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공인호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R(recession)의 공포’는 정말 기우였을까. 얼마 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에 팽배했던 경기 침체 우려가 점차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2분기 들어 주식시장은 역대 최장 상승 랠리를 이어가는가 하면, 부동산 시장 역시 경착륙보다는 연착륙에 가까운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분석가들도 R의 공포는 ‘과도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국내 자산관리(WM) 시장의 최전선에서 활동 중인 프라이빗뱅커(PB)들 역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전략은 하반기에도 유효하다고 입을 모은다.
[SPECIAL] 전문가 직설좌담, 2019년 하반기 재테크는
얼마 전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와 세계은행(WB) 개발위원회는 글로벌 경제의 하방 위험성을 한 목소리로 경계했다. 이들 위원회는 국제통화기금(IMF)과 WB의 주요 20여 개 이사국 대표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경기 둔화 우려가 전 세계 공통 관심사라는 점을 재차 주지시켰다. 특히 IMFC는 글로벌 무역 긴장과 정책 불확실성, 돌발적 금융 긴축, 높은 부채, 금융 취약성을 주요 하방 위험으로 제시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 공조와 구조 개혁, 확장적 재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경우 내부 상황마저 녹록지 않다. 경제 성장의 핵심축인 수출과 투자가 뒷걸음치는 가운데 수출 효자 노릇을 하던 반도체 업황마저 반등 시기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주요 20개국(G20) 경제 지도자들은 올해 세계 경제가 ‘침체(recession)’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한국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 등 세계 보호주의의 주요 피해국으로 꼽히는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

실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2.9%가 무역 보호주의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것으로 추산됐으며, 특히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리스크는 중국, 미국, 대만 등과 함께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악재만 산재해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와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역시 봉합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또 다른 글로벌 악재인 브렉시트(Brexit) 역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이에 한경 머니는 국내 투자자들의 하반기 자산관리 전략 수립을 돕기 위해 글로벌 증시 및 채권, 부동산 등 분야별 재테크 전문가 3인의 좌담을 준비했다. 좌담에 참석한 WM스타자문단은 분야별 최적의 자산관리 솔루션 제공을 목적으로 구성된 KB금융그룹의 투자 전문가 집단이다.

2019년 상반기 자산관리의 뜨거운 감자는

우선 2019년 초입부를 지난 현시점에서 금융시장 및 부동산 시장에 대한 총평을 부탁드립니다.
곽재혁 위원: 우선 올해 1분기 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주요국 증시가 지난해의 부진을 딛고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하네요. 미국 S&P500지수의 경우 4월 8일 현재 연초 대비 15%가량 상승하며 전고점에 근접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연초 대비 30% 상승하며 지난해 하락 폭(25%)을 거의 만회했죠. 이런 시장 흐름의 전환은 미·중 무역 긴장 완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 선회가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되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된 거죠. 반대로 대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는 상승세를 멈추고 미국의 장기 금리와 더불어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입니다.
임상국 위원: 올해는 미 연준의 긴축 후퇴 외에도 유로존 경기 둔화, 중국 경기 반등 기대,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이라는 4가지 대형 변수들이 혼재돼 있습니다. 이들 변수는 금융시장에 상이한 시사점을 주는데, 우선 미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금융시장의 유동성 여건 개선을 가져올 것입니다. 또 선진국 경기 둔화와 중국 경기 반등은 글로벌 자금이 중국을 비롯해 중국 교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인 한국 등으로 유입될 환경을 지지하죠.
문제는 미·중 무역협상이라는 불확실성 요인이 아시아 신흥국으로의 유동성 유입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협상 타결 기대감이 컸던 1월과 4월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순매수가 강했던 반면, 협상이 지연되던 2월과 3월에는 외국인 순매수가 미미했습니다. 결국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로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미·중 무역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거죠. 이와 관련해 저희 KB증권 리서치센터는 올해 2분기 중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임채우 위원: 부동산 시장의 경우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서울 주택 가격을 중심으로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습니다. 종합부동산세가 인상되고 집이 한 채만 있어도 조정지역 내에서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죠. 다주택자들의 출구 전략이었던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더라도 종합부동산세가 합산되고 양도소득세도 중과됩니다.
결국 집주인들의 경우 양도세가 2주택자는 최고 52%, 3주택자는 62%에 달해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 됐고, 매수 대기자들은 추가 하락을 기대하면서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택 시장 침체 우려는 수도권보다 지방이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전세 시장 역시 전세자금 대출 규제로 인해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경기도는 물론 서울 일부 지역에서도 입주 물량이 많은 경우 전세 수요를 찾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상당 기간 불 꺼진 집도 등장할 것으로 보이네요.
[SPECIAL] 전문가 직설좌담, 2019년 하반기 재테크는
[곽재혁 KB국민은행 IPS본부 WM투자자문부 수석전문위원.]

