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고강도 대책의 후폭풍과 ‘풍선효과’로 부동산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재개발투자 전문가로 이름을 얻고 있는 부동산 카페 ‘부투스’ 운영자인 박윤경 씨는 “갈수록 신축 선호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비사업의 후반부 단계 진입이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투자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박윤경 재개발투자 전문가 “재개발 투자, 분양 직전 노려야”

“정비사업구역에서 곧 신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주택이 10년 뒤, 20년 뒤에도 여전히 낡은 주택으로 남아 있다면 아찔하겠죠.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부동산 카페 ‘모두 함께 부자 되는 곳, 화수분 부투스’(cafe.naver.com/estateinsightspace)를 운영하는 박윤경 씨는 “변화무쌍한 부동산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부동산의 상승과 하락 원리를 이해하는 투자가 누구에게나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필명 ‘기리아리’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박 씨는 부동산 아카데미와 대학 등에서 부동산 시장 흐름을 정확히 분석하고 쉽게 알려 주는 강연으로 명성을 얻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분야에서 유명하다. 자동차회사 연구원 출신인 박 씨는 남편의 퇴직 위기로 소득절벽을 눈앞에 두고 부동산 투자의 길을 선택했다. 최근 저서 <당신이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를 펴낸 그를 만나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을 중심으로 최근 동향과 투자 노하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재개발·재건축 투자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현재 수도권에는 이제 막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부터 사업이 마무리단계인 구역까지 약 1100곳이 넘는 정비구역이 있습니다. 만일 청약가점이 높지 않다면, 입주권에 우선 관심을 둘 만합니다. 재개발 입주권은 현재 인기가 높은 신축보다 투자금이 비교적 적습니다. 예를 들어 주변 랜드마크 아파트나 주변 신축 시세가 15억 원이라면, 재개발 입주권은 조합원 분양가에 프리미엄을 더해 13억 원선 수준으로 형성되는 편입니다. 입주권은 당장의 실사용 가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추후 입주하게 되면 지금 있는 신축보다 더 신축이고, 가격은 주변 시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어 무주택자나 1주택자의 갈아타기 대상으로 특히 유망하다고 봅니다."


정비사업은 사업이 중단되기도 하고, 오랜 기간 돈이 묶일 리스크도 상당할텐데요.

“실제 재개발구역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예컨대 2006년, 2007년 집을 매수해서 10여 년이 지난 시점에도 비슷한 가격으로 집을 팔고 있는 주택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비사업구역으로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낡은 주택으로 남아 있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정비사업 투자에 대해 ‘장기 투자’로 접근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그 기간 수많은 기회비용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비사업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인 곳은 부동산 시장의 상승 흐름이 꺾인 지역이 많습니다. 아파트를 분양하기 전에 장이 꺾이면 이주를 하다가도 멈출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비사업 투자 대상을 찾는다면 먼저 수도권과 지방 등 각 지역의 시장 흐름을 분석하는 것이 선행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수도권 재개발 시장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요.
“수도권은 상승장 중후반 시점이라고 판단합니다. 특히 서울은 2013년부터 6년 넘게 상승 흐름을 이어오고 있는 상승 후반기 시장입니다. 현재의 상승세가 3년 또는 5년 지나 꺾일지, 아니면 그전에 하락기를 맞을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번 수도권 상승장이 꺾이기 전에 신축 아파트로 변화될 곳이 가장 유망합니다.”


정비사업의 단계별로 투자 위험성이 다를 텐데요.
“조합설립 등 초기 단계 구역보다 막바지 단계에 이른 곳이면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통상 관리처분 인가 후 일반분양까지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 걸립니다. 이런 곳은 정비사업이 중단될 위험이 적고 3~4년 후엔 새 아파트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수도권에서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주요 재개발 단지는 서울에서는 동대문구 용두6구역, 이문1·3구역, 동작구 흑석3구역, 성북구 장위4·10구역, 은평구 수색6구역, 증산2구역 등이 있고, 경기에는 성남시 신흥2구역, 광명시 광명15·14·2·1구역, 안양시 덕현지구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박윤경 재개발투자 전문가 “재개발 투자, 분양 직전 노려야”
서울이 상승 후반기라면 정비사업 막바지 단계도 위험하지 않나요.
“서울의 입주 물량은 올해 4만1000가구에서 2021년 2만1000가구 수준으로 급감합니다. 이러한 공급 물량이나 수요 측면에서 2~3년은 시장의 상승 에너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분양을 목전에 둔 곳이라면 비교적 안전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일반분양까지만 하면 이후 조정기가 와도 아파트는 지어지고, 중심지에서 신축 수요는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방 투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요.
“역대 흐름을 보면 광역시급 이상의 도시는 5년 이상 상승기가 유지됐던 반면, 지방도시는 3년 내외로 짧게 상승기가 유지된 편입니다. 지방은 상승 흐름이 유지되는 기간이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짧고 가격 상승 폭도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지방에도 그 지방에 꼭 거주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자산가가 있습니다. 다만 지방은 서울과 달리 새롭게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빈 땅이 많다는 것이 부담요인입니다. 가급적 중심부에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초보 투자자라면 수요가 많은 큰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수도권이 아니라면 광역시, 지방이라면 도 단위에서 인구수가 제일 많은 전주(전북), 청주(충북), 천안(충남), 창원(경남), 포항(경북) 등의 시장을 검토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중 지역의 큰 흐름이 상승세이면서 이제 막 상승기를 시작한 시장이 가장 안전합니다.”


