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성공 위한 5가지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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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퇴직은 했지만, 은퇴는 아직 멀었어요!

퇴직과 은퇴라는 말을 구분하지 않고 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둘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할 때가 있다. 퇴직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라면, 은퇴는 생계를 목적으로 더 이상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평생 한 직장에서만 일하다가 퇴직한다면 굳이 퇴직과 은퇴를 구분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겠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여러 일터를 옮겨 다니며 퇴직과 재취업을 반복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마지막 일터에서 떠날 때를 은퇴로 봐야 할 것이다.

직장인들은 보통 50세부터 60세 사이에 생애 주된 일자리를 떠난다. 55세 전후로 명예퇴직을 하는 사람도 있고, 법정정년을 채워 60세에 정년퇴직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했다고 해서 일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이후 완전 은퇴를 할 때까지는 몇 차례 더 재취업과 퇴직을 반복한다. 따라서 직장인에게 은퇴는 단절적 사건이 아니라 점진적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면 5060 퇴직자들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다음 어떤 과정을 거쳐 완전 은퇴에 이르는 것일까. 지난해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는 10년 이상 급여를 받으며 일하다가 50세 이후에 퇴직한 50~60대(1808명)를 대상으로 퇴직 이후 일자리 이동 경로를 설문조사 했다. 조사 결과 중에 재취업을 준비하는 50~60대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있어 몇 가지 소개하려 한다.

10명 중 4명은 준비 없이 퇴직
중년에는 퇴직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재취업 성공 위한 5가지 TIP
“하루만 오늘 더 하루만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게 줘.” 1990년대에 녹색지대가 불렀던 ‘준비 없는 이별’이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오늘 하루만이라도 시간을 더 달라는 가사가 애틋하다. 하지만 오랜 연인이 이별을 준비할 때만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별다른 준비 없이 오랫동안 일하던 직장을 떠나는 5060 퇴직자에게도 준비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조사 대상 5060세대는 평균 54.5세에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했다. 이들은 퇴직 이전에 평균 25.3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고, 퇴직 당시 일하던 직장에서 14.7년간 일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회사와의 이별은 예상치 못한 순간 성큼 다가왔다. 5060 퇴직자 셋 중 둘은 자신의 퇴직 시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이 중에서 ‘퇴직 시기를 예상하기는 했지만 예상 시기보다 빨리 퇴직했다’고 답한 사람이 41.9%나 됐고, ‘퇴직 시기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답한 사람도 24%나 됐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퇴직을 맞이하다 보니 재취업 준비를 할 겨를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퇴직 이전 재취업 준비 여부를 묻는 질문에 5060 퇴직자 중 30%가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여기에 ‘재취업 의향이 없다’고 답한 11.2%를 빼고 나면, 퇴직 전 재취업 준비를 한 사람은 58.8%다. 5060 퇴직자 10명 중 6명 정도만 재취업 준비를 하고 퇴직을 한 셈이다. 그 정도면 적은 수는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재취업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그 기간이 겨우 평균 6.4개월에 불과했다. 게다가 재취업 준비를 했다고 답한 이들 10명 중 3명(35.2%)은 준비 기간이 3개월이 안 됐다. 심지어 준비 기간이 채 1개월이 안 되는 사람도 22%나 됐다. 굳이 우리가 생애 첫 직장을 얻기 위해 대학졸업 때까지 쏟아 부은 시간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재취업 준비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끔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을 앞둔 직장인을 대상으로 노후 준비 교육을 할 때가 있다. 이때마다 “지금 와서 어떡하라고” 하며 한탄을 하거나 “5년이나 10년 전에 이런 교육을 받았더라면” 하고 아쉬워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얼마 전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에세이를 읽었다. 거기 “부고는 늘 죽음보다 늦게 온다”는 말이 나온다. 그 말처럼 내가 재취업 준비를 해야지 하고 생각할 때면, 이미 퇴직했을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말을 바꿔본다. 중년에는 퇴직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퇴직과 대면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있고, 퇴직이 멀었다면 남은 기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보다 성심껏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재취업 방법은 지인 소개
인맥을 활용해 ‘히든 잡’을 찾아라

