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新격전지 베트남의 승자는
ASSET • inside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기회의 땅’ 베트남에서 누가 웃을까. 베트남은 최근 5년간 보험 매출 규모가 연평균 10% 넘게 성장해 온 신개척지다. 국내 보험사들도 베트남 시장의 높은 잠재력을 보고 본격적인 공략에 나선 가운데 성과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최근 성장 절벽에 가로막힌 국내 보험업계의 해외시장 공략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관심이 유독 집중되는 곳이 베트남이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2월 베트남 현지 손해보험사인 비에틴은행보험(VBI)의 지분 25%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고, 미래에셋생명은 프레보아 베트남생명 지분 5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KB손해보험은 베트남 바오민보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베트남 보험 시장이 보험업계의 ‘신(新) 격전지’로 주목받는 것은 ‘1억 시장의 풍부한 성장 잠재력’에 바탕을 둔다. 베트남은 인구 1억 명, 평균 연령 31세의 ‘젊은 국가’다. 젊은 노동인구가 풍부해 경제성장률이 가파른 데 비해, 보험은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에 깊숙이 침투하지 못한 상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험료 비중을 뜻하는 ‘보험침투율’을 보면, 우리나라 생명보험은 7.0%인 데 반해 베트남은 0.6% 수준으로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도이치은행은 베트남 보험 시장은 2020년까지 연간 12.5% 이상(보험료 기준)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 점포 중 눈에 띄는 성장이 기대되는 곳도 베트남 시장이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보험사들은 베트남에서 2017년(340만 달러) 대비 150% 이상 늘어난 86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자산 규모의 증가도 해외 점포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다. 2017년 상반기 대비 2018년에는 무려 2억800만 달러가 증가해 무려 89.7%의 성장을 기록했다.

베트남 시장에는 전 세계 18개 생명보험사, 30개 손해보험사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국내 보험사로는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시장 공략이 펼쳐지는 가운데 보험사별 성과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보험업계, 新격전지 베트남의 승자는
생보업계 ‘부진’ 속 한화생명, 현지화로 우뚝

베트남의 생명보험 시장은 글로벌 보험사가 이끌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과 메뉴라이프가 국영 보험사인 바오비엣(Bao Viet)과 함께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 ‘빅3’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70% 이상이다.

외국계 보험사의 선전은 국내 보험사에도 기회가 열려 있음을 시사하지만, 국내 생명보험사의 활약은 기대에 못 미치는 양상이다. 국내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몇 해 전 바오비엣과 더불어 진출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현지사무소만 운영 중이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규제 등의 리스크로 한국 생보사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베트남은 한국과 문화 및 정서가 통하는 부분이 많아 ‘문화 산업’이라고 불리는 보험 분야의 침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베트남 생명보험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국내 보험사로는 한화생명이 단연 돋보인다. 2009년 베트남에서 첫 영업을 개시한 한화생명은 10년 만에 상위 8위권에 진입했다. 한국 토종 보험사임에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베트남 법인에 속한 1만 명의 직원 가운데 한국인은 법인장을 비롯해 단 3명 이내다. 현지 설계사를 양성해 베트남 국민에게 맞는 상품과 영업 방식을 구사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62억300만 원이다. 같은 기간 누적 수입보험료는 719억1400만 원으로, 2017년 한 해 동안의 수입보험료(725억7300만 원)에 육박한다. 베트남 진출 후 2015년까지 줄곧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공격적 투자를 지속한 데 따른 결실로 풀이된다. 2016년 첫 흑자 전환으로 가능성을 입증한 뒤 2018년 다시 한 단계 올라선 성과를 나타냈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상무가 올해 해외 총괄을 맡으며 베트남의 금융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어서 안팎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글로벌 인프라를 앞세운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5월 미래에셋프레보아생명을 출범시켰다. 베트남 현지 생명보험업계 10위 규모의 프레보아 베트남생명 지분 5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프레보아생명은 수입보험료 성장률이 최근 4년 동안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보험사로 평가된다. 베트남 대형 은행 중 하나인 NCB은행을 비롯해 7개 은행과 연계한 방카슈랑스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현지법인이나 사무소의 형태로 진출한 다른 회사와는 달리 미래에셋생명은 현지 보험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을 택하며 현지 전문 인력과 영업 네트워크를 고스란히 활용해 해외 진출에 따른 제반 비용과 현지화 적응 기간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생명은 2018년 수입보험료 기준 매출 203억 원을 예상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신상품 유니버설 저축보험을 출시하고 방카슈랑스 독점 채널인 NCB은행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추가적인 방카슈랑스 채널 확보와 설계사 채널 확대로 내실 경영을 강화할 방침이다.
보험업계, 新격전지 베트남의 승자는
손보사, 현지법인 인수 공략 박차

베트남 손해보험 시장은 소득 증가 및 민영 보험 증가 등으로 상해보험 및 자동차보험의 수요 전망이 밝다. 현재 베트남 국영기업 5개사가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이에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베트남 현지법인 지분 인수를 통해 현지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형 로컬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 발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국내 손보사 가운데는 삼성화재가 가장 앞서 시장 선점에 나섰으며, 이미 2011년 매출 기준 외국자본계 손보사 1위에 올라섰을 만큼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1995년 국내 보험사 가운데 최초로 호찌민에 사무소를 열었고, 2002년에는 베트남 국영재보험사와 손을 잡고 합작법인 ‘삼성 비나(Samsung Vina)’를 설립했다. 지분율을 초기 50%에서 70%까지 끌어올려 주도권을 강화했으며, 2014년부터 보험사 전문 신용평가기관 AM베스트사로부터 ‘A- 등급’을 획득한 뒤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2017년에는 베트남석유공사가 설립한 손해보험사인 페트롤리멕스보험주식공사(PJICO)의 지분 20%를 인수해 시장 공략 채널을 넓혔다.

삼성화재 베트남법인은 2018년 3분기 기준 약 7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16년 56억 원, 2017년 57억 원에서 매년 소폭이나마 수익을 더해가고 있다.

DB손해보험은 2015년 베트남 손해보험 시장점유율 5위의 PTI손해보험사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베트남 보험 시장에 현지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변 국가인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반도의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DB손해보험은 PTI손해보험을 통해 2017년 매출 1595억 원을 올린 데 이어, 2018년 3분기 누적 기준 1141억 원의 매출을 쌓았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27억 원이다.

현대해상도 베트남 시장에 본격 출사표를 냈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현지 손해보험사인 비에틴은행보험의 지분 25%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비에틴은행보험은 베트남 은행업계 2위인 비엔틴은행의 자회사다. 현대해상은 이번 지분 인수로 최대주주인 비엔틴은행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현대해상은 2014년과 2015년 베트남 보험사 인수·합병(M&A)에서 두 번의 고배를 마신 바 있으나, 비엔틴은행보험의 지분 인수로 베트남 시장의 본격적인 진출을 위한 첫 단추를 꿰게 됐다. 이철영 현대해상 대표이사 부회장은 “비엔틴은행보험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현대해상의 경험 및 노하우가 전략적 협력관계를 통해 상승효과를 낼 것이다”고 기대했다.

KB손해보험은 베트남 바오민보험 지분 일부를 인수해 현지 영업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바오민보험은 현지 시장점유율이 8.2%로 업계 3위 규모다. KB손보 관계자는 “1995년 베트남 하노이 진출 이후 현지 시장의 영업력 강화를 위해 현지 보험사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결정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