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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받을 때 가장 궁금한 5가지
[한경 머니 =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목돈으로 받을까, 아니면 연금으로 받을까.” 퇴직을 앞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고민이다. 목돈을 손에 쥐고 싶지만 세금이 문제다.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있다. 퇴직금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하려면 퇴직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세금을 피할 수 없다면 줄일 방법은 없을까. 가능하다.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하지 않고 연금으로 받으면 세 부담을 30%나 덜 수 있다. 최근 이 같은 절세 효과가 퇴직자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연금 수령에 관심을 보이는 퇴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퇴직금이 많은 명예퇴직자와 정년퇴직자가 연금 수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퇴직금이 많을수록 세 부담이 늘어나고, 그만큼 연금 수령에 따른 절세 효과도 커지기 때문이다.

절세 효과가 크다고는 하지만 목돈을 쪼개서 연금으로 받는 만큼 요모조모 따져야 할 것도 많다. 연금은 언제부터 얼마씩 받을 수 있는지, 연금을 받다가 중단하면 불이익은 없는지, 절세 효과가 크다고 하지만 이면에 숨겨진 불이익은 없는지, 절세 효과 이외에 다른 혜택은 없는지, 이래저래 살펴야 할 것이 많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려면

연금으로 수령하려면, 먼저 퇴직금을 연금계좌로 이체해야 한다.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하려면 퇴직소득세를 먼저 납부해야 하지만, 연금계좌로 이체할 때는 퇴직소득세를 떼지 않는다. 세금은 나중에 연금계좌에서 퇴직금을 인출할 때 납부한다. 55세 이후에 연금수령한도 내에서 찾아 쓰는 경우에는 퇴직소득세율의 70%에 해당하는 연금소득세를 납부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본래대로 퇴직소득세를 납부한다.

연금계좌에는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있는데,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가입할 수 있다.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을 요량으로 연금저축과 IRP에 가입하고 있는 직장인도 많은데, 여기에 퇴직금을 이체한 다음 연금으로 수령할 수도 있다.

근로자가 퇴직 이전에 회사에 연금계좌를 알려주면, 회사는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해당 계좌로 퇴직금을 이체해준다. 이미 퇴직소득세를 납부하고 퇴직금을 수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퇴직금을 수령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금융기관을 방문해 연금계좌를 개설하고 퇴직금을 입금하면 된다. 그러면 금융 회사가 퇴직한 회사와 연락해 퇴직소득세를 연금계좌로 돌려받는다. 퇴직자가 퇴직금 중 일부만 연금계좌에 이체할 수 있는데, 이때는 입금 비율에 맞춰 퇴직소득세도 환급 받는다
퇴직연금 받을 때 가장 궁금한 5가지
연금은 언제부터 얼마씩 받나

연금계좌에 이체한 퇴직금은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퇴직 당시 나이가 이미 55세가 넘는 경우에는 퇴직금을 연금계좌에 이체하자마자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퇴직 이후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는 경우에도 55세 이상이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한 해에 연금은 얼마씩 받을 수 있는 걸까. 정부가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을 때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은 퇴직자의 노후생활 안정을 도모하려는 목적이다. 그래서 세제 혜택을 주는 대신 퇴직금을 한꺼번에 많이 찾아 쓰지 못하도록 ‘연금수령한도’를 두고 있다.

연금수령한도는 한 해 동안 최대로 수령할 수 있는 연금액을 말하는데, 연금계좌잔고와 연금수령연차에 따라 결정된다. 먼저 연금계좌잔고를 (11-연금수령연차)로 나눈다. 이렇게 계산된 금액의 120%가 그 해 최대로 수령할 수 있는 연금액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자. 올해 55세인 A씨가 이번 달에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 2억 원을 연금계좌로 이체했다고 해보자. A씨가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했다면 퇴직소득세로 1000만 원을 내야 했지만, 연금계좌로 이체했기 때문에 당장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A씨는 이미 55세가 이상이므로 퇴직하면서 바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그러면 A씨가 연금계좌에 퇴직금을 이체하고 바로 연금을 개시했을 때, 올해 말까지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

연금수령한도를 계산하려면 연금계좌 가입 시기를 알아야 한다. 연금계좌 가입 시기가 2013년 3월 이전인지 이후인지에 따라 ‘연금수령연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A씨가 근무하던 회사에서 2013년 3월 이후에 퇴직연금에 가입했거나, 퇴직금은 2013년 3월 이후에 개설한 연금계좌로 이체한 경우부터 살펴보자. 이 경우 연금수령연차는 ‘1’부터 시작된다. 연금개시일 현재 연금계좌에 2억 원이 있으므로, 이를 10(11-1년 차)으로 나누면 2000만 원이 된다. 따라서 올해 연말까지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은 2000만 원의 120%인 2400만 원이다. 2년 차부터 10년까지는 매년 1월 1일 현재 연금계좌 잔고를 (11-연금수령연차)로 나눠서 나온 금액의120%가 연금수령한도가 된다. 10년 지나면 한도 없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A씨가 2013년 2월 이전에 퇴직연금에 가입했거나, 퇴직금을 2013년 3월 이전에 가입한 연금계좌로 이체했다고 해보자. 이때는 연금수령연차가 ‘6’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퇴직 첫해 연금수령한도는 2억 원을 5(=11-6)로 나눠 나온 4000만 원의 120%인 4800만 원이 된다. 앞선 사례보다 첫해 연금수령한도가 2배나 늘어난 셈이다. 2년 차부터 5년 차까지는 매년 1월 1일 현재 연금계좌 잔고를 기준으로 연금수령한도를 계산하고, 6년 차부터는 수령한도에 제한 없이 인출할 수 있다.

