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DLF 사태’에서 배우는 교훈

[한경 머니 기고=서진식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차장] 최근 금융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등장한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을 둘러싼 논쟁이다. 특히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계된 DLS·DLF의 경우 예상치 못한 큰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금융사들의 상품 판매 절차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DLS는 파생결합증권(Derivative Linked Securities)으로 기초자산의 가격 변화에 따라 미리 정해진 방법으로 지급액이 결정되는 권리가 표시된 증권을 말하며, DLF는 이러한 DLS를 편입한 펀드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금리, 원자재 등의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약정된 수익(쿠폰)과 원금을 돌려받는 구조화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과 영국, 미국의 이자율스와프(Constant Maturity Swap, CMS)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DLF다. 해당 상품은 기초자산인 독일 또는 영국 10년물 금리가 기준선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과 확정 금리를 지급하지만 기초자산의 금리가 기준선을 하회할 경우 최대 100%까지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최근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7%을 하회하며 원금 전체가 손실이 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구조화 상품,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
DLS·DLF 사태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시장의 관심이 투자 손실에만 쏠려 있다는 것이다. DLS·DLF를 비롯한 모든 구조화 상품이 매우 위험한 상품이라는 비논리적이며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한편으로 금융소비자들의 투자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DLS·DLF는 기초자산을 제대로 알고 투자자의 위험 성향 및 투자 목적에 맞게 투자하면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뿐만 아니라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대안 상품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장점이 분명히 있다. 이번 DLS·DLF 사태의 원인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소홀한 점이 있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바로 고객의 투자 성향이나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 정도에 맞는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야 하는 ‘적합성’의 원칙이다. 투자자의 투자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고위험 상품인 DLS·DLF 상품을 일반 예금 가입자에게 권유한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상품 판매사는 투자자의 투자 목적과 재산 상황, 투자 경험 등을 파악해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만을 권유해야 하는 ‘적합성의 원칙’에 따라 고객에게 상품을 소개한다. 또한 투자자가 요청하지 않은 투자 권유와 투자자의 의사에 반하는 재권유가 법률로 금지돼 있다.


적합성 평가를 위해 가장 중요한 2가지는 투자자에 대한 정보 확인과 고객의 투자 성향 분석이다. 판매사의 직원은 투자자 정보 확인 및 고객의 투자 성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라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만을 권유할 수 있는 것이다. 먼저 투자자 정보 확인 프로세스를 거쳐 해당 투자자금이 노후자금, 긴급생활자금으로 파악될 경우 예금, 투자등급 채권 등 위험도가 낮은 상품만 가입할 수 있다.


다음으로 투자 성향 분석 설문지 등을 통해 투자자의 성향 분석을 실시한다. 이는 투자자의 투자 경험 및 원금 손실에 대한 감내 정도 등을 바탕으로 고객의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지 공격적인지 파악해 투자자의 위험등급을 확정하는 절차다. 그리고 투자 상품마다 상품의 특성에 맞는 투자 위험등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투자자는 본인의 위험등급에 부합하는 상품만 가입할 수 있다. 즉, 가장 보수적인 투자자는 예금 등 위험도가 낮은 상품만 가입할 수 있고 공격적인 투자자의 경우에만 고위험 상품인 DLS, DLF 등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올바른 ‘투자자 성향 분석’ 프로세스다. 투자자 성향 분석이 금융상품 ‘판매’를 위한 단순한 절차 과정이 아닌 ‘자산관리’의 첫 번째 단계라는 점은 투자자나 판매사 직원 모두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투자자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을 정확히 파악한 후 투자 성향, 자산 현황, 투자 목적에 맞는 적합한 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금융상품의 수익률을 확인하기 이전에 파악돼야 할 가장 기본적인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는 병원에서 의사가 증상의 정확한 원인과 환자의 과거 병력을 파악하고 치료 또는 처방에 임하는 것과 유사한 작업이다.


‘만약’이라는 가정이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그래도 ‘만약 금리연계 DLS·DLF가 수익이 났었다면’ 실제 이 상품이 가진 ‘위험’에 대해 간과하고 넘어갔을 수 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면 안 되겠지만, 판매사와 투자자 모두 지금의 경험을 단순히 금융상품 판매가 아닌 자산관리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DLS·DLF 사태’에서 배우는 교훈

적합한 상품 투자는 ‘포트폴리오 투자’로
투자자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한 후 투자 위험등급에 맞는 상품을 가입할 때 어떤 상품을 가입해야 될까. 동일한 투자 위험등급 안에서도 무수히 많은 상품이 존재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이때 포트폴리오 투자가 그 고민의 상당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다.
투자자 성향 분석이 자산관리의 시작이라면, 포트폴리오는 자산관리의 수단이다. 포트폴리오 투자란 상관관계가 낮은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를 해서 기대수익은 극대화하면서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뜻한다. 쉽게 말해 동일한 기대수익하에서 가장 안정적인 자산 구성을 선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주식을 100% 투자한 A안과 아시아 주식 60%, 아시아 채권 40%에 투자한 B안의 기대수익이 동일하다면,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B안을 선택하는 것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프로세스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한·일 갈등 등 다양한 불확실성 요인들로 인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는 투자자 성향과 시장 상황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는 것이 투자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곤 한다.


먼저 투자자의 투자 성향에 맞는 금융상품을 파악하고 그 가운데 서로의 위험을 보완해줄 수 있는, 즉 상관관계가 낮은 상품들에 분산해 투자하는 것이 포트폴리오 투자의 일반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포트폴리오 구성 시 투자 자산을 단순히 주식, 채권과 같은 전통 자산에만 제한할 필요는 없다.


전통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은 부동산, 우선주, DLS·DLF·ELS와 같은 구조화 상품 등의 대체투자 자산들도 훌륭한 변동성 관리 수단이자 인컴을 창출하는 투자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주식부터 채권까지 고려하고 파악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기 때문에 비(非)전문가가 혼자 진행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 수집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주변에 전문가가 없거나 본인의 투자 경험이 짧다면, 이미 포트폴리오 관점으로 운용 전략이 구성된 ‘멀티에셋 인컴펀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멀티에셋 인컴(multi-asset income)펀드는 말 그대로 다양한 자산을 통해서 일정 수준의 인컴을 수취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펀드다. 여기서 다양한 자산이라 하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 주식부터 브라질 국채와 같은 신흥국 국채까지 포함한 전통 자산, 그리고 상업용 부동산, 우량 은행 후순위채, 구조화 채권 등을 포함한 비전통 자산 모두를 아우르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국면에 따라 펀드를 변경하거나 자산의 비중을 조절할 필요 없이 포트폴리오의 척추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고, 운용팀이 제공하는 운용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자산의 시황을 접할 수 있는 혜택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DLS·DLF 사태를 보면서 투자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위험과 수익의 관계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이 리스크(high risk), 하이 리턴(high return)’은 위험이 높은 투자일수록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지, 위험이 크면 반드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줄 수 있는 투자 상품이라면 정기예금보다 더 높은 위험이 있다는 뜻으로 투자 원금의 손실 가능성은 당연히 열려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4호(2019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