무주택자나 1주택자, 다주택자의 유망 투자 대상이 차이가 있나요.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자금 여력이 있다면 서울 등 규제 지역의 정비사업 후반 단계 투자를 우선 추천합니다. 반면 다주택자는 규제 지역에서는 이주비 대출, 중도금 대출이 어렵기 때문에 재개발지역 후반 단계 투자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따라서 자금이 적게 드는 초기 단계에 투자하고 기다리는 방안이나 비규제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입니다. 또한 다주택자는 규제 지역에서는 양도소득세 중과를 적용받기 때문에 법인 투자가 아니라면 투자 매력이 약합니다.”


서울 안에서도 재개발구역마다 사업성 차이가 있을 텐데 수익성은 어떻게 확인하나요.
“정비사업은 시세를 이끄는 주도주는 되지 못하고 통상적으로 랜드마크나 주변 핵심 입지의 가격을 따라가는 구조입니다. 이에 주변의 시세 대비 현재 가격이 얼마인지를 계산해 보면 향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보이는 구조입니다. 정비사업은 당장 실효성이 있는 실사용이 가능한 주거지가 아닌 만큼 인근 랜드마크 아파트와 가격 편차를 일정하게 두고 쫓아가는 점을 확인해 보면 투자하는 구역들이 앞으로 얼마만큼의 수익성이 나올지가 판단이 됩니다. 재개발 투자 수익성은 ‘조합원 분양가+프리미엄<일반분양가<주변 시세’ 구조의 투자처로, 투자금에 따른 수익성과 수익률을 따져 보면 투자할 만한지 가늠이 됩니다. 예를 들어 A재개발구역의 권리가액(4억 원)과 프리미엄(5억 원)을 합해 9억 원이 입주권(전용 84㎡)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주변 신축의 시세가 약 11억5000만 원이라면 약 2억5000만 원 수준의 예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입니다. 아직 총 가구 수와 평형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라면, 입지와 더불어 대지지분 대비 조합원 수도 따져봐야 합니다. 대지면적은 동일한 데 조합원 수가 많다면, 일반분양의 비율이 적어지고 이는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박윤경 재개발투자 전문가 “재개발 투자, 분양 직전 노려야”


최근 신축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정비사업이나 신축 투자가 아닌 구축 투자는 어떻게 바라보나요.
“신축이냐, 구축이냐에 따른 양극화는 앞으로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서울 공급량이 줄어들고 전세가가 오르면 구축 또한 힘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경기도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음에도 구축이나 준신축 아파트는 크게 오르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무주택자라면 전세나 월세보다는 구축이라도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주거 안정성 측면에서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의 풍선효과로 폭등한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 發 추가 규제책이 나왔습니다.
“앞으로 모든 수도권은 규제가 될 수 있다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새로운 규제에 따른 대응 방안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예컨대 수원이 규제 지역으로 새롭게 지정됨에 따라 다주택자는 중과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중과에서 자유로운 법인 투자를 한다거나, 대출 축소에 따라 저평가된 기축이나 구축 투자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최근 경기도 집값이 폭등하면서 서울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결국은 거품 여부에 따라 서울이 더 오르든가, 아니면 ‘수·용·성’이 내리면서 균형점을 찾아갈 것입니다.”


최근 펴낸 <당신이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주식시장에는 참여하지 않으면 수익도 손해도 보지 않지만, 부동산 시장은 다릅니다. 주택 시장엔 매매든, 전세든, 월세든 누구나 참여할 수밖에 없고, 주택 시장의 호황기엔 주택 보유자가 아니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입니다. ‘주거용 부동산’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 결혼 후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다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것은 남편의 실직 위기를 눈앞에 둔 공포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출근길에 눈물 맺힌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남편을 보는 순간, 더 이상 근로소득에만 의지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돈의 속성과 부동산의 원리를 이해하면서 단순히 30억 원, 50억 원, 100억 원이라는 자산의 여부를 떠나, 언제 겪을지 모르는 경제적 문제가 두렵지 않게 됐습니다. 함께 걸어갈 미래의 부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윤경 재개발투자 전문가 “재개발 투자, 분양 직전 노려야”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8호(2020년 0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