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국 생활을 오래했다. 23년간 외국계 금융기관에 몸담고 있다. 그동안 뉴욕, 홍콩, 서울, 그리고 타이페이에서 근무하며 한국의 발전 상황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국제 금융 사회가 한국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처절했던 1997년 외환위기를 금 모으기 운동 등을 통해 전 국민이 합심해 빠른 시일 안에 극복한 대한민국의 저력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순 없다. 대한민국도 나름대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끔 한국 사람들이 조국을 비판하거나 비아냥거리는 걸 본다. “우리나라는 힘없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작은 나라야”, “물질만능주의에 찌들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야”,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만 대접받는 사회야”, “규제가 너무 많은 까다로운 사회이자 정치가 후진적이고 소모적인 분쟁만 하는 곳이야” 등등.

하지만 나는 단점보다 강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단결력이 강하다. 특히 위기 때 더욱 강한 결속력으로 어려움을 돌파하는 나라다. 열정이 넘치고 단기간에 일을 해치워 버린다. 인터넷 보급률 1위로 인터넷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자기를 희생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왕성한 교육열과 역동성이 넘치는 나라다. 또한 ‘우리’라는 공동체의식과 집단의식이 강하며 ‘빨리빨리’ 문화로 대변되듯이 지루해서 기다리지 못하기 때문에 개선이 빠르고 창조력도 뛰어나다. 이런 특성은 21세기 모바일 시대에 적합한 속성을 보유하는 힘이 됐다. 역사적으로도 중국, 일본 등 열강 속에서 생존해 왔다. 근대 구소련, 미국 등 4대 열강 틈바구니에서 국가를 존속시키면서 역사를 이어온 생존력과 적응력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뛰어나다.

물론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겸허하게 귀담아 들으면 된다. 문제점들은 우리 사회가 발전하면서 고쳐나가고 배려해야 할 부분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어느 국가, 어느 사회라고 이런 문제가 없겠느냐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 우리가 닮고 싶어 하는 스위스나 싱가포르도 적잖은 문제와 병폐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음에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일궈 낸 대한민국 국민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싶고 앞으로 더 잘해 나가자는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물론 우리나라 상황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국제 무역 및 금융 사회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들의 주식 가치를 본질 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하거나, 한국산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품질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팔리는 상황을 지칭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해 손실을 보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이건 문제나 고민이 없을 수는 없다. 주어진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수용해 나가면서 하나씩 생산적으로 해결하고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이순신 장군이 배 12척을 갖고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각오로 왜선 수백 척을 물리친 것처럼 우리 몸속에는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는 강한 열정과 도전의식이 흐르고 있다.

경제가 어렵고 힘들다며 한숨만 내쉬지 말고, 우리 모두 40여 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에서 도로를 닦고 건물과 공장을 건설해 낸 자랑스러운 우리 선배 세대들의 불굴의 정신을 이어받아 긍정의 정신으로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될 것으로 보인다. 없는 것을 한탄하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 강점을 살려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적극적 창조주의가 필요하다. 창의와 독창성이 문화를 주도하고 융합이 화두가 되는 시대에 세계는 대한민국의 멋진 행진을 기대하고 있다.


진재욱 하나UBS자산운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