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SUMMARY] 한국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부자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진짜 부자’가 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삶의 형태는 물론 자산관리 방식과 라이프스타일, 가치관 측면에서 부자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크고 작은 차이를 나타낸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매년 ‘한국 부자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부자들은 어떤 어려움에 부닥쳐도 자신들만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활용해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환경에서는 부자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죠.” 안성학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의 말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얼마 전 ‘2020 한국 부자 보고서(Korean Wealth Report)’를 발간했다. 지난 2007년 첫 발간된 이 보고서는 당초 하나금융 계열 금융사들이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의 금융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내부 자료로 주로 활용됐지만, 지금은 일반인들도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열람할 수 있다. 특히 올해 보고서에는 시계열 분석을 통해 국내 부자들의 연령대별 자산관리 의사결정과 행태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즉, 부자가 된 시점과 수단, 그리고 축적된 자산의 처분까지 생애별 의사결정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담겼다. 올해 설문은 지난해 12월 중순을 기점으로 한 달간,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하나은행 PB 고객 4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부자 초입은 41세…부 축적 수단은 ‘부동산’
설문 참여자들(평균 연령 68세)이 생애 주기별로 생각한 부자로서의 출발점은 평균 41세였다. 이는 현재의 자산을 모으기 위한 ‘시드머니(종잣돈)’ 확보 시기이자,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날 정도의 자산을 마련했다고 느끼는 시점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시드머니를 확보한 수단과 부의 축적 수단이 일부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시드머니 확보 수단으로는 전체 응답자의 32.3%가 사업소득을 1순위로 꼽았고, 상속·증여(25.4%), 근로소득(18.7%), 부동산 투자(18.2%) 순으로 집계됐다. 추가적인 부를 축적한 수단에서도 사업소득(31.5%)이 가장 높았지만, 2순위로는 부동산 투자(25.3%)가 꼽혀 상속·증여(18.9%)를 크게 웃돌았다. 여러 형태의 시드머니로 부동산 투자에 성공해 부자 대열에 합류한 비율이 상당하다는 것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부자들의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5년간 어두울 것으로 보는 실물 경기와 달리, 부동산 경기에 대해서는 최근 4년 설문조사 가운데 가장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이지만, 실물과 부동산 경기의 방향성을 둘러싸고 생각하는 부자들의 괴리는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올해 계획 중인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 역시 이런 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부분의 부자들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겠다고 응답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젊은 부자(40~50대)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25% 안팎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외 수도권이나 지방에 거주하는 부자들이 부동산 비중을 확대하려는 의사가 많았는데, 이는 40대 이하의 젊은 층이 서울 강남 3구보다 수도권이나 지방에 위치하고 있는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 설문 대상 부자들의 거주지는 강남 3구가 46.4%로 가장 높았지만, 40대 이하 부자들의 경우 수도권 및 지방 거주 비중이 46.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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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No”…고연령일수록 ‘상업용’ 선호
부동산 투자에 대한 부자들의 흔들리지 않는 ‘믿음’은 그들이 선호하는 거주지 형태에서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이후 여유롭고 조용한 전원생활을 선호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는 ‘현재 사는 곳’(62.7%)이었다. ‘현재 사는 곳과 가까운 곳’(17.9%)이라는 응답을 포함하면 10명 중 8명 이상이 주거지를 옮길 의사가 없음을 의미한다. 반면 해외(3.9%)와 농어촌(1.6%) 등에 대한 선호도는 한 자릿수대에 머물렀다.


주된 이유로는 ‘현재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이 67.6%로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이는 현재 사는 곳에 각종 편의시설이 밀집돼 있으며 충분히 여유롭게 살고 있다는 인식이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형태별 부동산 투자의 경우 은퇴 시기를 전후로 일부 차이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가 적은 젊은 부자들의 경우 투자 목적의 주택 선호도가 높았던 반면, 보유 자산이 많은 고연령층은 상업용 부동산 선호도가 높았다. 이는 투자 목적 주택을 통해 부를 축적한 뒤 점차 노후 준비를 위해 주거지 다운사이징을 진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부동산 외에 금융자산의 경우 현금 및 예금 등 안전자산의 비중이 40.6%대로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지난해 불거진 라임·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영향으로 펀드 및 신탁(ELT 포함) 비중은 소폭 감소했다. 반면 주식, 채권 비중은 소폭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가운데 해외자산 보유 비중은 78.5%로 높은 비중을 유지하는 가운데, 외화예금과 외화현금이 각각 71.5%, 50.9%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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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interview] 안성학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

“부자가 되는 비법? 결국 정보력 싸움”

지난해에 이어 2020년 ‘한국 부자 보고서’ 발간을 총괄한 안성학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자가 되고 싶다면 “발로 뛰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자산 및 부동산 투자를 통해 부를 일군 부자들 역시 남들에 비해 정보에 앞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향후 ‘한국 부자 보고서’ 역시 분석 대상을 좀 더 다양화해 내실 있는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다소 의외라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부동산 비중이 소폭 감소한 점이 아닐까 하네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특히 다주택자들의 경우 당장 세금 부담이 커진 만큼 증여를 많이 활용한 것으로 보이네요. 다만 젊은 부자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부동산 매입 의사가 많다는 점에서 집값 추세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 외에 부자들이 은퇴 이후 가장 선호하는 거주지로 ‘지금 사는 곳’을 꼽은 점과 일부 파생금융상품 손실 사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이 눈에 띄는 특이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동산 선호 현상은 지속될까요. 부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이 있으시다면.
“사실 젊은 부자들의 경우 사업소득 외에는 부의 축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습니다. 부동산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젊은 부자들이 투자 목적의 주택 구입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죠. 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핵심 지역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거죠. 부자가 되느냐 여부는 결국 정보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시드머니가 많을수록 유리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발로 뛰어야 합니다. 투자에 성공한 부자들은 투자 결정 과정에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최대한 많은 인맥을 활용합니다.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죠. 이를테면 코로나19 사태처럼 큰 변수가 발생했을 때 정보에 앞서가는 투자자들이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은 당연한 결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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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0호(2020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