5060 퇴직자들은 재취업을 위해 재직 당시에 어떤 노력을 했을까. 우선 재취업 준비 과정에 회사의 도움은 그리 크지 않았다. 재직 당시 회사가 제공한 교육과 컨설팅을 받았다고 답한 사람은 18.8%에 불과했다. 회사의 도움이 많지 않았다면 혼자서 고군분투할 수밖에. 퇴직 후 일자리를 얻기 위해 스스로 재취업이나 창업 관련 정보를 습득했다(43.2%)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 순서는 인맥 관리(26.3%), 자격증 취득(22.4), 취직·창업 박람회 참석(19.4%)이 차지했다.

이들의 노력이 주효했을까. 실제 재취업에 성공한 퇴직자가 구직에 성공한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직장 동료와 지인을 통한 일자리 소개 부탁’이었다. 특히 동종 재취업자에게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퇴직 이전과 동일한 직종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 중 절반(50.8%)은 지인을 통해 구직 활동을 했다고 답했다. 반면 사업체에 직접 문의를 하거나(14.1%), 자격증을 취득했던 것이(14.1%) 재취업하는 데 주효했다고 답한 사람은 의외로 적었다. 재직 당시와 다른 분야로 재취업한 사람들의 경우 지인 소개에 의존하는 비율은 30.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자격증 취득(19.8%)과 사업체 직접 문의(12.7%)와는 여전히 큰 차이가 났다.

재취업 과정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인력 시장에는 ‘오픈 잡(open job)’과 ‘히든 잡(hidden job)’이라는 용어가 있다. 오픈 잡은 구인 회사가 공개 채용공고를 통해 사람을 구하는 일자리다. 구직자가 정보에 접근하기는 수월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히든 잡은 구인 회사가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고 은밀하게 후보자를 알아보는 일자리다. 구직자가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대신 경쟁은 치열하지 않다. 히든 잡 정보에 접근할 수만 있으면, 그만큼 재취업에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셈이다. 이때 정보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적 네트워크다.

그러므로 재취업 준비를 위해 우선 신경 써야 할 것이 인맥 관리다. 친한 사람이 많지 않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실제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아주 친한 사람보다는 느슨한 인간관계에 속한 사람이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모양새 빠지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재취업 일자리를 소개시켜 달라고 애써 부탁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냥 이제 곧 회사를 그만둘 예정이라거나 그만뒀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또 하나 알아 둬야 할 것이 있다. 재취업에 도움을 주는 것은 당신이 직접 만난 사람이 아니라 그들을 매개로 한 제3의 인물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물론 인맥 관리가 전부는 아니다. 아무리 좋은 인맥이 있다고 해도 그들에게 어필할 만한 자랑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재취업자에게 어떤 요인 때문에 재취업에 성공했느냐고 물었더니, 같은 업종으로 재취업한 사람은 퇴직 전에 쌓아 둔 경력(40.6%)을 꼽았다. 다른 업종으로 이직한 사람들도 퇴직 전 경력(25.4%)이 주요했다고 답했지만 그 비율은 동종에 비해 낮았고, 대신 눈높이를 낮췄다(22.5%)는 답변이 많이 나왔다.

재취업자 중 절반은 2번 이상 이직
일자리 이동 기간 중 소득 공백에 대비하라
재취업 성공 위한 5가지 TIP
50세 이후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고 나서 재취업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번 조사에 따르면, 5060 퇴직자 1808명 중 재취업한 사람은 1504명(83.2%)이다. 퇴직자 10명 중 8명이 새 일자리를 얻은 데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재취업에 성공했다고 모두 그곳에 계속 머물지는 않았다. 재취업자들 중 절반은 새로운 일자리로 옮겼고, 두 번째 재취업자 중에서 다시 절반이 세 번째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이렇게 퇴직과 재취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일하는 사람은 차츰 줄어들었다.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 데 걸린 구직 기간과 재취업 일자리에서 머문 시간은 얼마나 될까. 5060 퇴직자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나서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 데까지 평균 5.8개월이 걸렸다. 이들은 첫 번째 재취업 일자리에서 평균 19.1개월 동안 일하고 퇴직한 다음 두 번째 일자리를 얻기까지 4.7개월 걸렸다. 두 번째 일자리에서는 19.5개월간 근무했고, 다시 4.8개월의 구직 기간을 거쳐 세 번째 일자리로 옮겨 갔다.

