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 자산관리사업부가 고강도 쇄신 작업에 한창이다. 판매 실적과 수수료 수익 중심의 영업 관행에서 탈피해 ‘고객 보호’와 ‘신뢰 회복’을 자산관리(WM)사업부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신명혁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장 “투자자 보호 최우선…새 시장 적극 개척”

지난해 불거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는 국내 은행권에 뼈아픈 상흔을 남겼다. 글로벌 불확실성과 전례 없는 시장금리 하락세가 사태의 발단이 됐지만, 부적절한 판매 관행과 미흡한 리스크 관리 능력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금융지주 재출범을 계기로 영업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DLF 사태의 중심에 서는 비운을 겪었다.


다만 우리은행은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며 사태 수습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WM사업부의 대대적 쇄신 노력을 병행하며 빠른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우리은행 WM그룹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신명혁 그룹장(우리은행 부행장 겸 우리금융지주 자산관리총괄 부사장)이다. 신 그룹장은 본점은 물론 일선 영업점을 두루 경험한 우리은행 대표 ‘영업통’으로 꼽힌다.


특히 지점장 시절에는 강북과 강남 지역에서 각각 2·3차례, 영업본부장 시절에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 강원 지역 채널을 관리하며 지역별 고객 특성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임원 승진 이후에는 자산관리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신탁연금그룹장까지 역임하며 WM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신 그룹장은 DLF 사태 이후 WM 조직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방편을 마련하는 데에도 고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직 내 행원부터 부서장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진행하며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동기 부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조직 개편을 통해 전행 차원의 자산관리 전략을 통할하게 된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룹 직원들과 혼연일체가 돼 고객 중심의 영업 문화를 정착하고, 영업 혁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 그룹장과의 일문일답.


DLF 손실 사태로 인해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마련한 쇄신안을 소개한다면.
“지난해 DLF 사태 발생 직후 우리은행은 전행 차원의 자산관리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TF팀을 3개월간 운영했습니다.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 혁신을 위한 17대 과제도 선정해 공표했죠. 무엇보다 고객 보호를 최우선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함과 동시에 ‘완전판매’ 문화가 조직 내에 완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상품 판매 프로세스 전반을 개선했습니다. 상품 선정 단계에서는 자산관리상품위원회의 의장을 부서장에서 임원으로 격상시켰고, 투자 상품 리스크 관리와 고객 수익률 관리, 완전판매 프로세스 구축을 전담하는 고객케어센터팀을 자산관리그룹장 직할로 신설했죠. 또한 조직 측면에서 상품과 마케팅 기능을 분리해 고객을 담당하는 사업그룹에서는 고객 중심의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제공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했고,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도 은행 수익 중심에서 고객 이익 중심으로 대폭 개편했습니다.
아울러 수준 높은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위해 프라이빗뱅커(PB) 자격 검증제도와 자산관리 역량지수를 도입하고, 대면·비대면 통합 자산관리 종합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 영업 문화를 강력하게 확립해 나갈 계획입니다.”


추후 도입을 검토 중이거나 계획 중인 추가 쇄신안이 있나요.
“그렇습니다. ‘투자자 보호’가 단순 구호에 그치지 않고 보다 실질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한도를 제한하고, 불완전판매 시 상품 가입 자체를 철회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한도 제한은 고객별로 전체 금융수신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고, 특히 고령자와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을 고민 중이죠. 현재는 공모펀드에 한해 불완전판매 발생 시 선취수수료 반환만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펀드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포함한 원금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입니다. 다만 이런 대책은 향후 관련 법률의 제정 결과를 반영해 최종 방안이 확정될 예정입니다.”


인력 및 조직관리 측면에서 각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일련의 금융상품 손실 사태는 국내 금융시장에 많은 숙제를 남겼는데, 고객 이익 관점에서 수준 높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죠.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PB 자격 검증제도를 신설해 PB 임명 단계부터 역량을 충분히 갖추었는지를 검증하고, 자산관리 역량지수 운영을 통해 임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직원들의 역량 수준을 점검하고, 필요 역량을 보완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직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필요합니다. 펀드 손실로 인한 고객들의 실망감 못지않게 PB와 파이낸셜어드바이저(FA) 직원들도 자신들이 관리해 온 고객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큰 심적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와 함께 심리 치료, 사기 진작 등 멘탈 케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데에도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고객들로부터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은 PB와 FA가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입니다.”


자산관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경쟁력 제고 방안도 필요할 것 같네요.
“우리은행은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에 비해 기업금융에 대한 수요가 많은 최고경영자(CEO) 고객층이 두텁다는 얘기죠. 우리은행은 이 같은 비즈니스 경쟁력과 고객 특성을 활용해 대형 금융센터 위주로 기업금융전담역(RM)과 PB 간 협업을 통한 기업자산관리 영업을 활발하게 추진해 왔습니다.
이에 더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프라이빗뱅킹(PB)과 투자은행(IB) 업무를 결합한 ‘PIB’ 비즈니스 모델을 차별화 전략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PIB 비즈니스 모델은 WM 사업 측면에서는 고객들에게 기업공개(IPO), 가업승계 등 서비스의 차별화 효과를, IB 사업 측면에서는 초고액자산가를 새로운 투자자로 모집하는 고객층의 확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명혁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장 “투자자 보호 최우선…새 시장 적극 개척”

