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매월(분기) 배당을 받고,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하다?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가 저금리·저성장 시대의 대안으로 비상 중이다. 강남 아파트, 건물주 안 부럽다는 리츠 투자의 매력에 대해 알아봤다.

‘강남 아파트’ 안 부러운 리츠 투자법은
청약 경쟁률이 무려 317.6대1에 이르렀다. 아파트가 아니라 부동산투자회사(리츠)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2019년 12월 5일 상장한 NH프라임리츠는 317.6대1에 이르는 청약 경쟁률에, 무려 7조7499억 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려들었다. 앞서 10월 상장한 롯데리츠도 63.3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상당수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낯선 리츠가 2019년 금융시장에 혜성처럼 떴다. 리츠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2001년. 거의 20년 만에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건물주 위에 리츠주’, ‘잘 고른 리츠, 서울 아파트 부럽지 않다’ 등 리츠에 대한 뜨거운 구애를 보내는 투자업계의 리포트와 보도도 쏟아지고 있다. 리츠, 왜 인기인가.


2001년 국내 도입된 리츠, 저금리 타고 ‘비상’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REITs)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유치해 총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운용해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는 상법상의 주식회사를 뜻한다. 쉽게 말하면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배당을 받는 구조다. 저성장·고령화 시대 선호되는 대표적인 인컴(Income, 이자) 자산이다.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료 등의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펀드와 같지만, 리츠는 수익의 90% 이상을 의무 배당해야 한다는 점이 차별되는 포인트다. 높은 배당과 부동산이라는 실물에 투자한다는 매력 때문에 미국을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등 선진국에서 각광 받는 은퇴 자산 투자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리츠는 요즘 ‘핫’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데다, 매월 또는 분기별로 배당을 받고, 원하는 때에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환금성도 강점이다. 달러 등으로 해외 리츠에 투자할 경우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리츠는 ‘저금리’를 타고 날개를 달았다. 부동산은 대표적인 레버리지형 자산으로 금리 변동에 조달 비용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에서 우리나라까지 글로벌 시장을 덮고 있는 저금리 환경이 리츠 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주요국의 경제가 저금리·저성장 상태에 직면한 가운데 안정적이면서 높은 배당수익률을 챙길 수 있는 리츠가 주목받게 됐다는 해석이다.


정부 정책도 힘을 실어 줬다. 2019년 9월 정부는 ‘공모형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공모형 리츠나 부동산 펀드를 통해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사업자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방침이다. 투자자에는 절세 혜택을 꺼내 들었다. 5000만 원 한도로 일정 기간(약 3년) 리츠에 투자하면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 혜택을 주고, 세율 역시 14%가 아닌 9%로 낮춰 주는 방안이다.


국내에는 약 240개의 리츠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자산가의 돈을 모아 투자하는 49인 이하의 사모형이었다. 공모 리츠는 열 손가락으로 꼽기에도 부족했다. 하지만 환매를 중단한 라임 사태 등으로 사모형에 대한 시장의 싸늘한 시선이 쏟아지면서 공모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확산됐다. 정부의 활성화 방안과 시장의 관심을 업고 2019년 10월 롯데리츠와 12월 NH프라임리츠의 잇단 상장은 돌풍의 거점이 됐다. 국내 최초 주유소 리츠도 등장이 예고됐다. 코람코자산신탁은 SK네트웍스가 보유한 주유소 193개를 매입해 2020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리츠, 부동산 직접투자의 대안 되나


2019년 리츠의 질주는 그야말로 눈부셨다. 소위 서울 아파트의 수익률을 뺨친다. 신한알파리츠는 2019년 11월 8일 장중 사상 최고가인 9440원을 기록했다. 2019년 초 대비 68% 가까이 상승한 수치였다. 이리츠코크렙은 2019년 11월 8일 장중 최고치인 7900원까지 치솟았다. 롯데리츠는 2019년 10월 말 상장일 당시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다음 거래일에는 장중 주가가 공모가(5000원) 대비 42%나 상승했다. 하지만 한 달 사이 이들 리츠의 주가는 상당한 조정을 받았다. 신한알파리츠는 지난 12월 19일 종가 기준 7570원으로 한 달 여 만에 약 20% 하락했고, 이리츠코크렙은 6820원으로 크게 내렸다. 국내 다른 리츠들도 전월 대비 크게 주춤한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가파른 상승에 따른 조정으로 풀이한다. 높은 주가에 투자하게 되면 배당수익률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의 1차 합의 및 갈등 완화로 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도 약세 요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리츠도 지난 1년 수익률은 무려 16.93%에 이르지만, 1개월 수익률은 –1.57%로 떨어졌다(2019년 12월 4일 종가 기준).


