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배우순 디스코 대표, 김진경 빅밸류 대표, 정민하 부동산지인 대표
왼쪽부터 배우순 디스코 대표, 김진경 빅밸류 대표, 정민하 부동산지인 대표
ASSET • Proptech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부동산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을 만나 혁신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부동산 산업에 접목해 부동산 지형을 바꾸고 있는 프롭테크 기업인들을 만나봤다.

발품을 팔아 정보를 얻어야 했던 부동산 산업이 혁신 산업으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바로 요즘 뜨는 ‘프롭테크(proptech)’ 이야기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부동산 산업에 ICT를 접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이른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프롭테크는 부동산 중개 서비스에서 공유, 부동산 가치평가 영역 등으로 지형을 넓혀 가고 있다.

한경 머니는 프롭테크업계의 유망 기업인 3인과 좌담을 진행했다. 배우순 디스코 대표, 김진경 빅밸류 대표, 정민하 부동산지인 대표를 통해 프롭테크가 바꾸는 부동산의 미래를 엿봤다. 이들 기업은 빅데이터, AI로 부동산 시장의 ‘비대칭 정보’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디스코(disco.re)는 빌딩, 토지, 상가, 공장 등 접근이 어려운 상업용 부동산 정보에 첨단 기술을 접목, 지도 위에 실거래가 데이터를 한눈에 보여준다. 원하는 곳을 검색하면 토지 및 건축물 정보까지 살펴볼 수 있다. 플라이하이와 업무 협약을 맺고 등기 정보도 제공한다.

부동산지인(aptgin.com)은 아파트의 가격 변동, 전출입, 공급 물량, 거래량, 입주 예정 아파트와 분양가 정보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부동산 빅데이터 제공 사이트다. 해당 지역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은 아파트가 어디인지, 시기별 수요와 공급 현황은 어떠한지 알 수 있다.
빅밸류(bigvalue.co.kr)는 연립·다세대 자동시세 콘텐츠(데이터 전문)를 제공한다. 정부 기관 및 대형 금융사의 검증으로 데이터 정확성을 높였다.

- 프롭테크의 개념이 낯선데,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제공하나요.

김진경 빅밸류 대표(이하 김 대표)
서울, 경기, 인천, 대구, 경북 등의 연립·다세대 등의 시세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50세대 미만의 소형 아파트 단지 정보도 은행에 제공해 담보 가치 평가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KB부동산 시세를 통해서 대형 아파트 단지의 시세는 추정할 수 있었는데,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의 경우 비정형 부동산이라 평가가 쉽지 않았습니다. 2015년부터 개방된 실거래가 정보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주변의 실제 거래 사례를 학습해 그동안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던 주택에 관해서 시세를 만들어내는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정민하 부동산지인 대표(이하 정 대표) 부동산지인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동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떤 지역의 가격이 상승하는지, 어떤 지역의 가격이 하락하는지 집중해서 살펴볼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기존 KB국민은행, 감정원에서 제공해 온 시세 정보를 일반 대중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아울러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가보지 않아도 해당 지역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아파트 가격 변동 추이는 물론 지하철역, 학교 등 거주 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서 보여줍니다.

배우순 디스코 대표(이하 배 대표) 디스코는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차별점이 상업용 부동산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죠. 전국에 있는 토지건물 정보를 제공해서 지도 위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만들었고요. 여기에 부동산 매물을 사고파는 사람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토지나 건물 등 그동안 훨씬 폐쇄적이었던 시장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어떻게 하면 신뢰성 있는 마켓을 만들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 프롭테크에 뛰어든 계기는.

김 대표 원래는 증권사에서 고액자산가나 기관투자가를 위한 부동산금융 업무를 했어요. 그러다 이런 정보를 어떻게 하면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과연 핵심적인 기술을 어떻게 개발할 것이냐 생각하다가 부동산에 대한 시세 데이터가 있어야 어떤 형태로든 발전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는 연립·다세대 등의 시세 정보를 금융기관에 제공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개인 소비자들을 아우르는 부동산 종합관리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 4명이 뭉쳐 창업을 했는데, 다행히 3년여 만에 프롭테크 환경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초기에는 은행 담당자들을 만나기도 어렵고, 협의하는 데만 1년여가 넘게 걸렸습니다. AI를 통한 시세 정보를 얘기하면 ‘AI가 뭐야’ 하는 분위기였는데 알파고 이후 관심을 갖는 곳이 늘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신한은행, 부산은행 등 금융기관에 빌라, 다세대 등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배 대표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다 2016년에 디스코를 창업했습니다. 감정평가사로 활동할 당시 7년간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에서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을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개발 초기만 해도 모바일로 부동산 정보를 확인하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토지 같은 경우 대장을 발급받고 매물장을 만드는 데만 보통 몇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을 없애보자 생각했고, 대상을 상업용 부동산에 맞췄습니다.

