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른다.’ 주식 투자자들의 가장 오랜 고민이자 숙제다. 좀 더 안전한 자산관리를 위해 선택하는 펀드라고 해서 쉬운 것만은 아니다. 쏟아지는 상품들 가운데 ‘돈이 되는’ 펀드를 찾기란 쉽지 않다. 유능한 펀드 감별사가 필요한 이유다.
듀파스키에 SC 투자상품부 대표 “올해에도 ‘멀티에셋’이 대세”
SC제일은행의 모회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의 투자상품팀 총괄 대표인 대니 듀파스키에(Dany Dupasquier)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방한이다. 듀파스키에 총괄 대표는 지난 27년 동안 은행업에 종사해 온 정통 뱅커 출신으로, SC그룹에서 전 세계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프라이빗에쿼티 관련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다. 그가 총괄하고 있는 그룹 내 투자상품팀은 수만 개에 달하는 전 세계 펀드 가운데 SC 고객만을 위한 유망 펀드를 선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올해 유망 펀드를 묻는 질문에 ‘멀티에셋펀드’라고 단언했다. 자산의 다각화와 틈새시장을 주 타깃으로 하는 멀티에셋펀드의 특성상 올해처럼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최적의 투자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듀파스키에 대표와의 일문일답.

30년 가까이 펀드 전문가로 활동해 오셨는데 소회가 궁금하네요.
“처음 펀드 비즈니스를 시작했던 1991년 당시와 비교하면 시장 환경이 훨씬 어려워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시장도 급변하고 정보기술(IT)의 파급력도 커졌죠. 과거에는 업무 비효율이 컸지만 그만큼 기회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펀드 시장 역시 당시에는 적극적인 운용 전략을 펴는 ‘액티브펀드(active fund)’만 존재했기 때문에 은행이나 운용사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았죠. 시장의 효율성은 좋아졌지만 과거와 달리 초과 수익을 창출하기는 더 어려워지면서 상장지수펀드(ETF)나 패시브펀드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환경이 SC 고객들에게 좀 더 수준 높은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차별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듀파스키에 SC 투자상품부 대표 “올해에도 ‘멀티에셋’이 대세”
SC그룹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첫 커리어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에 둔 프라이빗뱅크인 롬바드 오디에(Lombard Odier)에서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재간접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업무를 담당했죠. 세계 곳곳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을 다양하게 만나 그들의 투자 프로세스를 비롯해 성과, 전문성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이후 아시아 헤지펀드 분석에 집중하기 위해 2008년 근무지를 싱가포르로 옮겼는데, 신흥시장 쪽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저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물론 당시 이머징마켓은 우호적 환경은 아니었지만 향후 글로벌 핵심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SC 입행 결정이 어렵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죠. SC의 본사는 영국에 있지만 주요 활동 무대는 신흥시장이라는 점이 저에게는 큰 매력이었습니다. 덕분에 SC그룹 내에서 한국을 비롯해 홍콩, 대만, 아프리카,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투자처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죠.”

이번 방한 목적은 무엇인가요.
“올해 한국을 찾은 이유는 SC제일은행의 내부 행사인 ‘펀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네요. 자산관리(WM) 고객들을 응대하는 금융전담역(RM)들을 초대해 SC그룹 차원에서 수립된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시장 전망과 연계해 우리가 어떤 상품 솔루션을 갖고 있는지 논의하는 자리죠. 펀드포럼은 단순히 그룹이나 저의 생각을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동료들을 직접 만나 한국 펀드 시장에 대한 업데이트와 함께, 외부 운용사들의 의견도 직접 청취하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해 SC의 투자전략 및 자문 대표인 알렉시스 칼라의 방한이 있었는데, 전략-상품팀 간 시너지 효과가 궁금하네요.
“저와 칼라 대표는 그룹 내에서 8년여가량 호흡을 맞춰 온 만큼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전략과 상품 선정은 긴밀한 협력 관계가 필수적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제가 담당하는 투자상품팀에서 다루는 상품은 뮤추얼펀드, 프라이빗에쿼티, 헤지펀드, ETF 등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전략팀과 시장 분석과 전망을 공유하고 있죠. 또 투자전략팀은 30여 명의 전문가가 참석하는 글로벌투자위원회(GIC)를 운영하고 있는데 저희 팀도 논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위원회가 전반적인 시장 흐름을 분석한다면 저희 팀원은 상품 분야에서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죠.”

