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기초소재부품 사업을 선도해 온 창성그룹의 배창환(65) 회장을 만나러 가는 길. 배 회장과의 만남은 잘 꾸며진 회장실이 아닌,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승마클럽이었다. 배 회장은 지난 5월 국내 첫 5성급 승마장을 열었다.
[CEO interview] 배창환 창성그룹 회장...5성급 승마장 만든 ‘애마 회장님’의 성공 스토리
35년간 기능금속 소재에 몰두하며 대한민국 기초소재부품 산업의 성장을 견인한 배창환 창성그룹 회장이 앞으로 더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됐다. 그룹의 모태인 제조업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배 회장은 앞으로 계열 사업인 레저와 건설 부문에 관심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국제 규모의 승마대회를 치를 수 있는 국내 첫 5성급 승마장인 ‘발리오스 승마클럽’을 오픈해 주목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국내 말 산업 육성의 기초를 다져 나가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왜 승마클럽일까?’란 궁금증을 갖게 되겠지만, 배 회장의 지난 경력을 살펴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배 회장은 20년간 국가대표 승마선수였다. 이런 그가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5년여 간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그는 돌연 금속분말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예전 국제증권(1992년 삼성증권에 인수) 회장을 역임한 아버지는 금융업을 이어가길 바랐지만, 배 회장의 뜻은 확고했다.

“대학 졸업 후 서울은행과 삼보증권에서 약 5년간 근무했지만, 제조업에 뛰어들겠다는 의지가 컸습니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기도 했죠. 아버지는 금융 관련 일을 하기 원하셨지만, 제 의지를 꺾지 못하셨지요.”

그는 기본적이지만 어렵고, 언젠가 경지에 오르면 탄탄한 기업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나섰다. 급변하는 시장엔 손대지 않겠다는 의지도 확고했다. 결국, 그가 선택한 사업은 선진국이 아니면 어렵다는 기초소재 산업이었다. 아이템은 전기·전자제품 회로기판 등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는 동(銅)분말로 시작했다.

이후 창성그룹은 매년 전체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하면서 지속 성장을 꾀했고, 현재는 금속분말과 분말자성코어, 도전성 페이스트, 클래드 메탈, 금속분말야금 등의 사업 분야로 확장했다. 현재 석박사급 인력 70명을 포함해 100여 명이 넘는 인재로 구성된 ‘연구개발센터’는 창성의 자랑이기도 하다.
[CEO interview] 배창환 창성그룹 회장...5성급 승마장 만든 ‘애마 회장님’의 성공 스토리
창성은 자성코어에서 글로벌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4년 전 새롭게 진출한 전자부품 사업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리액터 시장은 종주국인 일본에 역수출하는 등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리액터는 태양전지 모듈에서 생산된 전원을 상용 전원으로 변환하는 인버터의 핵심 부품이다.

창성이 생산하는 제품들은 쉽게 설명해 금속가루를 금형에서 찍고 열 처리한 것으로, 전기의 승압과 노이즈를 제거하는 데 사용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에너지 분야로, 풍력과 태양광 장치 등에서 쓰인다. 일상생활에서는 휴대전화, 노트북, 자동차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배 회장은 “금속가루를 밀가루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며 “밀가루로 라면과 빵을 만들 듯이 금속가루도 모양을 어떻게 변형시키는가에 따라 활용 범위가 다양해진다”고 설명했다.

배 회장은 2020년까지 매출 1조 원을 달성해 ‘1조 원 클럽’에 가입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창성에서 5000억 원을 달성하고, 그 외 건설과 레저사업 등에서 5000억 원의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며 “창성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고, 이제는 건설과 레저 부문에 신경을 쓰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창성그룹의 사업 영역은 소재·제조와 건설·부동산, 호텔·리조트 등이다.
[CEO interview] 배창환 창성그룹 회장...5성급 승마장 만든 ‘애마 회장님’의 성공 스토리
경제학과를 나왔지만, 금속분말 제조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기초소재 산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과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기본적인 기술이면서도 오래 가는 기업을 꿈꿨죠. 사업을 준비하면서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기초소재 산업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창업 이래 30년 넘게 지속적인 R&D를 통해 시장을 개척해 왔습니다. 세계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데요.
“세계 시장은 불경기의 여파가 여전합니다. 전반적으로 신기술 투자 여력도 모자라는 등 아무래도 분위기는 침체돼 있습니다. 태양광이나 에너지 등은 국가에서 주도하지 않으면 어렵기도 합니다. 예전 같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창성그룹은 어떤가요.
“앞으로 2~3년은 여전히 힘들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룹 차원에서는 시장 상황이 어려워 당분간 제조업은 고전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하지만 창성만의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그룹 내 건설 부문의 수주가 활발합니다. 호텔과 골프장, 승마장 등 건설 쪽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최근 인버터용 리액터 사업이 활발하다고 알려졌습니다. 전망을 한다면 어떻습니까.
“리액터는 전기 자동차 전력의 효율을 높이거나 전력 품질을 향상시키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 자동차 그룹과 유럽, 북미 지역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협의 중입니다. 전기자동차 산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이유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요즘 회장님께서 갖고 계신 경영 화두는 무엇인가요.
“처음 창업 정신은 ‘기술보국’, ‘인재양성’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글로벌 마케팅 인재를 키우려고 노력할 계획입니다.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이 되려면 기술도 중요하지만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산둥(山東)성을 거점으로 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미국과 유럽 시장을 보다 공략할 것입니다.”

국내 첫 5성급 국제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승마클럽을 개장했습니다. 20년간 승마 국가대표를 지냈는데요. 감회가 남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승마를 시작해 대학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968년이네요. 첫 대회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국가대표가 됐죠. 10년 이상 국가대표 주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후 1980년대 초반 승마협회 감사 및 경기이사를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승마장은 오래전부터 구상을 해왔습니다. 시드니와 베이징 올림픽 국제 승마경기장을 디자인한 티모시 코트를 만났죠. 너무 멋있었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승마장을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어요. 비즈니스보단 세계적인 승마장으로 국내 승마계에 오래 남을 랜드마크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승마인으로서 이번 ‘발리오스 승마클럽’을 자랑한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기본 계획은 티모시 코트가 했지만, 시공은 창성건설이 직접 했습니다. 기술이 좌우하는 마장 바닥 시공에도 노력을 기울였어요. 시작한 김에 국제마술연맹이 인정하는 그랑프리 ‘5스타급’ 경기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말과 사람의 안전입니다. 미관과 풍광도 좋아야 하고요. 세계적인 첨단 기술은 다 접목했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 라커룸, 마방, 마장까지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어요.
특히, 마장 자동 살수 시스템과 마분 자동 진공 시스템, 급수량 자동 검측 설비 등이 있어 말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년에 한 번씩 말의 이빨 스케일링을 하고, 6개월에 한 번씩 피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은 다 하고 있다고 보면 돼요. 잘 보시면 알겠지만, 승마장에 냄새도 안 날뿐더러, 파리와 모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세계 어딜 가도 이런 승마장은 없을 거예요.”

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십시오.
“창성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어요, 아마도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저는 레저와 건설에 조금 더 신경을 쓸 계획이에요. 그룹 실적 1조 원을 달성하면 은퇴할 생각입니다.”


나원재 기자 nw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