정 대표 부동산 경매 투자를 하다가 2015년에 부동산 시장이 크게 상승하는 것을 보면서 데이터를 통해서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우선 시장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수를 만드는 데 집중했는데, 굉장히 신기한 거예요. 이것이 가격에 선행해서 움직이는구나 생각하니 시장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었고,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부동산지인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 구체적인 활용 사례를 소개해준다면.

배 대표 전국의 토지나 상가 등의 부동산 정보를 지도 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를테면 어느 동네를 돌면서 불법 건축물인지 확인하는 경우 일일이 건축물대장을 떼어 다닐 수 없잖아요. 그런데 디스코를 활용하면 모바일로 이동 중에도 쉽게 알 수 있다 보니 업무에 활용하기 쉽습니다. 어떤 강의 때는 수업 도중 한 수강생이 교실 밖으로 나가더라고요. 쉬는 시간에 연유를 물어보니, 이런 서비스가 있는지 몰랐다가 수업하면서 비로소 부동산을 살펴보니 자기가 너무 비싸게 산 것 같아 화가 났다고 했어요. 결과적으로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이들에게 리스크를 낮춰줄 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토지의 경우 정보 비대칭성이 매우 심합니다. 앞 땅, 뒤 땅의 가격이 상이하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항의도 많을 수밖에 없죠. 최근에도 토지의 실거래가를 지워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조합 설립 직전 단계인데 가격이 공개되니, 기존에 집을 팔겠다고 한 사람들이 다시 “이 가격에 안 판다”고 항의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정 대표 부동산지인의 서비스는 집을 사야 하는 타이밍을 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집을 팔아야 하는 시기에 집을 사게 되거나, 반대로 상승장을 앞두고 집을 매도하면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손실을 떠안아야 했던 소비자를 위해 개발했습니다. 이를테면 2015년 직장 문제로 거제의 아파트를 샀다가 3년 뒤 다시 이사를 하게 된 분이 있어요. 문제는 3년 만에 집값이 반 토막이 나 도저히 이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었어요. 이 경우 정신력이 무너지면서 고생하다 집을 팔고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시장의 흐름을 설명하며 집주인에게 2년 정도 버텨볼 것을 조언했습니다. 또 시장이 과열로 치달을 땐 경고하는 역할도 합니다. 지수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다가 먼저 꺾여서 나오는 지역이 있는데, 이런 신호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대표 빅밸류의 서비스는 금융기관에 다세대, 빌라 등의 시세 정보를 제공합니다. 주택담보대출이라든가, 부동산 자산관리 상담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개인 대상 서비스가 아니라 은행 등의 금융기관에 정보를 제공합니다. 은행 등 장기적으로는 데이터를 활용해 주택에 대한 비대면 담보대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합니다.

은행 측에서 보면 감정평가사에 평가수수료를 지불하는 경우보다 비용은 낮추면서 신속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특히 은행에선 담보대출에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기존에는 대출이 실행되면 해당 물건에 대해 주기적으로 담보를 재평가하지 않았습니다. 감정평가 비용이 많이 드니까요. 그런데 빅밸류 서비스는 주기적으로 매월 시세를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담보대출이 나간 후에도 자산건전성 평가에 유리합니다. 다만 서울의 경우 약 96% 정도 평가가 가능해 개별 평가사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도 있습니다.

- 프롭테크가 유망하다지만,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우려도 있습니다.

정 대표 보통 데이터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과거’의 기록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지나간 통계를 보고 투자하기엔 이미 늦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를 살피는 건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거의 반복이 되기 때문이죠.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심리이지만, 시장의 대세를 꺾을 수는 없습니다. 직관에도 한계가 있어요. 상가를 예를 들면 감정평가가 정말 어렵습니다. 불과 15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인 데도 가격이 2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하니까요. 이런 것을 과연 직관으로 알 수 있을까요. 하지만 데이터를 통해서는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
데이터의 신뢰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정부의 실거래가를 기본으로 사용하는데 정부의 토지대장 등도 100% 활용하기는 어려워 나름의 정제 과정을 거칩니다. 약 35% 정도 오류가 발견돼 다른 대장 정보와 비교해서 수정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배 대표 국내 빅데이터를 활용한 산업이 시작된 게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는데 결국 데이터에 대한 검증은 사용자들을 통해 이뤄질 것입니다. 빌라에 대해, 혹은 상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지 평가할 수 있게 되고, 그렇지 못한 서비스는 자연스레 시장에서 도태돼 갈 것이라고 봅니다.

- 프롭테크 창업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배 대표 직방 같은 기존 업체들도 신생 프롭테크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서비스를 확대하고자 하고, 개발시행사나 대기업도 프롭테크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도전해볼 만한 영역이라고 봅니다.

김 대표 프롭테크 분야는 아직 초창기라 발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있어도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멈추는 사례를 종종 봤습니다. 부동산과 기술의 융합 산업이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구현할 멤버를 구성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정 대표 프롭테크 창업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커질수록 시장이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창업 전에 훌륭한 사업 아이템뿐만 아니라 시장의 수요를 읽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0호(2019년 0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