PIB 비즈니스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궁금하네요.
“사실 PIB는 기존의 PB 채널을 기반으로 IPO, 인수·합병(M&A), 가업승계 등 투자금융 기능을 연계한 자산관리 서비스로, UBS와 같은 해외 선진 은행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에 도입한 사업모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은행은 기업 CEO는 물론 대기업 오너와 임원들을 PB 고객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고객들의 니즈인 IPO, 해외 투자, 가업승계 등을 타깃으로 PIB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본시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일이 선행돼야 하고, PIB 복합 컨설팅센터 설립과 전용 상품 개발, 더 나아가 PB-IB 협업 강화를 위해 지주사 차원의 증권사 인수도 검토될 수 있겠죠.
PIB 비즈니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다면 고객 서비스 만족도는 물론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포화상태에 근접한 개인 서비스 위주의 자산관리 사업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쟁사들의 경우 은행-증권 서비스를 결합한 복합점포 확대에 적극적입니다. 우리은행의 도입 여부가 궁금하네요.
“현재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우리종금과의 협업은 복합점포와 같은 물리적 채널 통합보다는 양사 고액자산가 고객을 상호 소개함으로써 각 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보완해 주는 형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종금 영업점과 인근 우리은행 자산관리 중심 영업점을 1대1로 매칭해 고객 초청 세미나, 양사 직원 간 교차연수 등을 실시하는 형태죠.
이를 통해 종금사 고객에게는 우리은행의 세무, 부동산, 투자 전략 등의 전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리은행의 PB 고객에게는 종금사의 투자 상품을 소개해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시너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가업승계TAX컨설팅센터’를 오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존에 제공해 온 서비스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최근 세법 개정으로 가업승계 사후관리 요건이 완화되면서 가업승계제도가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은행은 회계법인 EY한영, 법무법인 태평양과 제휴해 가업승계를 희망하는 개인과 법인고객을 대상으로 가업승계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업승계TAX컨설팅센터’를 자산관리그룹 내에 신설했습니다.
기존에는 우리은행 세무사의 자문 설계를 받더라도 각종 세무신고 및 유언장 작성 등 세부 절차를 실행하려면 고객이 직접 대행 법인을 선정해야 했지만, 이제는 우리은행 네트워크를 통해 계획 수립, 절차 실행, 사후관리까지 가업승계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죠. 이에 더해 제휴법인과 함께 차세대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과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서비스 차별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시장 흐름을 어떻게 예측하나요.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세계 경제의 성장 부진 우려가 더욱 커졌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코로나19 불황’ 극복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이네요. 주요 제조업의 공장 가동 중단과 함께 글로벌 교역 위축, 소비심리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죠. 다만 주요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와 함께 양적완화 등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크게 늘면서 주식과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는 유동성 장세의 재현 기대는 유효하다는 판단입니다. 여기에 하반기 이후 바이러스 확산세가 진정된다면 투자심리도 크게 회복되겠죠. 따라서 주식시장의 흔들림과 상관없이 적립식 투자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연말에는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산가들이 염두에 둬야 할 자산관리 원칙 혹은 대응 방안에 대한 조언을 해 주신다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전체 자산의 변동성을 줄여 가는 자산 배분 전략이 필요합니다. 세부적으로는 유동성 확보와 통화 분산이 가장 중요하겠죠.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분산투자와 장기투자야말로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의 정석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월에는 안전자산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미국 국채과 금 가격마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던 만큼 현시점에서는 20% 내외의 유동성 확보를 추천합니다.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 향후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저평가된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죠.
또한 글로벌 투자 관점에서 원화는 이머징 통화이기 때문에 위기 발생 시 가치 하락이 불가피합니다. 따라서 원화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은 달러 자산에 대한 비중을 적정 수준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당분간은 수익을 내는 것보다 잃지 않는 투자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며 리스크 관리에 충실해야 할 것으로 보이네요.
단기적으로는 유동성을 고려한 단기 국공채 펀드나 초우량 회사채 펀드를 추천하며, 주식형 펀드는 분할 매입을 통해 매입 단가를 낮추는 전략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덱스펀드, 기술주(IT, 5G),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헬스케어 관련 펀드들이 향후 증시 반등 국면에서 유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끝으로 자산관리그룹 수장으로서 본인만의 철학과 임기 중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첫째도, 둘째도 ‘고객 이익’이 아닐까 하네요. 일련의 투자 상품 손실 사태를 겪으면서 그간의 영업 행태에 대해 많은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결국 핵심은 ‘고객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고객들은 은행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으면서 리스크 관리 범위 내에서의 수익을 기대했지만, 은행들은 수익률을 우선시하면서 이러한 근본적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에 앞으로는 자산관리의 첫 단계인 고객 투자 성향 분석부터 투자 목표 설계, 투자 리스크 분석 등 모든 의사결정 과정이 철저하게 고객 이익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무엇보다 투자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임기 중 목표는 펀드 손실 사태가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펀드 사후관리에 역량을 집중함과 동시에 향후 유사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완전판매, 투자자 보호, 리스크 관리 시스템 전반을 강화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펀드 사후관리 지원 TF팀을 중심으로 펀드 손실 고객의 사후관리와 DLF 자율 배상을 진행 중인데, 현재까지 DLF 배상이 90% 이상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죠.”


신명혁 그룹장은…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이후 지난 1987년 우리은행에 입행했다. 2009년 인사동지점장을 시작으로 중림동지점장, 한국전력공사(KEPCO)지점장, 양재중앙금융센터장을 지낸 뒤 부산서부영업본부, 강동강원영업본부 등에서 영업본부장직을 수행했다. 이후 2017년 은행 본점으로 복귀해 신탁연금그룹장, 중소기업그룹 부행장보를 거쳐 지난해 9월부터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의 자산관리그룹을 총괄해 오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0호(2020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