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ike 김현식 맥심 인티그레이티드 한국 대표

[LIFE BALANCE] 할리데이비슨, 자유를 느끼다
김현식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반도체회사 맥심 인티그레이티드(Maxim Integrated) 한국 대표다. 김 대표는 젊어서부터 산악자전거, 수상스키, 스노보드,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겼다. 그의 말마따나 아웃도어 스포츠라면 하늘을 나는 것 빼고는 다 해 봤다.

액티브한 운동을 유달리 좋아하던 그는 10년 전 자동차로 눈을 돌렸다.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된 게 공랭식 포르쉐. 김 대표는 아날로그적이고 감성적인 포르쉐의 소리에 매료돼 공랭식 포르쉐의 매력에 빠졌다. 10년 동안 1992년식부터 1994년식, 1996년식, 1998년식까지 다양한 포르쉐를 갈아탔다. 바이크로 눈을 돌린 건 쉰 살이 되던 해였다.

바이크에 관심을 가진 건 훨씬 전인 40대 초반이었다. 할리데이비슨 동호회에 가입해 사진도 보고 다양한 얘기를 들었다. 바이크에 앉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건 딸 때문이었다. 바이크가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가진 딸은 “아빠가 바이크를 타면 공부를 안 하겠다”는 협박까지 하며 심하게 반대했다. 그 딸이 대학 입학 허가서를 받은 직후 그는 면허증을 따고 곧바로 바이크를 샀다.

“가장으로 돈을 벌고, 회사에서 중견의 위치가 되면서 책임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요. 문득문득 찾아오는 고독감도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고요. 그래서 시작한 게 공랭식 포르쉐고, 거기서 더 나간 게 바이크였습니다. 아무래도 바이크는 차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느낌을 줍니다. 조금의 위험은 감수해야 하지만 더 큰 자유를 느낄 수 있어요.”

다양한 바이크 중 할리데이비슨을 선택한 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주기 때문. 일본 바이크나 BMW 바이크는 굉장히 조용하고 모던하다. 반면 할리데이비슨은 이전 포르쉐처럼 공랭식이어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녹아 있다. 외양도 조금은 거칠어서 ‘쇠로 된 말(iron horse)’을 연상시킨다.

최초의 애마는 할리데이비슨의 헤리티지스프링거였다. 할리데이비슨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일찌감치 점찍은 이 모델은 해리슨 포드가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타던 모델로, 앞바퀴에 달린 스프링이 특징이다. 클래식한 자동차를 좋아하던 그답게 바이크도 클래식한 걸 선택한 것이다. 1950년대 모델 그대로 만든 헤리티지스프링거는 클래식한 반면 제동 능력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더 위험하다. 지금은 대형인 로드킹을 탄다. 묵직한 느낌의 로드킹은 고급스러운 느낌에 주행 능력이 뛰어나 하루 종일 달려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본사가 미국이라 출장을 자주 갑니다. 주중에 일을 마치면 할리데이비슨을 렌트해서 아는 분들과 1박 2일이나 2박 3일 라이딩을 합니다. 그동안 요세미티, 레이크 타호, 나파밸리 등을 거쳐 왔습니다. 반대로 외국 손님이 찾아오면 주말에 바이크를 타고 청평 등지로 가서 경치도 즐기고 한국 음식도 대접합니다.”

김 대표는 할리데이비슨의 가장 큰 장점을 ‘자유로움’이라고 말한다. 그날 기분에 따라 타이트한 가죽 재킷을 입기도 하고, 가끔은 헐렁한 야상을 입을 때도 있다. 대부분 동호회원들과 타지만 가끔 혼자 라이딩을 하기도 한다. 시원한 바람을 맞고 맛집을 찾아다니다 보면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 집안의 고민들이 신기하게 풀린다.

라이딩은 도시에서 즐길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교외에서 한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라이딩을 하다 보면 그동안 보지 못한, 사물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바이크를 타고 6개월이 지나면 누구나 “우리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고 말한다. 바이크의 다양한 즐거움 중 하나가 그것이다.

김 대표도 그랬다. 많은 고개를 넘고, 한적한 교외 도로를 달리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 특히 그는 경기도 광주시 남종에 있는 남종길을 좋아한다. 자전거로도 바이크로도 남종길을 달렸다. 그 길이 하도 좋아 얼마 전에는 주변에 농가를 하나 샀다. 그는 은퇴 후 그곳에 정착할 계획이다. 아웃도어 챌린저인 김 대표의 남은 꿈이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