. 반면 미국의 수입 상품은 소득 불균형이 심한 상황에서 ‘있는 계층’은 수입품 가격 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안 받고, ‘하위 계층’의 수입품은 대체할 미국 제품이 적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히려 마샬-러너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달러 약세를 계속 추구할 경우 초기에 나타나는 ‘J 커브’ 효과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J 커브 효과란 특정국의 통화 가치가 평가절하 될 경우 수출입 가격 변화는 즉시 일어나나 이에 따른 수출입 물량이 변화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정 시점까지는 무역수지가 더 악화된다는 이론이다.
글로벌 종목투자, 열기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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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정부는 무역적자를 축소시켜 놓아야 조기 레임덕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출범 이후 달러 약세 정책은 부작용만 노출시켜 더 밀고 나간다면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달러 약세를 더 이상 가져가지 못한다면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통한 무역적자 축소 노력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GBK에 유리한 방향으로 환율이 흐를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화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정부 차원에서 각국 간 다른 제도와 규범 등을 통일시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드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그 토대 위해 ‘가치(value)’를 창출하는 기업과 금융사가 해외로 진출한다. 투자 대상이 밖으로 나간다면 그것을 목표로 하는 주식 투자자도 따라가야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GBK는 환율, 세제, 정보 취득 등에서 BK보다 어렵다. 한국처럼 GBK의 초기 단계에서는 더 그렇다. 하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 할 투자 여건에서 주식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책은 자본주의의 본질에 충실히 하는 길이다. 증시는 자본주의의 본질이 가장 잘 반영되는 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주식을 공급하는 주체는 우량과 비우량 기업 간 격차가 벌어진다. 주식을 사들이는 주체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격차가 더 벌어진다. 이런 여건에서 최상의 GBK 시나리오는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우량 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방안이다. 한 마디로 ‘각국의 삼성전자’에 해당하는 주식을 사라는 의미다.

기업은 새롭게 형성되는 여건에 맞춰 항상 새로운 상품을 찾는다. 그중에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알파 라이징(α-rising) 기업’이다. ‘알파 라이징 기업’이란 현존하는 기업 이외라는 점에서 알파(α)가, 새로운 평가 잣대에 따라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rising)이 붙은 용어다. 이제 막 성장기에 들어간 4차 산업혁명 종목이 대표적인 예다.

지속 가능한 시겔형 기업의 주식도 주목해야 한다. 시겔형 주식이란 그때그때 인기주, 주도주와 관계없이 10년 후에 돈이 되고 20년 후에 노후 대비가 되면서 30년 후에는 자녀에게 상속이 가능한 기업 주식을 말한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능력과 생존 수명은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다.

GBK로 투자 종목을 선택했다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루비콘 기질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루비콘강을 건너면 되돌아올 수 없듯이 세계적인 부자일수록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투자 수단을 선택하면 어떤 위험이 닥친다고 하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우리 투자자들은 가슴 깊이 새겨 둬야 할 것이다.

한상춘 한국경제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0호(2018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