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혼돈’…진짜 안전자산은

[한경 머니 기고 = 배현정 기자|사진 한국경제DB]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제 상식은 무너졌다. ‘가 보지 않은 길’에서 진짜 안전자산은 무엇일까.


‘금융시장 쇼크’ 안전자산 회복률은

코로나19 ‘대혼돈’…진짜 안전자산은

안전자산은 진짜 안전자산일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주가가 폭락하는 순간, 안전자산이라는 금과 미국 국채의 투매 현상마저 벌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 고점인 2월 19일(현지시간) 3393에서 지난 3월 23일 2191까지 내려갔다. 다우지수는 3년 만에 2만 선 아래로 떨어졌고, 코스피 지수는 1499.77까지 밀렸다. 이는 금융시장 역사상 가장 빠르게 약세장으로 돌아선 기록이다.


위기 시 선호되던 안전자산도 이례적으로 급락했다. 3월 18일(현지시간) 국제 금값은 온스당 1477.90달러를 기록했다. 2월 24일 1672.40달러에 비하면 한 달 새 11.63%나 떨어진 수준이다. 3월 초 장중 0.318%까지 내려갔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열흘 만에 1.26%로 상승했다.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 공포에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급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안전자산인 금과 미 국채까지 팔아 치우는 극단적인 현금 확보 현상이 빚어졌다. 극단적인 폭락은 이내 기록적인 반등을 불러왔다.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융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제로금리(0.00~0.25%)를 선언하고, 무제한 양적완화(QE)를 선언하자 유동성 리스크는 이내 수그러들었다. 미국 다우존스는 3월 23일 1만8591.93에서 다음 날인 24일에는 2만704.91로 치솟았다. 무려 11% 넘게 오르며 1933년 이후 87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한 달 새 폭등과 폭락을 오간 혼돈의 시장에서 가장 빛난 자산은 무엇일까. 올해 고점 대비 4월 14일 기준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S&P500 지수는 2월 19일 3393에서 4월 14일 2846.06로 –16.12%를 기록 중이다. 국제 금값은 2월 24일 1672.40달러에서 한때 1500달러 아래로 내려앉았지만, 4월 들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4월 14일 1756달러로 2월 저점이었던 1477.90달러에 비해서는 18.86%나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 확산 전 2월 고점 1672.40달러와 비교해도 5% 상승해 브이(V)자 회복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공포가 극에 달했던 3월 19일 1280원에서 4월 14일 1216원으로 약 5% 밀렸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연초 1150~1200원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번 금융시장 쇼크에서 금과 함께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미 국채는 연초 이후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지만, 변동성은 극심했다.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월 16일 기준 연초 이후 KB스타(STAR) 미 장기국채 선물은 14.29%, 타이거(TIGER) 미 국채 10년 선물은 13.86%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최근 1개월 수익률은 각각 –0.5%, 0.52%로 크게 흔들렸다. 반면, 4월 16일 기준 연초 이후 TIGER 골드 선물은 15.15%, 코덱스(KODEX) 골드 선물은 14.87%의 수익을 나타냈고, 최근 1개월 수익률도 10.28%, 9.99%로 우수한 성과를 나타냈다.


대공황·금융위기의 교훈…현금·채권보다 ‘금’

코로나19 ‘대혼돈’…진짜 안전자산은
현재 시장에는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장 5월 경제 정상화를 위한 각종 규제 해제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는 ‘2차 쇼크’에 대한 불안 또한 상당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는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뛰어넘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로 예상되며, 향후 5년간 지난해 수준의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리세션 진입을 예상하는 전망치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올해 전 세계 주요 20개국(G20) 경제성장률을 당초 2.6%에서 -0.5%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올해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40%까지 하향 조정했다.


주목할 점은 이처럼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자산을 지킬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금’을 공통적으로 꼽았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시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높고, 미 연준이 달러화를 무제한 찍어 내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과 달러화 가치는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회장은 웹 캐스트를 통해 “1930~1945년 기간과 마찬가지로 채권을 보유하는 게 꽤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는 시기가 지금이다”라고 말했다. 제로금리와 무제한 국채 발행으로 채권의 기대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는 한 인터뷰에서 “미국 달러화의 시대는 끝났다. 금, 은, 비트코인을 사라”고 조언했다. 그는 금과 은을 ‘신의 돈’,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사람의 돈’이라고 칭했다. 무제한 찍어 낼 수 있는 달러화는 신용이 사라지면 외려 ‘가짜 돈’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신중호 이베스트증권 수석연구원은 “향후 2차 충격이 올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지 예단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며 “금은 향후 경기가 위로 향하든, 아래로 향하든 양방향 모두 상승이 예견되는 거의 유일한 자산이다”라고 말했다.


과거 금융위기 때도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졌던 초반에는 달러를 제외한 모든 자산이 하락했지만, 유동성 리스크 완화 이후 금은 주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안전자산의 역할을 해냈다는 것. 특히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서도 수요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금은 상승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채는 경기가 개선되면 오히려 수익이 하락할 위험이 있고, 주식은 향후 경기가 살아나면 가장 큰 수익이 기대되지만 언제 회복될지, 추가로 하락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신 수석연구원은 “경기 회복 시 가장 수혜를 받을 업종의 대표주와 함께 금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것이 이상적이다”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코로나19 영향이 6월까지 이어질 경우 금값이 1년 안에 온스당 1800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스프로트 자산운용사의 피터 그로스코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4월 16일 현재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1717달러다.


금보다 은(銀)을 주목하라는 주장도 나온다. <월가 이야기>의 저자인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는 “금과 은의 가격은 보통 동행하는 경향이 있지만, 공포가 가라앉으면 금값보다 은값이 더 높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기요사키 또한 “은은 현재 모든 자산군 중 가장 저평가된 저위험의 최고 투자 대상으로 은 가격이 온스당 40달러로 오르기 전까지 매입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4월 16일 현재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15.45달러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0호(2020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