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ance & Tax]공익재단 기부와 세금 폭탄
평생 모은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공익재단에 출연하는 자산가들이 상당수 있다. 이 같은 특별한 선행에 대한 세금 문제가 뭐 그리 대수롭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적어도 억울한 세금 폭탄은 피해야 할 것이다.

사회나 국가에 기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각종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그 방법 중 가장 기본일 것이다. 그중 하나가 세금 납부다. 그 외에 국가가 마땅히 담당해야 할 공익사업 등을 대신 담당하는 여러 단체들에 재산을 기부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때에도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세금이다.

자선단체에 소액을 기부하고 기부금 소득공제를 받아 세금 혜택을 보는 것은 일반적이므로 여기서는 주의할 사항이 별로 없다. 다만 평생에 걸쳐서 모은 거액의 재산을 기존 단체에 출연하거나 새로운 단체를 설립, 출연해 부의 사회 환원을 실현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그와 관련된 세제 혜택이나 세무 위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어떤 절차를 거쳐 재산을 출연하고, 출연 받은 단체는 재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해야 하는지, 과세당국에 정기적으로 제출 및 보고해야 할 서류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사후관리를 해야 할 사항들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등한시해 종종 세무 문제가 불거지곤 한다. 재산의 기부라는 선한 행위를 하고서도 억울한 세금을 부담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불상사는 막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 중에 잘못 알려진 것이 종종 있다. 내 재산을 종교단체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경우 나와 그 단체에 발생할 세금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중에 하나다. 이에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외국공익법인 등에 대한 재산 출연과 관련된 세무상 사례와 주의할 점을 알아본다.

재산 출연했지만 세금 부담에 휘청
최근에 기사화된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02년 황필상 수원교차로 창업자와 그의 동생 황 모 씨는 수원교차로 지분을 각각 70%와 30%씩 보유했다. 같은 해 황필상 씨는 지분 60%, 동생 황 모 씨는 자신이 가진 지분 전체인 30%를 황필상 씨 모교인 아주대에 기부했다.

아주대는 이 재산으로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하면서 증여세는 내지 않았다. 황필상 씨는 순수한 공익단체에 기부했고, 구원장학재단과도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즉 특수관계가 아니기에 출연 받은 재단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상속 및 증여세법에서는 공익법인을 정의해 놓고 그러한 공익법인은 재산을 출연 받아도 증여세 납부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증세법에서는 일반 공익법인은 5%, 성실 공익법인은 10%를 초과해 주식을 증여 받으면 그 초과분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주식 90%를 출연했으므로 초과분에 대해 재단에 증여세가 부과된 것이다. 물론 주식 외에 다른 재산은 이러한 보유 기준이 없으므로 얼마든지 출연 받을 수 있다.

주식이라는 재산에만 이러한 보유 기준을 둔 것은 공익법인이 보유한 주식지분을 통해 지주회사화되는 것을 막고, 동일한 주식의 과다한 보유로 인한 주식투자의 위험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어찌됐든 한 개인이 전 생애 동안 힘들게 모은 재산을 공익법인에 거의 전부 증여했는데 해당 공익법인은 세금 부과로 인해 원래의 공익사업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가 됐고, 심지어 출연자인 개인에게는 증여세 연대납세의무를 지워 당초 출연한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의 세금이 최근에 부과됐다. 재산을 출연하고 거기에다가 더 큰 금액의 세금 납부의무까지 발생한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은 장기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다른 사례로는 오랫동안 사업으로 재산을 축적한 A씨는 사회공헌 사업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공익법인을 설립해 재산을 출연한 후 장학 사업 등으로 후진 양성에 기여하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기존에 해 왔던 사업에 집중해야 했으므로 장학재단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A씨 본인의 지인인 B씨에게 출연 자금을 주면서 공익법인 설립과 운영을 맡겼다. B씨는 자기 명의로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A씨가 준 자금을 장학재단에 출연했다.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에 해당했으므로 증여세는 면제됐다. 이후 B씨는 해당 장학재단을 통해 장학 사업을 성실히 수행해 왔다.

그런데 어느 날 A씨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과거 A씨가 B씨에게 장학재단 출연 자금으로 준 자금은 현금 증여에 해당한다며 B씨에게 거액의 증여세가 부과된 것이다.
실제 B씨는 A씨를 대신해 장학재단 설립, 재산 출연, 재단 운영에만 관여했으므로 그로 인해 개인적인 재산상의 이익을 본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당국에서는 A씨에게서 B씨에게로 이전된 자금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한 것이다. B씨는 너무나 억울해 조세불복을 신청했다.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에 해당하면 출연 받은 재산에 대해 증여세 납부의무가 면제된다. 그러나 공익법인이 아닌 일반 비영리법인은 상증세법상에 엄연히 증여세 납세의무자로 규정돼 있다. 비영리법인이 재산을 출연 받으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외국 비영리법인에 재산 출연했더니
우리나라에 소재하는 공익법인이 아닌 외국에 소재하는 비영리(공익)법인에 재산을 출연하는 경우에는 상증세법상의 세금 면제 혜택을 볼 수 없다. 공익법인이 재산을 출연 받는 경우 상속·증여세 면제 혜택을 주는 취지는 우리나라 정부의 일부 기능을 공익법인이 대신 수행하기 때문인데, 외국비영리(공익)법인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내에서 공익사업을 수행하지 않으므로 우리 세법상의 세제 혜택을 줄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거주자가 비거주자인 외국비영리(공익)법인에 재산을 증여하면 해당 외국비영리(공익)법인에 증여세 납세의무가 있으며 증여자인 거주자도 증여세 납세의무나 연대납세의무를 함께 지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외국비영리(공익)법인에 재산을 출연하고자 할 때는 사전 세무 검토가 필수적이다.

재산을 출연하기에 앞서 자신이 관리하는 단체가 일반 비영리법인인지, 상증세법상의 공익법인인지, 성실 공익법인에 해당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또 공익법인에 해당된다면 각종 납세협력의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세제 혜택을 받은 경우 지켜야 할 사항들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익사업을 하므로 세금과는 상관없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리고 세법상의 규정들을 잘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선한 기부 행위에 대한 억울한 세금 부과가 사라질 것이다.

김희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