한 직장에 계속 머물지 않고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닌다는 점에서 5060세대는 ‘잡 노마드(job nomad)’ 사회를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본래 노마드란 유목민이란 뜻을 가진 라틴어다. 유목민은 원래 중앙아시아, 몽골, 사하라 등 건조지대에서 목축을 업으로 삼아 물과 풀을 찾아 옮겨 다니며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 떠나기 전에 유목민들은 단단히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동 거리를 가능하면 단축해야 하고, 이동 과정에서 먹을거리도 충분히 챙겨 둬야 한다. 5060 퇴직자들도 마찬가지다. 퇴직 전에 재취업 준비를 단단히 해서 구직 기간을 단축해야 하고, 구직 기간 동안 생활하는 필요한 비상예비자금도 충분히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재취업 일자리에서 소득 30~40% 격감
퇴직 전 재정소방훈련, 퇴직 후 연금겸업 하라

퇴직과 재취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소득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조사 대상 5060세대가 생애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기 직전에 받는 급여는 월평균 426만 원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재취업 일자리에서 소득은 월평균 269만 원으로 36.9%나 감소했다. 이후 두 번째와 세 번째 일자리에서 월평균 소득은 각각 244만 원과 230만 원으로 감소 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

재취업 일자리에서 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일자리 속성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89.2%나 됐던 상용직 비율이 첫 번째 재취업 일자리에서는 46.5%로 곤두박질쳤다. 사업장 규모도 줄어들었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무자 비율도 31.9%에서 9.9%로 떨어졌고, 고위 임직원 및 관리직 비율도 40%에서 21%로 반 토막이 났다. 반면 단순노무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3.9%에서 19.5%로 5배나 늘어났다.

이와 같은 소득 변화에 적응하려면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일자리를 이동하는 기간 동안 소득 공백에 대비해야 한다. 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까지 평균 5.1개월이 소요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보다 더 긴 기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따라서 주된 직장 퇴직을 앞두고 최소 6개월에서 1년 치 생활비를 비상예비자금으로 준비해 두어야 한다.

다음으로 주된 직장에 재직하는 동안 ‘재정소방훈련’을 해야 한다. 화재를 예방하고 불이 났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소방훈련을 한다. 마찬가지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다음 급격한 소득 감소에 대응하려면, 퇴직 전부터 ‘재정소방훈련’을 해 두는 것이 좋다.

‘재정소방훈련’이라 처음 칭한 것은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엘리자베스 워런이다. 그는 딸과 함께 쓴 책 <맞벌이의 함정>에서 맞벌이와 소비자 파산 사이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그가 진행했던 소비자 파산 프로젝트에서 파산으로 최악의 재정난에 빠진 사람들이 대부분 자녀를 둔 맞벌이부부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녀들의 성공을 위해 좋은 학군 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가 갚지 못해 파산했다. 대출 받을 당시에는 부부 두 사람의 소득에 맞춰 원리금 상환 계획을 세웠지만,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실직하면 상환 계획이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워런은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맞벌이부부에게 ‘재정소방훈련’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주된 일자리에 재직하는 동안 향후 줄어든 소득에 맞춰 살아보는 재정소방훈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근로소득 감소분을 금융소득으로 보완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줄어든 소득에 맞춰 소비를 줄인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만 가지고 기본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다면, 금융자산을 활용해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각종 연금 자산을 활용해 부족한 소득을 보충할 수도 있다. 일을 해서 벌어들인 소득과 연금소득을 합쳐 노후 생계를 유지한다고 해서 ‘연금겸업(年金兼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9호(2019년 0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