소위 ‘R(recession)의 공포’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입니다. 글로벌 경제가 급격히 침체될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는지 궁금합니다.
임상국 위원
: 지난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전망치(점도표)를 올해 ‘두 차례 인상’에서 ‘동결’로 대폭 하향 조정했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점도표 하향으로 연준이 혹시 모를 위험요인을 감지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불거졌죠. 그러한 상황에서 같은 달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유로존과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급락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감, 소위 ‘R의 공포’를 부각시켰습니다. 때마침 향후 경기 침체의 유력 전조(신호)로 알려진 미국 국채의 10년~3개월 금리 차도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죠. 다만 장단기 금리 차를 바라볼 때는 과거와 현재 구조적 차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 연준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으로 미국 장기 채권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크게 하락했는데, 2012년 뉴욕 연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양적완화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기간 프리미엄의 적정 수준 대비 약 100bp(1%) 하락했습니다. 최근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이 리스크 프리미엄 하락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면,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의 경기 침체 예측력은 상당히 낮아졌을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의 일드커브(수익률 곡선) 역전은 2020년의 경기 침체를 예고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거죠.
곽재혁 위원: 임 위원의 분석에 동의합니다. 최근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최소한 연내에는 침체 조짐이 가시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우선 과거 경기침체기를 살펴보면 장단기 금리 역전 외에도 제조업 활동 부진, 고용 침체, 신용경색 등 실물경제지표의 둔화가 관찰됐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의 경기지표들은 되레 점진적인 개선 흐름마저 보이고 있죠. 또한 현재의 금리 역전은 장기 금리의 경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연준 및 각국 중앙은행들의 채권 수요가 증가하면서 낮게 유지된 반면, 단기 금리는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기준금리의 가파른 인상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즉, 시장 논리라기보다는 중앙은행의 정책 요인이 크게 작용한 만큼 과거보다 예측력은 낮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덧붙여 미 연준은 3월 FOMC 회의에서 연내 기준금리 동결과 더불어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 시 기준금리 인하의 가능성도 열어둔 상황입니다. 이처럼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의 효과를 감안할 때 경기 침체가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일부 봉합되더라도 국내 경기의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임상국 위원: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은 양국의 무역 불균형 해소와 중국의 시장 개방이죠. 협상은 ‘물량’과 ‘가격’ 두 갈래로 나뉘는데, 물량 측면에서는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로, 가격 측면에서는 위안화 절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특히 위안화 절상은 중국 국민들의 구매력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국 주변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국내 경제에도 긍정적 요인이죠. 또 중국이 폐쇄적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면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진출도 더욱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과거 사례로 비춰볼 때 성패를 장담하긴 어렵겠지만 일부 기회 요인이 발생할 수 있는 거죠.
질문에서 언급한 피해 가능성을 살펴보면, 중국이 수입을 늘리는 미국산 제품과 한국산 제품이 경합 관계에 있는 경우입니다. 반도체(16%), 선박(9%), 자동차(8%), 석유제품(6%), 디스플레이(5%) 등이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품목 대부분은 중국 시장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제품군이 아닙니다. 결국 미·중 무역 갈등 봉합은 한국 기업들에 위협보다는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SPECIAL] 전문가 직설좌담, 2019년 하반기 재테크는
[임상국 KB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컨설팅부 수석전문위원.]

우리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전망과 그 판단 배경은 무엇인가요.
곽재혁 위원: 개인적으로 ‘연내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내수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의 유가 상승 흐름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물가 불안 우려를 감안할 때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네요. 무엇보다 미국보다 낮은 국내 금리 레벨을 고려하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한은으로서도 큰 부담이 되겠죠.
임채우 위원: 동의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돼 있는 상태에서 금리 인하가 자칫 부동산 경기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겠죠. 다만 내수시장 둔화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이 가계와 기업 경영을 옥죄고 있는 만큼 한은으로서는 향후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 주식·채권 전망은

