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김진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새로운 희망 속에 맞이했던 21세기도 어느덧 20년을 지나고 있다. ‘2020’이라는 운율이 주는 리듬감 때문인지, 다시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해이기 때문인지 많은 기업들에서는 오래전부터 ‘2020’을 포함시킨 비전과 슬로건을 수립하고 준비해 왔다. 다가오는 2020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SPECIAL] 2020년 자산관리 3대 체크 이슈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2020년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글로벌 경제는 고령화·저출산에 의한 저성장 국면을 이어갈 전망이며, 미·중 간 무역 갈등으로 대표되는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는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여전히 숙제로 남겨주었다. 반면, 경기 침체를 막고자 하는 각국의 재정정책과 이에 따른 투자 사이클의 회복은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한다.


투자자들로서는 다가올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 속에서도 변동성을 최소화하면서 조금이라도 수익률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은 새해에도 변함없이 계속돼야 한다. 다가오는 2020년에 특별히 체크해봐야 할 주요 이슈들과 전망,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자산관리 전략에 대해 검토해보고자 한다.


issue 1 글로벌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지속
2020년에도 글로벌 성장 둔화는 이어질 전망이다. 2018년 이후 경제성장률과 물가가 낮아진 감속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무역분쟁으로 투자 심리 및 실제 생산지표의 위축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 8월 이후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의 부정적 영향은 내년 1분기 주요국의 경제지표에 반영돼 다시금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9년 이후 진행된 사전적 글로벌 통화 완화의 효과가 경기에 반영되고 재정 확대의 가능성이 있는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는 회복세로 복귀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세계 경제는 인구가 증가하고 지속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던 과거 확대 균형의 시대에서 인구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축소 균형의 시대로 이동해 가고 있다. 이에 따른 마이너스(-) 성장과 디플레이션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환경 속에서 각국의 장기 금리는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아직 성장하는 자산과 기업을 찾아 해외 투자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특히, 달러표시 해외 채권 투자는 국내 채권에 비해 높은 이자수익률 기대하면서도 각국의 통화 변동성에 따르는 위험도 일부 헤지할 수 있어 고려해볼 만하다. 이와 더불어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 자산 외에 부동산, 인프라, 금과 같은 대체투자 상품에 일부 자산을 배분함으로써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낮추고 초과 수익은 얻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issue 2 미·중 무역분쟁
미·중 무역분쟁은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며 올해에 비해 소강 상태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초반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득표수만으로는 민주당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 지난 2016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체 득표수로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뒤졌으나 대부분의 경합 지역에서 미세한 득표 차로 승리하면서 보다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경합 지역의 대부분은 오대호 연안에 분포돼 있는 러스트벨트와 팜벨트의 중심이다. 이 지역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어 트럼프의 지지율이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내년 재선을 위해 이곳에서의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트럼프로서는 무역분쟁을 더욱 확대하기 힘든 환경에 직면해 있다.


물론, 무역분쟁을 둘러싼 양국의 이해관계는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몇 번의 협상에 의해 모든 것이 일괄 타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몰딜의 형태라도 무역분쟁이 소강 국면에만 접어든다면 글로벌 투자 사이클의 반등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글로벌 투자 사이클의 반등은 시차를 두고 반도체 수요를 자극하고, 이는 반도체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내외인 한국 증시의 이익을 끌어올리게 된다. 이 시나리오대로 미·중 무역분쟁이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중·대형주 및 배당주 중심으로 분할 매수를 통해 국내 주식 비중을 조금씩 늘려 가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issue 3 주요국의 재정 확대 논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총 75bp(0.75%)의 금리를 인하했다. 내년 1분기에 경제지표가 악화될 경우, 한 차례 정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올해와 같은 공격적인 인하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 대신 내년에는 올해의 금리 인하 효과에 상응하는 미 Fed의 재무상태표 확대 등이 미국 경제를 지탱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주요국의 재정 확대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면서 증시의 하단을 방어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완화적인 재정정책과 달러 강세 진정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낮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교역 갈등과 정치적인 이슈 등이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라면 주요국의 재정 확대 및 통화정책 공조는 하락 위험을 낮춰줄 수 있는 안전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반기 이후 달러 강세가 진정되고 각국의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하반기 신흥 시장의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미국과 한국의 선거,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홍콩 시위,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을 둘러싼 반독점 이슈, 남북 관계 등 내년에도 변함없이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많은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여러 자산들로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의 구성과 정기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변동성을 낮추면서 장기적인 알파(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5호(2019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