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비우고 마음은 채운다

요가를 여성들만의 운동이라고 생각했다면 색안경을 벗을 필요가 있다. 고대 요가는 인도에서 남성들의 것이었다.

인도 신분제도의 가장 상위 계층인 브라만계급이 신성합일을 위해 행하던 고급 수행법이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마음의 평안이 필요한 남성이라면 요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HEALTHY LIFE] 삶에 지친 남성이여, 요가를 하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내 요가 동호회 ‘나마스떼’에는 요가에 심취한 30~40대 남성들로 북적인다. ‘나마스떼’는 2년 전 한 직원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이후 남성 회원들의 참여가 꾸준하다.

경기도 동탄에 위치한 힐링요가원 역시 남성 회원들이 급증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젊은 남성 수강생들이 유입됐지만 최근 50~60대 이상 기업의 간부급 회원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조혜경 한국요가협회 부회장은 “예전에는 남성들이 요가에 관심이 있어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살폈는데 요즘은 당당하게 수련실로 들어오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미용이나 다이어트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요가가 남성에게로 점차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치열한 사회에서 생존경쟁에 내몰린 현대 남성들이 요가로 육체적, 정신적 안정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요가는 기원전 2500~3000년경 인더스 문명과 함께 시작됐다. 분리된 마음을 통합시켜 영혼을 자유롭게 하고, 불완전한 인간의 존재를 완전한 존재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인도에서 행하던 수련법이다. ‘웰빙’과 ‘힐링’이 강조되는 오늘날에는 심신의 스트레스와 긴장을 해소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대체요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종의 스트레칭 혹은 몸매관리를 위한 운동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몸과 마음의 영혼을 일치시켜 균형을 찾아 나가는 것이 요가의 핵심이다. 조 부회장은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기업 경영자들의 경우 마인드 컨트롤에 큰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며 “인도 건국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 역시 평생 요가와 명상을 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HEALTHY LIFE] 삶에 지친 남성이여, 요가를 하라
남성의 에너지 보존·유연성 길러주는 데 탁월
지금에야 남성들이 요가원 문턱을 드나드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지만, 요가의 기원을 보면 고대 인도에서 최상위 계급이었던 브라만 남성들이 하던 수행법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초반까지 대다수의 요가 지도자는 남성이었다. 현재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국내 요가 1세대 한주훈 선생은 ‘하타요가(우리 몸의 음과 양의 균형과 화합을 실현해 자아 완성을 이루고자 하는 실천 요가)’의 대가로 수많은 요가 지도자를 양성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요가는 남성들이 했을 때 더욱 효과적인 운동’이라고 말한다. 남성은 여성보다 몸과 마음이 경직돼 있기 때문으로, 처음 수련을 시작할 때는 힘들어도 효과는 훨씬 더 극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요가 자세를 ‘아사나’라고 하는데, 깊은 호흡을 동반하는 다양한 아사나는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 몸과 마음의 유연성을 길러줘 열린 사고를 가능하게 하고 정력을 증강시키는데도 영향을 미친다. “입문자의 경우 허리를 곧게 세우고 단단하게 굳은 어깨를 쫙 펴주는 동작 한 번으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고 조 부회장은 말한다.
[HEALTHY LIFE] 삶에 지친 남성이여, 요가를 하라
목동에 위치한 ‘하타 요가원’의 조성윤 원장은 “요가는 수련법 자체가 남성을 위한 것이 많다”고 말한다. 특히 에너지를 보존하는 동작들은 남성에게 도움이 된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의 많은 남성들이 스트레스나 긴장을 대부분 유흥으로 해소하는데, 이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순간적인 만족감만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삶이 황폐해지기 쉬우므로 에너지를 보존해주는 아사나와 명상을 통해 내면과 외면을 가꾸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타요가원에서 요가를 지도하고 있는 11년 차 베테랑 강사 김동진 씨는 “요가를 통해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요가를 알기 전까지만 해도 몸이 약해 충분한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력이 달리고 사람 많은 곳을 가면 지치기 일쑤였다. 우연히 떠난 인도 여행에서 접한 아쉬탕가 요가에 빠져 들어 본격적인 수련의 길로 접어들었다. 11년간 꾸준히 호흡과 아사나를 병행한 결과 하루에 채식으로 두 끼만 먹어도 에너지가 넘치는 ‘연비 좋은 몸’으로 바뀌었다. 잔 근육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까지 덤으로 가지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김 씨는 “남성들은 요가가 근력운동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근력운동, 유산소운동, 유연성운동이 합쳐져 온몸의 근육이 조화롭게 형성돼 아름다운 신체로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빅뱅’의 태양 역시 요가로 몸을 가꾼 경우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정확한 요가 동작을 반복하면서 몸이 더욱 유연해지고 속근육이 발달했을 뿐만 아니라 신체의 밸런스가 맞춰져 몸의 통증이 없어졌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요가는 어떻게 수련해야 할까. 요가의 기본 요소는 호흡과 자세, 명상이다. 이 3가지는 요가의 궁극적 목적인 육체와 마음을 하나로 결합시키는 역할을 한다. 처음 입문할 때는 혼자서 책이나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것이 좋다. 요가 아카데미 등에서 개인레슨을 받을 수도 있다. 10분이나 20분 정도 수련을 하면서 체력과 유연성, 근력이 좋아지면 조금씩 시간과 횟수를 늘려간다. 조 원장은 “요가는 심신 수련인 만큼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부지런함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게으른 사람만 못하는 것이 바로 요가다.


요가 강습 이곳에서…
자이요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02-3443-9642, 드리시티 요가 서울 마포구 서교동 02-319-5655, 우마요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010-7266-8082, 하타 요가원 서울 양천구 목동 02-2648-8992, 트루스요가 서울 광진구 구의동 050-8399-3003

힐링요가원 경기 화성시 031-375-9191, 스판다 요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02-543-5644, 요가투바비 서울 강남구 서초동 02-591-8177, 나디아 요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 02-3462-3777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