국내 경기 부진으로 2분기 이후에는 오히려 해외 주식 및 채권시장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증시 상승 혹은 채권 강세가 예상되는 지역은.
곽재혁 위원
: 글로벌 증시의 경우 향후 1년가량 중장기 관점에서 중국 등 신흥국 주식 및 채권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후 달러 강세 완화로 인해 신흥국 통화가치가 안정화되면서 해당국 증시 및 채권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는 점도 현시점에서 유리한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선진국 증시가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 특히 올해에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유럽 증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완화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 완화 정책으로 이탈리아 관련 불확실성 리스크도 줄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이익전망치의 상향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임상국 위원: 마찬가지로 중국과 신흥시장을 유망 투자처로 보고 있습니다. 반등은 올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제지표 혼조세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무엇보다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로 신흥국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유출 우려가 감소했고, 낮아진 물가 압력 역시 주요 신흥국 통화정책이 경기 부양을 이끌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 따른 경기 반등 기대감까지 고려한다면 지난해 신흥시장을 억눌렀던 대부분의 대외 리스크 요인이 희석됐다고 봐도 무방해 보이네요. 지역별로는 2분기에는 인도, 브라질, 중국을, 연간으로는 인도, 브라질, 베트남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제조업 업황이 악화되면서 주도주가 실종됐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과거 ‘차화정’과 최근 주식시장을 주도해 온 반도체를 대체할 만한 섹터가 있다면.
임상국 위원: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섹터는 정보기술(IT)입니다. 그런데 IT 섹터를 세부 업종으로 쪼개보면 흥미로운 점이 보입니다. 미국 S&P 500 IT 섹터 내 10개 업종(GICS 레벨3 기준)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지난해와 올해 뚜렷한 차이가 관찰되는데, 2018년에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로 대표되는 온라인 유통, 소프트웨어 업종이 강세를 보인 반면 IT하드웨어·통신·반도체 업종은 약세를 보였죠.
그런데 올해는 10개 업종이 고루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수익률 격차 축소는 업종뿐 아니라 국가 간에도 나타납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월드 지수에 포함된 국가들의 IT 섹터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국가 간 수익률도 매우 고르게 나타납니다. 이는 5세대(5G) 개화기를 맞아 글로벌 증시에서 IT 섹터 수혜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반면, 실제 키프로덕트(key-product)가 나타나지 않은 만큼 명확한 주도주가 드러나지는 않은 상황임을 의미하는 거죠. 따라서 올해 하반기에는 이러한 주도주 찾기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역시 IT 섹터 내에서 주도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입니다. 현시점에서 명확한 업종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지만 IT하드웨어, IT서비스, 통신장비가 유망한 후보군이 될 수 있겠죠.
이와는 별개로 미·중 무역협상 역시 주도주 등장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타결안에 중국 특정 산업의 개방 내용이 포함된다면 이들 산업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는 거죠. 이른바 신(新)중국주 등장에 대한 기대인데, 중국의 산업별 폐쇄도를 고려하면 미디어, 인터넷, 게임, 금융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어 보입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망 투자처가 있다면.
곽재혁 위원: 우선 변동성을 낮추면서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또는 이들에 재간접 투자하는 펀드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네요. 또한 안정적인 배당·이자수익률을 제시하는 사모 부동산펀드나 우량 법인의 후순위채권에 대한 인기도 여전히 높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양한 금융공학기법을 활용해 사전적으로 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는 구조화펀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임채우 위원: 부동산 실물 상품과 간접 상품을 들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부동산은 주식보다는 변동성이 작고 안정적인 상품인 데다 은행 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유망 선진국의 빌딩 투자나 빌딩, 할인점, 물류센터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만든 부동산 펀드, 리츠 상품 등이 4% 이상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SPECIAL] 전문가 직설좌담, 2019년 하반기 재테크는
[임채우 KB국민은행 IPS본부 WM투자자문부 수석전문위원.]

하반기 주식과 부동산 시장 흐름은

이른 감이 있지만 현시점에서 하반기 주식시장 및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전망한다면.
곽재혁 위원
: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 상황을 ‘골디락스’ 환경의 재현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골디락스란 경기 과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뜨겁지도 않고, 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 경제 환경으로 이런 경우 금융시장도 안정적인 성장을 보이는 특성이 있죠.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는 올 4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무역분쟁 우려가 완화되는 가운데 금리도 안정세를 타나내고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어 경기 둔화 또한 2분기에 바닥을 치고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4분기 후반부터는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될지 여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임상국 위원: 특히 2분기에는 중국발 호재가 기대됩니다. 미·중 무역협상도 2분기 중 타결될 공산이 커 보입니다. 다만 한국 주식의 경우 5월 MSCI 비중 축소 이슈가 예정돼 있어 중국 대비 수급상 눌릴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6월경이 한국 주식이 본격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됩니다. 이후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 상승세는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유가 기저에 따른 저물가는 3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인데, 이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완화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죠. 문제는 4분기 들어 저물가 기저효과가 마무리되면 다시 연준의 긴축 우려에 따른 주식시장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보이네요. 연준의 긴축이 아니더라도 선진국 경기가 바닥 확인 후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게 되면 선진국 증시 대비 신흥국 증시의 우위가 지속되기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임채우 위원: 부동산 시장의 경우 강도 높은 규제로 인해 하향 안정세가 예상됩니다. 주택 시장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대출 규제와 양도세 중과, 재산세 인상,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등의 영향으로 투자 목적의 주택 수요가 감소해 급격한 거래량 감소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상가나 건물 등 수익형부동산 시장도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무제,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생활 패턴의 변화,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임대수요 감소에 따른 공실 증가 및 수익률 하락 가능성이 커 보이네요. 수익형 역시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대출 규제 등으로 대출받아 투자하는 것이 어려지면서 거래량 역시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주택 시장과 상업용 시장 모두 상당히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되네요.