SC의 투자 철학은 ‘다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습니다. 투자 상품에는 어떤 형태로 구현되나요.
“칼라 대표 인터뷰 당시 그 부분이 많이 강조됐을 것 같네요. 특히 글로벌투자위원회는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만큼 여러 측면의 다양성이 요구되는 집단이죠. 저희 투자상품팀도 규모 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략, 상품, 펀드 운용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팀원들이 함께 경험을 공유하고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 과정이겠죠. 예를 들어 특정 상품을 추천할 경우 모든 팀원들의 합의는 필수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같은 현지 동료들과의 협업 과정도 거치고 있는데, 상품 선정뿐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측면에서도 현지 직원들의 피드백을 받아 그룹 업무에 반영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듀파스키에 SC 투자상품부 대표 “올해에도 ‘멀티에셋’이 대세”
SC의 상품 선정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3P 즉, 인력(people), 프로세스(process), 성과(performance)입니다. 전 세계 SC 고객들에게 최적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활용하는 내부 프로세스죠. 인력 즉, 운용팀 평가의 경우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로 나눠 진행되는데 이 과정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런 과정이 필요한 것은 ‘펀드 유니버스’로 불리는 분석 대상 펀드의 규모가 9만7000여 개에 달하기 때문이죠. 정량적 평가를 통해 추려진 펀드는 그룹 애널리스트들이 투입돼 정성적 평가에 매달리게 됩니다. 펀드 운용 매니저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전문성과 과거 성과, 팀워크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매니저가 몸담고 있는 리서치팀에 대한 역량 평가도 함께 이뤄집니다. 정성적 평가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SC 고객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매니저인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점이죠. 매니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 직접투자를 하고 있는지 여부는 물론, 펀드 수익률과 보수의 연계 여부, 운용팀의 배경 등에 대한 조사도 동시에 이뤄집니다. 인력 평가도 중요하지만 두 번째, 아이디어 도출 및 포트폴리오 구성, 리스크 관리 등의 프로세스 평가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은 해당 프로세스가 반복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죠. 시장 상황에 따라 상이한 프로세스가 적용되는 펀드의 경우 성과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성과 평가는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계량적 방식을 활용해 벤치마크 대비 혹은 경쟁 상품 대비 수익률 비교를 통해 최종 등급을 매기는데, 이 과정을 통칭해 3P라고 부릅니다. SC가 제공하고 있는 펀드의 99.5%는 이런 과정을 통해 선정되고 있는 거죠.”

3P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사실 이렇게까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펀드를 선정하는 금융사는 많지 않습니다. 가장 쉽게 활용되는 지표가 과거 성과 즉, ‘수익률’이죠. 문제는 과거 수익률이 미래 수익을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를 테면 시장 변동 폭이 심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수익률 상위 25% 펀드를 분석한 적이 있는데, 1년 차의 성과가 2년 차까지 이어진 펀드는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과거 수익률만 성과지표로 활용해서는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SC가 펀드 선정 이후에도 정성적 평가를 통해 매니저들의 운용 방식과 역량 등을 꾸준히 확인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최근 금융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면.
“‘멀티에셋 전략’이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합니다. 멀티에셋펀드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보다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죠. 특히 전통적인 혼합형 펀드의 경우 주로 주식과 채권에 대해 일정 비율대로 투자해야 하지만, 멀티에셋펀드는 뱅크론이나 인프라 등과 같은 틈새시장 투자가 가능하죠. 여기에 시장 상황에 따라 펀드매니저가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흔히들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가 꼭 필요하다고 얘기하는데, 멀티에셋펀드가 변동성 방어를 위한 유용한 솔루션이 될 수 있는 셈이죠. 실제로 최근 수년간 멀티에셋펀드들이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3년간 성과를 봐도 SC가 추천한 멀티에셋펀드가 코스피보다 좋은 성과를 보였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변동성도 훨씬 낮았다는 점이죠. 변동성을 보여주는 좋은 지표 중 하나가 지난 3년간 최대 하락 폭을 비교하는 것인데, SC의 추천 상품 가운데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한 멀티에셋 상품의 경우 –9% 수준이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는 –23%를 기록한 바 있죠.”
듀파스키에 SC 투자상품부 대표 “올해에도 ‘멀티에셋’이 대세”
앞으로도 멀티에셋 전략이 유효할까요. 한국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 조언 부탁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저희 SC의 올해 투자 테마 역시 ‘준비하고 대응하라’죠.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는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브렉시트(Brexit), 미·중 무역 분쟁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올해까지는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동성이 낮게 유지돼 왔다는 점에 비추어봐도 그렇죠. 일부 고객들은 자신이 직접 투자 자산을 관리하려는 욕구가 강하지만 개인 고객이 좋은 펀드를 고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먼저 멀티에셋펀드를 통해 다각화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에 더해 초과 수익을 위한 주식투자와 함께 주식과 상관관계가 낮은 채권에도 일부 투자하는 등 세 가지 요소를 적절히 조합한다면 2019년에도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듀파스키에 SC 투자상품부 대표 “올해에도 ‘멀티에셋’이 대세”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