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focus]배우자 우대하는 美 상속법
미국에서는 생존 배우자의 상속 지분을 먼저 떼어 놓은 후 남는 부분을 피상속인의 자녀 또는 혈족에게 배분하고 있다. 다만 사실혼은 대부분 주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사기와 위증에 취약하고 혼인의 신성함을 약화시킨다는 이유 때문이다.

피상속인(망인)이 유언을 남기지 않은 경우 상속재산은 무유언상속법(법정상속)에 따라 처리된다. 미국의 무유언상속법은 가족구성원의 신분(자격)에 따라 고정된 지분을 허용한다. 대부분의 피상속인들은 유언을 할 때 자신의 재산을 배우자 또는 가까운 혈족에게 남기기 때문에, 무유언상속법 역시 이러한 경향에 따른다. 즉 상속인은 일반적으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혈족으로 제한된다.

전통적으로는 상속재산 중 일정 부분을 생존 배우자를 위해 먼저 떼어 놓은 후 남는 부분을 피상속인의 자녀 또는 다른 혈족에게 우선순위에 따라 분배한다. 통일상속법(UPC)하에서 생존 배우자는 제1순위 상속인이다.

우선 피상속인에게 자녀도 없고 부모도 없는 경우, 또는 생존 배우자가 피상속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를 두고 있고 그 밖의 다른 자녀(피상속인의 의붓자식)가 없는 경우에는 생존 배우자가 피상속인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는다. 자녀를 상속에서 배제한 것은 어차피 생존 배우자가 자녀를 양육하고 나중에 그 자녀에게 재산을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 이루어진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재산 전체를 생존 배우자에게만 유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자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생존 배우자가 자녀를 잘 돌볼 것이고 생존 배우자가 사망하면 그 재산을 자녀에게 남길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다고 한다.

피상속인에게 부모가 있고 자녀는 없는 경우에는 생존 배우자가 상속재산 중 먼저 20만 달러를 상속받은 후 잔여 재산의 4분의 3을 상속받는다. 나머지 4분의 1은 피상속인의 부모가 상속받는다. 또 피상속인에게 생존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가 있고 생존 배우자가 피상속인의 자녀가 아닌 자녀(피상속인의 의붓자식)를 가진 경우에는 생존 배우자가 상속재산 중 먼저 15만 달러를 상속받은 후 잔여 재산의 2분의 1을 상속받는다. 나머지 2분의 1은 피상속인의 자녀가 상속받는다.

피상속인이 생존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서 자녀를 남긴 경우에는 생존 배우자가 상속재산 중 먼저 10만 달러를 상속받은 후 잔여 재산의 2분의 1을 상속받는다. 나머지 2분의 1은 피상속인의 자녀가 상속받는다.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한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는 혼인 기간 중 취득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부부의 공동 재산으로 보아 각자 2분의 1씩의 지분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생존 배우자는 상속재산 중 공동 재산의 2분의 1은 자기의 몫으로 우선 분배받고, 피상속인의 몫인 나머지 2분의 1은 무유언상속에 따라 상속받는다.
[global focus]배우자 우대하는 美 상속법
배우자 상속분, 대표적 문제는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분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실혼이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당사자 중 일방이 사망하면 생존한 사람은 생존 배우자로서 상속분을 주장할 수 있을까. 현재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혼은 그 비형식성으로 인해 사기와 위증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과 혼인의 신성함을 약화시킨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오직 10개 주(앨라배마, 콜로라도, 아이오와, 캔자스, 몬태나, 오클라호마, 로드아일랜드,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유타)와 워싱턴D.C.에서만 사실혼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사실혼을 인정하는 주에서도 유효한 사실혼으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사실혼을 인정하는 주에서는 모두 당사자들이 부부로서의 관계를 개시하고 유지하는 데 동의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에서 당사자들이 부부로서 공개적으로 동거할 것을 요구한다. 앨라배마·캔자스·몬태나 주에서는 특히 당사자들이 혼인하는 데 합의할 것을 요구한다. 혼인이 이루어진 주의 법에 따라 그 혼인이 유효하다면 그 혼인은 다른 주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 사실혼을 인정하는 주에서 유효한 사실혼으로 인정받은 경우에는 설사 그 후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는 곳으로 이사하더라도 그 혼인은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는 주에 사는 주민이 그 주의 금지조항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다른 주에 가서 혼인을 한 경우, 원래 거주하던 주에서는 혼인의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것은 탈법 행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켄터키 주와 같이 사실혼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 주에 사는 사람들이 사실혼을 허용하는 주에 가서 사실혼 계약을 체결한 후 다시 돌아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경우, 1971년 켄터키 주 법원은 사실혼 관계에 있던 일방 당사자의 배우자로서의 권리 주장을 배척했다.

배우자로서의 자격이 문제되는 또 다른 경우가 추정 배우자(putative spouse)다. 추정 배우자란 실제로는 혼인의 효력이 없었으나 그 혼인이 유효하다고 믿은 사람을 말한다. 미국의 통일혼인이혼법(Uniform Marriage and Divorce Act)에 따르면, 추정 배우자는 법률상의 배우자와 동일한 권리를 취득한다.

제3차 재산법 리스테이트먼트에 의하더라도, 법령에 의해 배제되지 않는 한 추정 배우자는 무유언상속을 위한 법률상의 배우자로 취급된다. 무효인 혼인을 한 추정 배우자의 무유언상속권을 인정한 대표적인 판결이 레슬리의 유산(Estate of Leslie) 사건(Supreme Court of California, 1984년)이다.

이 사건에서 페이 레슬리(Fay Leslie)는 첫 번째 남편인 알톤 스미스(Alton Smith)와 이혼한 후 1972년에 윌리엄 가빈(William Garvin)과 멕시코에서 재혼을 했다. 그러나 그 혼인은 멕시코법이 요구하는 대로 등록되지 않아서 무효였다. 레슬리와 가빈은 레슬리가 1981년에 유언 없이 사망할 때까지 9년간 부부로 함께 살았다. 그런데 가빈은 레슬리가 사망한 후에야 자신들의 혼인이 무효라는 것을 알았다. 이에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은, 가빈이 추정 배우자로서 피상속인의 고유재산(separate property)에 대한 지분을 상속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김상훈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