연금수령한도 초과 인출 시 불이익은

연금을 수령할 때 세금은 어떤 방식으로 부과될까. 연금수령한도 내에서 퇴직금을 인출하면, 퇴직소득세율의 70%에 해당하는 연금소득세가 부과되는데, 이때 연금소득세는 연금계좌에 이체한 퇴직금에서 해당 연도에 인출한 금액에 비례해 부과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A씨 사례로 돌아가 보자. 앞서 A씨가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했다면 퇴직소득세로 1000만 원을 내야 했다고 했다. A씨가 퇴직금 2억 원 중 올해 연금계좌에서 2000만 원을 연금으로 수령했다고 해보자. 2000만 원은 10%에 해당한다. 퇴직소득세 1000만 원의10%는 100만 원이고, 이 금액의 70%인 70만 원을 올해 연금소득세로 납부하면 된다. A씨가 10년 동안 매년 2000만 원씩 연금을 수령한다면, 연금소득세로 매년 70만 원씩 총 700만 원을 납부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할 때보다 30% 세금을 덜 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 일이란 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연금 수령 도중에 다급하게 목돈이 필요해 연금계좌를 해지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해지할 때까지 받았던 절세 혜택을 물어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연금 수령 도중 연금계좌를 해지하더라도 여태껏 누렸던 절세 혜택까지 반납할 필요는 없다.

다시 A씨 사례로 돌아가 보자. A씨가 매년 2000만 원씩 3년간 연금을 수령하고 나서 연금계좌를 해지했다고 치자. 이 경우 A씨는 3년 동안 매년 30만 원씩 총 90만 원의 절세 혜택을 받았는데, 지금 중도해지를 하더라도 여태껏 받은 혜택까지 반납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해지 당시 연금계좌에 남아 있는 퇴직금에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아니다. A씨는 남은 퇴직금 1억4000만 원에 대해 과거 납부하지 않았던 퇴직소득세 700만 원만 납부하면 된다.

연금계좌를 해지하지는 않더라도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 연금수령한도를 초과해서 퇴직금을 인출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연금수령한도 내에서 인출한 금액에는 퇴직소득세율의 70%에 해당하는 연금소득세가 부과되고, 연금수령한도를 초과해서 인출한 금액에는 세액 감면 없이 퇴직소득세가 그대로 부과된다.

연금소득 많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과세 하나

현행 세법에서는 연금소득이 연간 1200만 원이 넘어가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 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퇴직소득세를 30% 경감 받으려고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기는 했는데, 퇴직금으로 인해 연금소득이 늘어나서 종합과세를 당하게 되면 오히려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퇴직금은 규모가 큰 만큼 연금으로 수령하면 연금소득이 1200만 원이 넘어가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 같은 걱정을 하는 퇴직자가 의외로 많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퇴직금은 직장에서 일하며 장기간에 걸쳐 형성한 소득이기 때문에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분류과세 한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퇴직금을 재원으로 한 연금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분리과세 한다.

다만 퇴직금을 운용해서 얻은 수익을 재원으로 한 연금소득이 연간 1200만 원이 넘어가면 종합과세 된다. 연금을 개시하면 퇴직금 원금부터 인출하고, 퇴직금이 전부 소진되면 다음 순서로 운용 수익이 인출된다. A씨가 연금계좌에 퇴직금을 2억 원 이체하고, 매년 2000만 원씩 연금을 수령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 10년이면 퇴직금 원금은 전부 소진되고, 11년 차부터는 운용 수익이 인출된다는 얘기다. A씨는 11년 차 때부터 연금소득이 연간 1200만 원이 넘지 않도록 관리하면 된다.

연금소득 많으면 건강보험료 늘어나나

퇴직을 하면 직장건강보험 가입자에서 지역건강보험 가입자로 전환된다. 지역건강보험 가입자들은 소득과 재산 등을 고려해 건강보험료를 산출하는데, 이때 소득에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이자·배당소득, 기타소득뿐만 아니라 연금소득도 포함된다. 그래서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면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에서는 공적연금에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오히려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려면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편이 유리하다.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해 일반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퇴직금을 연금계좌에 이체하면 이 같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연금계좌에서 발생한 운용 수익을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하더라도, 민간 연금소득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1호(2019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