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황지선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차장] 부동산은 다른 투자 자산과 달리 초기 투자 자본의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좋지 않는 등 진입 장벽이 높아 자산 규모가 크지 않은 투자자에게 투자를 고려하기 쉬운 자산은 아니다. 그렇다면 소규모 자본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고, 필요할 때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밀레니얼 세대, 건물주 되는 방법 ‘리츠’
지난 6월 미국의 한 기관에서 요즘 미국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에 태어난 세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자산에 대한 흥미로운 설문 결과가 나왔다. 투자 정보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뱅크레이트닷컴(Bankrate.com)이 실시한 것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어떤 자산에 투자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31%가 부동산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응답자 중 가장 높은 비율로, 특히 세대별 응답자 중 밀레니얼 세대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선호 비율이 36%로 가장 높았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이러한 분위기는 한국 사회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 및 청약 열풍을 바라볼 때 한국의 30~40대 직장인들에게 부동산이라는 자산은 부의 증식 수단이 돼 가고 있으며, 50~60대에게는 노후 준비를 위한 가장 확실한 인컴 수단이 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은 초기 투자 자본의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좋지 않은 단점이 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바로 리츠(REITs) 투자다.


닮은 듯 다른 리츠, 부동산 펀드
리츠는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투자 수단이며, 최근 ‘롯데리츠’가 상장하며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자산이다. 리츠는 영어로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부동산투자신탁)이며, 말 그대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서 부동산에 투자·운용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다시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주식회사를 말한다. 직접 부동산에 투자하는 직접투자 방식과 대조되는 간접투자 방식으로 리츠, 즉 부동산투자사는 주식을 발행해서 투자자를 모으고 일반 투자자는 주식을 취득하면서 부동산에 직접 투자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것이다.


리츠와 비슷한 개념으로 부동산 펀드가 있다. 이 둘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부동산 펀드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펀드가 직접 부동산 관련 사업을 수행한다면, 리츠는 부동산투자사가 발행한 주식을 사서 부동산투자사에서 창출한 수익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즉, 부동산 펀드는 부동산 실물자산에, 리츠는 부동산투자사에 투자하는 셈인 것이다.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직접 부동산 사업을 수행하다 보니 부동산 펀드는 아무래도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한 자금의 유동성이 제한적이다. 또한 대부분 사모펀드로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펀드를 운용한다. 이렇듯 부동산 펀드는 상당한 규모의 초기 투자 자금이 필요하고 환매가 제한되는 폐쇄 형태로 운용되면서 소수의 투자자에게만 투자 기회가 있는 자산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컸다.


리츠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 일단 부동산투자사는 주식시장에 상장돼 주식을 발행하고 투자자를 모으기 때문에 투자 자금을 현금화하기 쉽다. 또한 상장돼 있지 않더라도 장외 시장에서 주식 매매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국내 리츠 공모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고, 공모 리츠 펀드를 통해서도 리츠 투자 기회가 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리츠 투자를 통해 누구나 소액으로도 건물주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 건물주 되는 방법 ‘리츠’

안정적 수익에 세제 혜택까지
그렇다면 리츠 투자의 장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매력은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가져다준다는 점이다. 리츠는 주주들에게 배당가능이익의 최대 90%까지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데, 그 재원 대부분이 리츠가 투자하는 부동산의 임대수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다. 더불어 여러 변수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다른 자산 대비 예측 가능하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리츠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공실률, 임대료 수준 등이 모두 확인 가능하고, 의무 배당 비중 또한 정해져 있다.


올 한 해 투자자들을 둘러싼 시장 불확실성이 계속 높게 유지되고 있고,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 역시 투자자들의 고민을 깊게 하는 배경이다. 최근 수년 동안 파생결합상품(DLF, DLS)과 같은 파생구조화 상품, 기업어음(CP), 회사채 또는 고배당주 같은 금융자산들로 이러한 투자 수요의 상당 부분이 흘러갔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들이 갖고 있는 신용 위험, 배당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리츠는 매우 훌륭한 솔루션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발간한 ‘2019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고액자산가의 투자 성향은 공격적·보수적 투자 성향은 감소하고, 중립적 투자 성향은 증가하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과 저금리 기조를 경험하면서 중위험·중수익의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연간 4~5% 내외의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리츠 투자는 자산관리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국 투자자들이 지금 시점에 리츠 투자를 고려해볼 만한 또 다른 유인이 생겼다. 바로 정부가 국내 공모 리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국내 공모형 리츠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배당 소득을 분리과세하고, 5000만 원 이내에서 9%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지금까지는 개인이 리츠에 투자해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 이상이 되면 15.4%의 배당소득세와 별도의 신고를 통해 추가 세금을 내야 하지만, 향후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되면 원천징수 되는 배당소득세만 부과된다. 또한 배당소득의 9%(농어촌특별세 부과 시 9.5%)가 과세되는 감면 혜택 역시 볼 수 있어 리츠 배당에 대한 세후 수익률이 최대 2% 이상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세제 혜택이 국내 상장 리츠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지만, 이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리츠라는 자산에 대한 관심을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는 약 2300조 원 규모의 큰 리츠 시장이 형성돼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리츠 투자자에게는 배당세, 리츠 이익을 90%까지 배당하는 기업에는 법인세 혜택을 제공하면서 리츠 시장의 규모를 키워 왔다. 한국도 이번 활성화 정책으로 기업의 자산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개인투자자에게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기회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밀레니얼 세대, 건물주 되는 방법 ‘리츠’

리스크 요인 충분히 인지해야
우리보다 앞서 저금리 환경을 경험하고 있는 미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주요 선진국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인컴 기반을 통해 시장의 변동성에 민감하지 않으면서 꾸준한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리츠와 같은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상황이다. 주식, 채권뿐 아니라 리츠,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자 하는 멀티에셋 전략이 최근 몇 년 새 각광받게 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은퇴 이후 고정적인 수입에 대한 니즈가 큰 노년층의 경우 투자처를 찾는 과정에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해 손실을 보기도 하고,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서 부동산 투자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리츠 투자를 통해서라면 간편한 방법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여기에 세제 혜택까지 볼 수 있으니 고려해볼 만한 투자처인 것은 분명하다.


밀레니얼 세대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초기 투자 자본이 부족한 밀레니얼 세대들은 좀처럼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기가 쉽지 않다. 부동산자산이 가지고 있는 투자 매력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투자를 위한 진입 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인데, 리츠 투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적은 돈으로 고층 빌딩에 투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거용, 오피스용, 리테일, 물류창고 등 다양한 섹터의 부동산은 물론이고 다양한 국가의 부동산에도 투자할 수 있으니, 밀레니얼 세대의 첫 부동산 투자, 리츠로 시작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국내 투자자들의 경우 인컴 투자를 생각할 때 고배당주와 같은 주식, 채권 등의 전통적인 투자 자산이나 부동산을 활용하는 방법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이제는 리츠를 포함해 다양한 각도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부동산자산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장 환경에 영향을 받는 자산이라는 점이다. 특히 리츠는 부동산투자사가 발행한 주식을 통해 투자에 참여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등락과 무관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리츠 투자 시 이러한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한 후 자신의 투자 성향을 감안해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5호(2019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