전문가들은 부동산에 갖는 대박 기대가 아니라 중위험·중수익의 관점으로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국내 리츠의 연평균 결산배당수익률은 2016년 10.55%, 2017년 7.59%, 2018년 8.5% 수준이다. 주식시장의 변동성보다 안정적이면서 예금, 채권보다는 높은 수익을 보인 중위험·중수익의 투자처라는 분석이다. 리츠는 기본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분석 능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우량 임차인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배당이 예상되고, 입지가 좋은 건물에 투자하는 상품이 유리하다. 공실 등이 발생해 임대수익이 낮아지면 리츠의 배당수익도 떨어진다. 금리 인상 역시 주요 변수다. 부동산 조달비용이 커지면 수익은 낮아지게 된다.

‘강남 아파트’ 안 부러운 리츠 투자법은
국내 리츠 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리츠 시장은 규모가 작아 시가총액 및 하루 거래량이 미미하고, 변동 폭이 클 수 있다. 반면 미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리츠 시장은 우리나라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것보다 규모가 훨씬 큰 약 2400조 원에 달한다. 2019년 9월 글로벌 리츠 시장을 보면 상장 리츠 수는 미국 245개, 일본 63개, 호주 53개, 싱가포르 40개, 한국 5개다.


리츠에 투자하는 3가지 방법


① 국내 상장 리츠 투자
상장 리츠는 주식시장에서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리츠는 2019년 12월 19일 기준 7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리츠 주식의 2018년 배당수익률은 0%에서 최대 7.2%로 배당수익률 차이가 컸다.
2020년부터 절세 매력은 커진다. 2019년 9월 정부의 ‘공모형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 방안’에 따라 이자·배당소득세 14%가 부과되던 것에서 2020년부터 5000만 원 한도로 일정 기간(약 3년) 투자하면 배당소득 분리과세(세율 9%) 혜택을 준다는 방침이다.


② 글로벌 리츠 투자
현재 우리나라에는 상장 리츠 수가 제한적이지만,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에는 다양한 리츠가 상장돼 투자의 폭이 넓다. 2019년 9월 말 기준 전 세계 증권시장에 838개의 리츠가 상장돼 있으며, 이들의 시가총액은 2조 달러를 상회한다. 이 중 리츠 역사가 가장 오래된 미국이 글로벌 상장 리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일본(8.2%), 호주(5.9%), 캐나다(3.2%), 싱가포르(2.3%) 순이다.
최근 주요 국가의 리츠 배당수익률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각국의 국채수익률을 상회하고 있다. 국가별 상장 리츠의 최근 1년 배당수익률(2019년 7월 말 기준)은 미국(3.7%), 일본(3.4%), 싱가포르(4.3%), 캐나다(4.6%), 영국(4.0%), 호주(3.9%), 프랑스(6.4%) 등으로 각국의 국채수익률을 웃도는 양호한 성과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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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리츠 재간접펀드·ETF 투자
우수한 상품의 선별과 관리에 자신이 없다면 전문가가 관리하는 리츠 재간접펀드나 상장 리츠에 분산투자를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해외 리츠 재간접펀드나 ETF의 경우 세금은 해외주식, 해외 상장 리츠와 동일하다. 매매차익은 양도소득세, 배당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적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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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리츠 투자 TIP


전래훈 KB증권 글로벌BK솔루션팀장
“미국 리츠, 섹터별로 분산투자하라”