주택 시장의 거래 절벽에도 불구하고 매수 대기 수요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보다 안전한 투자를 위해서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요.
임채우 위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 한 해 주택 시장은 하향 안정세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서울과 같은 유망 지역은 매물이 많지 않을 전망입니다. 미래 가치 측면에서 서울 지역 부동산을 팔려는 수요는 많지 않기 때문이죠. 다만 매수자 입장에서 서두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올 하반기까지 경기 흐름과 부동산 시장 추이를 지켜본 후 투자에 나서도 늦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당장 투자를 원한다면 신규 청약 시장을 노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물량이나 경기도 등 유망 지역은 분양가가 저렴하고 입지가 좋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100세 시대로 접어든 만큼 월세가 나오는 수익형부동산은 시기를 따지지 말고 5% 내외의 임대수익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매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소득이 없는 노후에는 공적연금만으로는 노후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임대소득을 추가로 준비할 필요가 있는 거죠.

중장기 대응한 ‘재태크 꿀팁’은

저금리 기조 및 인구 고령화로 인해 재테크 시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장기 대응 가능한 재테크 팁을 준다면.
곽재혁 위원
: 얼마 전 우리나라 출산율이 0.98명대까지 떨어졌다는 뉴스가 이슈화됐었죠. 이 같은 초고령화에 따른 저성장과 연기금 규모의 확대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국내 금리도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자산 중에서도 국내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국내 주식의 경우 성장 탄력의 둔화로 과거 일본과 대만의 사례에서처럼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위험성이 큽니다.
따라서 주식투자자라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죠. 유엔에 따르면 21세기 인구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과 인도 등 인구 대국들의 소득 수준이 늘어나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글로벌 우량 기업들의 이익은 총량적으로 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비즈니스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기업의 불확실성도 함께 높아진다는 점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를 감안해 가급적 이런 글로벌 우량 기업들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를 꾸준히 분할 매수한다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임채우 위원: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0%대 금리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은행에 예금을 하면 수익이 전혀 없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죠. 더욱 심각한 것은 고령화의 급격한 진전으로 2026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20%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60세에 은퇴해 100세까지 40년 동안 아무런 수익이 없이 살아야 하는 시대인데,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보통의 생활조차 불가능한 ‘하류노인’으로 전락할 수 있는 거죠. 따라서 은퇴하기 전에 연금저축 등 사적연금, 국민연금 등은 기본이고, 월세 소득이 나올 수 있는 상가, 오피스텔, 건물, 소형 아파트 등을 준비해 놓으면 노후 대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올 한 해 투자 및 절세 측면에서 고액자산가들이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곽재혁 위원
: 유동성 완화와 금리 안정으로 위험자산 가격의 수혜가 예상되는 만큼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의 유지는 올해도 유효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다만 현재 금융시장 가격이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과 일부 인하 가능성까지 선반영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향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수익률 수준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연말경에는 금리정책 관련 불확실성으로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지나치게 수익률만 앞세우기보다는 투자 성향이나 투자 목적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합리적 위험 추구를 제안하고 싶네요.
임채우 위원: 부동산의 경우 조정지역 내 다주택자는 양도세가 최고 52~62%에 달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없어 팔고 싶어도 팔기 힘든 상황이죠. 따라서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배우자에게 증여해 주택 수를 줄여야 양도세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단, 증여 이후에는 5년 후에 매도해야 증여가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정지역에서는 신규로 주택을 구입해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더라도 세제 혜택(양도세 중과 배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이 없습니다. 다만 수도권 공시가액 6억 원 이하(지방 3억 원 이하) 주택을 구입해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세와 종부세 혜택은 없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은 받을 수 있어 일정 부분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죠. 그리고 실거래가가 9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 소유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2년 이상 해당 주택에 거주해야 한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이는 2020년 양도분부터 적용됩니다.
[SPECIAL] 전문가 직설좌담, 2019년 하반기 재테크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8호(2019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