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단순히 생존과 생계, 안정을 위한 경제 공동체로서만이 아니라 정서적, 육체적, 정신적 공동체로서 진정한 아군을 얻는 것이다.
[Love&] 경제 위기일수록 불륜은 늘어난다?
최근 뉴스위크지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다. 유로존의 경제위기가 스페인 사람들을 외도로 내몬다는 것인데 비용이 많이 드는 이혼은 엄두를 못 내고, 그 대신 불륜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불륜을 조장하고 있는 기혼자 데이팅 사이트인 애슐리 메디슨이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호황이라는데, 특히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사람들이 불륜 사이트의 회원으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 불륜 사이트의 스페인 회원 중 3분의 2는 30~50세이며, 4분의 3은 중간 소득계층(연소득 2670만~8120만 원)이라고 한다. 즉 아주 가난하거나, 돈이 많은 사람들은 결혼을 유지하는 불륜보다는 이혼을 선택한다고 볼 수 있다(그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실제 스페인은 결혼 100쌍 중 61쌍이 이혼으로 이어진다고 할 만큼 높은 이혼율을 보인다.


결혼을 잘 유지하려면 죽을 힘 다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비슷한 현상을 보일 것이라 짐작한다. 스페인처럼 드러내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서 모르지만, 국내 인터넷의 장에는 기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인터넷 만남의 장이 적지 않고, 그중에 몇몇 사이트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또 성인이라면 거의 모두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장을 통한 기혼남녀의 만남이 활발하다. 또 아침마다 주부들을 TV 앞으로 불러 앉히는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소재가 여지없이 불륜인 것이 더욱 이런 양상을 부추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혼’이란 제도와 더불어 시작된 불륜의 역사는 길기만 하다.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많은 신화, 드라마, 소설 등에서 불륜이 주요 주제인 것을 보면 ‘불륜’은 인간이라는 종의 생활양식 중에 아주 대중적인 주제임에 틀림없다.

문화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사람들이 바람을 피우는 이유에 대해 ‘① 욕정을 충족하기 위해서 ② 사랑 때문에 ③ 결혼 생활의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④ 배우자와 헤어질 구실을 만들기 위해 ⑤ 배우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⑥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원해 ⑦ 자신이 특별하거나 훌륭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⑧ 매력적이거나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⑨ 많은 대화를 나누며 친밀하게 지낼 사람이 필요해서 ⑩ 단순히 섹스를 원해서’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외에도 극적인 상황이나 스릴을 좋아해서, 배우자에 대한 복수로 맞바람을 피기 위해, 완전한 사랑을 찾기 위해, 혹은 자신이 아직도 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들은 바람을 핀다고 한다. 자신의 배우자를 배신하고 바람을 피우는 이유는 참으로 많기만 하다.

그러나 ‘조건’으로 결혼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사랑해서 함께 있기 위해 결혼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도 왜 이리 ‘불륜’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는 것일까? 실제로 얼마 전에 만난 매력적인 중년 여인은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환상과 기대’ 때문이라고 배우자가 아닌 이와의 사랑을 꿈꿨던 이유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상담 경험에 의하면 결혼 생활에 위기가 닥칠 때 그것이 불륜이나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간의 결혼생활을 통해 깊은 결속감을 갖지 못한 부부들인 경우가 많았다. 결혼은 사실 두 사람이 정서적,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공동체이며 진정한 아군을 얻는 것인데 현재의 결혼은 결속감이나 깊은 동반자 의식 없이 단순히 생존과 생계, 안정을 위한 경제 공동체로서만 의미를 가지게 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선지 부부간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대화도, 섹스도 하지 않는, 상대의 안녕과 행복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이 동거인으로 살아가는 쇼윈도 부부가 많아졌고 심지어 적지 않은 부부가 그런 사실을 의식도 하지 못하고 그저 살아갈 뿐이다.

심리학자 레빈은 “결혼만큼 인간을 성장시키는 과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결혼을 잘 유지하기란 죽을힘을 다해야 하는 힘든 일이란 뜻이겠다. 아무런 성찰 없이 결혼한 후 상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깊이 신뢰하지 않고, 상대의 아픔이나 상처, 기쁨이나 성장에 대해 관심이 없는 부부가 행복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지 않은가.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신지?


배정원 애정생활코치·성 전문가·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