‘강남 아파트’ 안 부러운 리츠 투자법은

최근 공저 <전략가는 해외리츠에 투자한다>를 통해 부동산 직접투자 대신 리츠 투자를 활용한 사례를 소개한 전래훈 KB증권 글로벌BK솔루션팀장은 우선 ‘1등 리츠’를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별 첫 번째 고려 대상은 미국이다. 196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리츠를 도입했고, 우리나라 인구를 훨씬 웃도는 8000만 명 이상이 연금계좌(401K)를 통해 미국 상장 리츠로 노후에 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 팀장은 “성적을 올리려면 국·영·수를 중심으로 공략하듯, 리츠 투자 경험이 적다면 대표적인 미국 리츠의 업계 1위를 살펴보라”고 권했다. 다만 수익률 1등 리츠도 등락을 거듭하기 때문에 리츠도 분산투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섹터별로 분산하라는 것.
현재 경기와 기업의 성장을 고려해 물류, 데이터, 통신 관련 리츠를 우선 추천했다. 아마존이나 DHL이 입주한 물류센터, 노인 요양 전문 시설처럼 안정적인 임차고객이 확보된 헬스케어 리츠, 5세대(5G)로 성장성이 부각되는 통신시설 전문 리츠 등에 분산투자를 하라는 것. 이러한 대표적인 미국 리츠로 미국 최대 물류센터 리츠인 ‘프롤로지스’, 5G 대표 통신시설 리츠인 ‘아메리칸타워’, 데이터센터 대표 리츠인 ‘에퀴닉스’와 ‘디지털 리얼티 트러스트’ 등을 유망 리츠로 소개했다.


리츠 배당 지급 시기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 팀장은 “분기 배당 리츠의 경우 1·4·7·10월, 2·5·8·11월처럼 지급 시기가 다른 리츠로 배분해 달마다 배당금을 받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며 “미국 리츠는 배당수익이 안정적이고 확대하는 추세여서 배당으로 매월 일부 생활비나 투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홍지환 NH투자증권 FICC 선임연구원
“임대수익 방어 가능한 리츠 주목해야”

‘강남 아파트’ 안 부러운 리츠 투자법은
NH투자증권에 의하면 2009년 1월부터 2019년 8월까지 글로벌 리츠 지수 연평균 배당수익률은 4.8%다. 주가상승률과 배당수익률을 포함한 글로벌 리츠 지수는 연평균 16.1%나 성장했다. 하지만 2019년 12월 6일 기준 최근 2주간 글로벌 리츠는 –0.42%를 기록하고 있다. 홍 선임연구원은 “국가별 리츠 시장의 성과는 경기 전망, 금리 인하 여력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경기 하락 국면에서 임대수익을 방어할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미국은 금리 인하 여력이 높아 향후 리츠 이자 비용이 축소될 것으로 봤다. 일본은 도쿄권과 비도쿄권의 양극화가 주는 투자 기회에 주목하며, 2025년까지 도쿄 인구가 증가하는 시장을 공략한다. 싱가포르는 다양한 국가에 분산돼 글로벌 리츠와 상관성이 낮고, 신규 임대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산업용 리츠가 유망할 것이라는 관점이다.


홍 선임연구원은 “미국, 싱가포르, 일본의 산업용(물류센터), 주거용(조립식 주택, 기숙사), 헬스케어 리츠 등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계약 기간이 짧고 임차인 실적이 임대료와 연동되는 호텔 리츠, 리테일 리츠 등은 경기 하락 시 조정 폭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리츠의 선별을 보다 쉽게 하려면 NH투자증권의 글로벌 리츠 모델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증권사 중 처음으로 글로벌 리츠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고 있다. 2019년 1월 말 설정 이후 포트폴리오 누적수익률이 19.41% (2019년 12월 4일 기준)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리츠 지수 수익률 11.48%를 앞선다. 포트폴리오 내 종목은 한 달에 1~2번 리밸런싱되며 리포트 등을 통해 발표된다. 2019년 12월 4일 기준 NH투자증권 글로벌 리츠 모델 포트폴리오 내 편입된 주요 종목은 미국 리츠인 프롤로지스·아메리콜드·스토어캐피탈, 일본 리츠인 재팬 로지스틱스, 싱가포르의 아센다즈 리츠 등이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6호(2020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